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전대책에 긴장한 건설업계…공급 목표 달성 '가시성' 낮아질까

면허 말소·과징금 신설…현장 안전 강화에 건설사 '초긴장' 연간 27만호 공급 목표, 최근 착공 실적과 괴리감

2025-09-18     한나연 기자
서울 아파트 모습./연합뉴스.

|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정부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초강력 대책을 내놓으면서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반복적인 중대재해 발생 기업은 영업정지를 넘어 면허 등록 자체가 취소될 수 있고, 연간 3명 이상 근로자가 숨지면 영업이익의 5%에 달하는 과징금까지 부과된다. 업계는 안전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일률적인 규제 강화가 주택 공급 속도와 인프라 사업 추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 중대재해 반복시 면허 등록 말소·과징금 신설

고용노동부는 지난 15일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건설 현장의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3년간 두 차례 영업정지를 받은 건설사가 다시 중대재해를 일으킬 경우 면허 등록을 말소해 시장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했다. 등록이 말소되면 신규 사업 참여, 수주, 하도급 참여 등 모든 영업활동이 중단된다.

또한 연간 산재 사망자가 3명 이상 발생하면 영업이익의 최대 5% 또는 최소 3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지금까지는 동시 두 명 이상이 사망해야 영업정지 처분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연간 다수 사망’도 제재 사유에 포함된다. 사망자 수에 따라 영업정지 기간도 현행 2~5개월에서 더 늘어난다.

정부는 대출 금리와 보험료 산정에 안전 리스크를 반영하고, 분양보증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심사에도 안전도 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상장사가 중대재해로 형사 판결을 받으면 즉시 공시하도록 의무화해 ESG 평가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 연간 27만호 공급 목표와 괴리…대형사일수록 불리

정부는 산업재해 사망사고 비율(만인율)을 현재 1만명 당 0.39명에서 2030년까지 OECD 평균인 0.29명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동시에 연간 27만호 주택 공급을 내걸었지만, . 최근 3년간 수도권 착공 실적이 연 15만8000가구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규제 강화로 건설사들의 사업 부담이 커지면 공급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는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해 공사비가 일정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며, 특히 중견·중소 건설사에 타격이 더 클 수 있다고 본다.

건설사들은 현장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절대적인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데는 아쉬움을 드러낸다. 대형사의 경우 관리하는 현장이 수십 곳에 달하다 보니 사고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연간 3명’이라는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면 규모가 큰 업체일수록 불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안전은 당연히 강화돼야 하지만, 현장 규모나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이 같은 규제 강화로 인해 주택 공급 정책 가시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모습이다. 신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주택 공급보다 건설 현장의 안전을 우선한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규정과 처벌이 강화되겠지만 수위가 예상보다 낮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연간 27만호는 공공과 민간이 모두 적극적으로 착공했을 때 가능한 수준”이라며 “안전 규제 강화는 공급 정책의 가시성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고층 아파트 건설 현장이나 변수가 많은 인프라 사업은 사고 위험이 높다”며 “주택 공급과 인프라 확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규제 강화와 관련해 “건설사들에게 ‘안전 비용’을 ‘의무 비용’으로 전환, 즉 안전 관리를 넘어 생존의 문제로 격상시킨 것”이라며 “무엇보다 ‘건설업 등록 말소’라는 가장 강력한 제재가 영업정지 요청 및 노동부 요청으로 가능해지면서 ‘건설업의 계속 사업 영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안전을 강화하면서도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장기적으로 사업 위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다. 적정 공사비와 공기, 인력 확보 등 종합적 제도 보완 없이는 공급 정책과의 균형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