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역사상 가장 빠르다는 'EX30CC' 타보니

428마력·제로백 3.7초, 볼보 역사상 가장 빠른 전기 SUV 시트에 몸이 파묻히는 가속력, 고속 안정성은 아쉬워 329km의 제원보다 더 긴 실제 주행가능거리 예상

2025-09-12     곽호준 기자
볼보 'EX30 크로스컨트리(CC)'의 외관./ 곽호준 기자

| 한스경제=곽호준 기자 | "볼보 브랜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모델이라고?" 며칠 전 'EX30 크로스 컨트리(EX30CC)'의 공개 당시 이 같은 발표에 의아해했다. 언제나 '안전'을 최우선시 하던 볼보가 '퍼포먼스'를 강조하니 낯설게 느껴졌다. 안전은 퍼포먼스와 반비례하니까. 

전기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X30CC의 방향성은 늘 볼보가 추구하던 안전이 아닌 압도적인 퍼포먼스(성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기조는 크로스컨트리 라인업의 헤리티지와 맞닿아 있다. 본래 크로스컨트리는 혹독한 북유럽 환경을 견디기 위해 거친 지형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토록 '성능'을 강화한 볼보만의 독창적 라인업이다. 

볼보는 이 크로스컨트리의 계보를 전기차로 이어가고자 한다. 크로스컨트리란 이름을 순수 전기 SUV 'EX30'에 부여한 순간부터 방향성은 분명해졌다. 볼보가 전기차에도 수십 년간 쌓아온 안전 설계를 밑바탕으로 온로드부터 오프로드까지 아우르는 강력한 성능을 동시에 구현하겠다는 의미다. 

볼보 'EX30 크로스컨트리(CC)'의 프런트 블랙 쉴드와 헤드램프./ 곽호준 기자

이는 외관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가치를 구현해 기존 EX30 대비 19㎜ 지상고를 높이며 SUV만의 견고함을 강조했다. 순수 전기차 모델답게 틀어막은 앞 그릴과 트렁크 리드에 추가된 '블랙 쉴드'라 불리는 패널이 포인트. 앞 범퍼 하단의 ▲스키드플레이트 ▲무광 블랙 휠 아치 ▲전용 19인치 휠이 어우러진 모습이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특히 전면부 그릴에 적용된 프런트 블랙 쉴드에는 스웨덴 북극 아비스코 지역 '케브네카이제' 산맥의 지형도와 그 위치를 의미하는 경도, 위도 좌표를 새겨 오프로드 감성 요소를 녹여놨다. 후면부 범퍼 하단에는 크로스컨트리 각인을 새겨 새로운 전기차 라인업임을 강조했다.

볼보 'EX30 크로스컨트리(CC)'의 실내./ 곽호준 기자

실내는 운전석 클러스터(계기판) 조차 생략할 정도로 간결하다. 스티어링 휠과 세로형 12.3인치 디스플레이만 중앙에 덩그러니 놓여 있어 마치 콘셉트카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인테리어는 울 혼방, 재활용 폴리에스터, 바이오 기반 노르디코 등 친환경 소재를 곳곳에 녹여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다.

차량 대부분의 기능은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터치나 정확한 음성 인식률을 자랑하는 음성 인식 기능인 '누구(NUGU Auto)'로 조작 가능하다. 화면 상단에는 클러스터 역할을 대신하는 주행 정보, 중앙에는 내비게이션, 하단에는 오디오 및 공조기 등으로 분할돼 있어 시인성이 좋다. 

볼보 'EX30 크로스컨트리(CC)'의 주행 기능 인터페이스./ 곽호준 기자

그러나 운전 중 직관적으로 조작해야 할 기능을 모두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만 제어 가능한 점은 수고스럽다. 예컨대 주행 모드의 변경, 회생 제동 기능, 심지어 비상등까지 터치로 조작해야 한다. 시각적으로 깔끔할진 몰라도 주행 안전을 위해 운전 중 즉각적으로 조작해야 할 기능들의 물리 버튼은 별도의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가장 궁금했던 실제 주행 성능을 체험해 볼 차례. EX30CC는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AWD)을 결합한 트윈 모터를 돌리며 최고출력 428마력, 최대토크 55.4kg·m를 뿜어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단 3.7초 만에 끊어낸다. 

볼보 'EX30 크로스컨트리(CC)'의 주행 모습./ 볼보코리아

강력한 성능을 강조한 만큼 주행 모드도 '성능(스포츠)'이 새롭게 마련됐다. 이는 AWD의 트윈 모터로 네 바퀴를 굴려 차량 성능의 최고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모드다. 이 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본색을 드러내며 몸이 시트에 파묻힐 만큼 맹렬하게 치고 나간다. 포르쉐의 스포츠 전기차 타이칸 GTS에 비견될 정도의 가속력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닌 강렬한 수준이다.

다만 고속 안정성과 제동 성능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컴포트 섀시와 높아진 차고 영향 때문인지 여타 볼보차에 비해 고속에서의 차체 안정감이 부족하다. 제동력 역시 폭발적인 가속 성능을 감당하기엔 부족했다. 강력해진 퍼포먼스에 걸맞은 고속 안정성과 브레이크 시스템이 더해진다면 차량의 완성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볼보 'EX30 크로스컨트리(CC)'의 주행 모습./ 볼보코리아

도심과 같은 저속 환경에서는 전기차답게 조용하고 승차감도 편하다. 모터 특유의 가속 소음도 없어 상시로 고요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아울러 노면 상태에 따라 정확하게 피드백을 주는 스티어링 휠의 감각도 탁월하다. 퍼포먼스를 강조한 차량이지만 오히려 일상에서 편하고 부담 없이 타는 전기 SUV 성향에 가깝게 느껴졌다.

전기차의 핵심인 EX30CC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산업통상자원부 기준 복합 329km다. 약 100km 시승 후 배터리 잔량은 60%, 잔여 주행 가능 거리는 215km로 제원보다 긴 실 주행거리를 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비도 kWh당 약 5km로 공인 수치(4.4km/kWh)를 웃돌았다.

볼보 'EX30 크로스컨트리(CC)'의 외관./ 곽호준 기자

국내 판매 가격은 친환경차 세제 혜택 적용 기준 5516만원(보조금 미포함)으로 글로벌 주요 시장 대비 약 3500만원 이상 저렴하다. 일본보다 626만원 저렴하며 영국 3051만원, 스웨덴 3371만원, 독일보다 3788만원 낮게 책정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