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네이버-업비트 빅딜설이 던진 화두

2025-09-26     전시현 기자
산업2부 전시현 팀장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국내 IT와 금융계를 강타한 '네이버-두나무(업비트) 인수합병 추진설'을 접하며 든 처음 생각은 단순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4000만 국민 플랫폼 네이버와 12조원(시총 추정)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결합은 단순한 기업 간의 '딜' 수준을 넘어선다. 이는 한국 사회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이라는 거대한 디지털 전환의 물결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상징적인 선언처럼 느껴진다. 양측은 공식 부인했지만 이미 스테이블코인 등 협력 기반을 다져온 상황에서 더 깊은 차원의 결합은 이미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흥미로운 건 시장의 엇갈린 반응이다. 국내 일각에선 "가상자산 시장이 과열되는 것 아니냐"는 '규제론'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하지만 시야를 세계로 넓히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미 글로벌 시장의 거물들은 블록체인 생태계에 깊숙이 발을 담갔다. 결제 공룡 페이팔은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고, 혁신의 아이콘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대차대조표에 올렸다. 심지어 애플페이마저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진다. 세계 경제는 이미 디지털 자산 시대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데, 유독 한국만 '투기'라는 굴레에 갇혀 뒤처지고 있었다는 불편한 진실을 네이버-두나무 빅딜설이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다.

만약 이 '빅딜'이 성사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일 것이다. 네이버 아이디 하나로 업비트 계정에 가입하고, 네이버쇼핑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상품을 구매하며, 인기 웹툰 IP를 블록체인 기반의 NFT로 쉽게 거래하는 미래가 눈앞에 펼쳐질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금융 서비스의 확장이 아니다. 지난 10년 전 스마트폰이 우리 일상을 통째로 혁신한 것처럼 거대 플랫폼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결합은 블록체인 기술이 일반 사용자들의 생활 깊숙이 스며드는 '디지털 빅뱅'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상자산을 '머니(Money)'가 아닌 '기술(Technology)'로 바라보게 될 역사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에서 이 결합이 현실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가장 큰 허들은 역시 금융당국의 규제 리스크다.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과 투자자 보호 문제, 그리고 불투명한 규제 환경은 혁신의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다. 여기에 대규모 사용자를 포용해야 할 기술적 안정성과 보안 시스템 강화라는 숙제도 만만치 않다. 당국은 '무조건적 통제' 대신, 혁신을 품는 '현명한 규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디지털 전환의 거대한 물결을 막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비대면 서비스를 10년 앞당겼듯 플랫폼과 블록체인 기술의 결합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현실이 될 것이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빅딜설'이 단순한 모색으로만 끝날지, 아니면 한국 디지털 생태계를 완전히 뒤바꿀 '역사적 사건의 시작점'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소식이 우리에게 던진 화두만큼은 분명하다. 우리는 지금, 규제와 혁신이 충돌하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한국이 이 문턱을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 강국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갈라파고스처럼 고립될지는 정부와 기업의 선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