우체국 금융·모바일신분증 사용 불가...시민들 일상속 불편 속출
국정자원 화재로 국가 전산망 기능 ‘스톱’ 사상 초유의 사태 우체국 금융·택배 먹통...계좌이체·운송장 조회 서비스 중단 모바일신분증 기능 상실로 병원·여객선터미널서도 우왕좌왕 일부 지자체 민원 서비스 차질·119 위치추적 먹통...경찰 협조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국가 전산망 기능이 '먹통'이 된 사상 초유의 사태가 27일 주말을 맞은 시민들의 일상에도 많은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우체국 시스템 마비로 결제와 송금이 중단돼 당장 금융이나 우편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불편이 속출하고 있다. 우체국 택배를 통해 제품을 소비자에게 보내는 온라인 스토어, 이커머스 업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우체국 체크카드로 최근 민생회복지원금 10만원을 받은 이모(53)씨는 이날 오전 경기 의정부시 한 편의점에서 이 카드로 결제를 시도했지만 '은행/카드사 점검 중'이라는 오류 메시지가 떠 사용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우체국 모바일 앱이 실행되지 않아 계좌 이체 등 금융 서비스를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 곳에서 불이 났다고 대부분의 서비스 모두를 중단하는 상황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박모(57)씨는 이날 저녁 대구에서 있을 처조카 결혼식에 참석이 어려워 축의금을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전날 국정자원 화재로 우체국 시스템이 셧다운되면서 "혼주에게 축의금을 우체국 계좌로 보내야 하는데 송금이 안 되는 것 같다"며 "나중에 보내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뜻하지 않게 이런 일을 겪게 돼 곤혹스럽다"고 전했다.
SNS에도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이 이어졌다.
한 온라인 스토어 사장은 "어제 발송한 물품을 구매하신 분이 오늘 받았다고는 하는데 월요일이 걱정이다. 검색해 보니 배송 신청이 오프라인으로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혹시 안되면 어쩌지"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온라인 판매자는 "우체국 택배 어떡하지. 월요일 오전에 발송할 게 몇 건 있는데 타 택배사로 바꿔야 하나"라고 썼다.
이 밖에도 "우체국 운송장 조회도 접속이 안 된다.", "우체국이 주거래은행인 사람들이 제일 불쌍하다"는 등의 반응도 잇따랐다.
실물 신분증보다 편리해서 최근 사용자가 급증한 모바일 신분증도 이전 화재 사태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모바일 신분증 사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일선 병원에서도 시민 불편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부산의 한 종합병원을 찾은 김모(45)씨는 "병원을 찾을 때 모바일 신분증을 이용하는데 밤사이 벌어진 일이라 모바일 신분증이 안된다는 내용을 못 들었다"며 "한 시간이나 걸려서 병원에 왔는데 진료 접수가 어려워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무인민원발급기가 먹통이 되면서 이날 오전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의 이용객들도 불편을 겪었다.
신분증을 지참하지 못한 일부 여객선 탑승객은 무인민원발급기 이용 불가로 주민등록등본을 출력하지 못해 배를 탑승하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도 신규 발급이나 재발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신분증 확인 절차에 차질이 빚어졌다.
인천운항관리센터 관계자는 "탑승객 중 신분증을 깜빡 잊고 챙기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며 "일단 선사 측이 한시적으로 신분증을 찍어둔 사진 등을 인정해 신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정부 전산 기능과 연계한 일부 서비스에서 차질이 발생하는 등 불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홈페이지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 시설 화재 발생으로 인한 전북 시스템 일부 서비스 중단 안내' 배너를 내걸었다. 정부 시스템과 연계한 일부 지자체 시스템 이용에 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일부 서비스 중단의 주요 내용은 전북도 여권 방문 예약 등이 포함된 홈페이지 문자 발송 서비스다. 홈페이지에서 여권 방문 예약이나 도청 견학 예약을 하면 신청인에게 확인 문자메시지가 발송되는 데 이 기능이 현재 멈췄다.
전북도 관계자는 “문자메시지 발송 서버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있어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우체국 금융, 우편 등 국민 파급효과가 큰 서비스부터 복구하겠다고 발표했으니 이러한 기능들이 정상화하려면 꽤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공무원들의 업무 불편도 예상보다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문서를 생산해 대외 기관으로 발송하려면 지자체도 행안부 문서 유통 시스템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 시스템이 막히면서 문서를 전자 팩스로 보내고 있다. 파일도 온나라(정부 행정 플랫폼)가 아닌 자체 서버에 기반한 메신저로 주고받는 실정이다.
전남도는 직원들에게 공인인증서 서비스 불가로 행정포털 접속 시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로그인할 것과 이메일과 PC 영상회의 불가 등 국가 행정정보시스템 장애 관련 내용을 공지했다.
도 관계자는 "행정포털 접속 등에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있어 혼란스럽다. 상황이 어떤지도 공유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각 지역별 소방본부의 119 신고 체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재 119 신고는 전화로는 가능하지만 문자나 영상, 웹 등 다매체 신고가 불가능한 상태다. 신고자의 위치가 자동으로 뜨는 위치 추적 기능도 현재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소방본부 관계자는 "119 신고의 경우 전화 신고가 대부분이고 문자 신고 등은 흔치 않긴 하지만 (다매체 신고로) 긴급 신고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신속한 복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의 위치 추적 기능 상실로 경기남부경찰청은 119가 위치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고려해 전화번호 조회 등을 통해 신고자의 위치를 파악, 경기소방재난본부에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