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비만치료제 글로벌 학회 러시…국내 기업도 도전장

EASD부터 비만 서밋까지 잇달아 개최 릴리·노보 노디스크 맞대결…한미·프로젠도 출격 연구 결과 따라 기업 가치 변동

2025-09-11     이소영 기자
비만치료제와 관련한 학회가 잇따라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 결과 발표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픽사베이

|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 올 하반기 비만치료제와 관련한 굵직한 국제 학회 러시가 시작된다. 전 세계적으로 비만치료제 열풍이 불고 있어 향후 발표될 연구개발(R&D) 성과에 따라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 순위가 요동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학회 발표를 앞두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오는 15일(현지시각 기준) 유럽당뇨병학회(EASD)를 필두로 10월 비만 서밋(Obesity Summit), 11월 비만 위크(Obesity Week)가 잇달아 개최된다.

특히 곧 개최될 EASD는 올 하반기 잇따를 빅 이벤트들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만치료제 분야에서 양강 체제를 이루고 있는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가 각각 주요 파이프라인 발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가 학회 전에 발표한 주요 임상 결과에 따라 양사의 주가 변동폭도 널을 뛰었다. 업계는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을 반증하는 사례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도약을 위해선 경쟁사들의 임상 결과 발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릴리는 EASD에서 총 3개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결과 4건을 발표한다. 그중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기반 저분자 경구형 비만치료제인 '오르포글리프론' 임상 3상 결과를 발표가 주목 받고 있다.

앞서 릴리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오르포글리프론은 최고 용량(36㎎)에서 평균 12.4%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이는 경쟁약물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감소율인 15%를 밑도는 결과다.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의 임상 3상 결과와 심혈관 질환 적응증에 대해 발표한다. 특히 차세대 비만치료 기전으로 주목받는 아밀린 기반 후보물질 '아미크레틴'의 신장기능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1상 결과 발표가 주목을 받고 있다.

같은 아밀린 계열 파이프라인인 '카그리세마'의 제2형당뇨·비만 환자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결과도 발표할 예정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내년 카그리세마를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에서는 한미약품이 총 6건의 비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중 신개념 비만치료제 'HM17321'의 경우 근육량 증가를 유도하는 기전을 갖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한미약품은 HM17321의 비만 환자의 근육량 증가가 갖는 이점에 대해 발표한다.

또한 저분자 경구형 치료제로 개발 중인 'HM101460'의 비만·제2형당뇨 치료 효과에 대해서도 발표할 예정이다.

신약개발기업 프로젠은 GLP-1·GLP-2 이중작용 신약 후보물질 'PG-102' 관련 연구결과 3건을 구두 발표한다. 

PG-102는 자체 개발한 융합단백질 플랫폼 기술 NTIG를 기반으로 개발된 후보물질로 현재 비만과 제2형당뇨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학회에서는 PG-102의 비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한다.

PG-102의 경우 체중 감소 없이도 혈당 조절을 가능하게 하는 '분리된 조절 효과'를 입증하며 체중 감소가 위험한 제2당뇨병 환자군의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장기지속형 주사 비만치료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릴리와 바이킹과 같은 다수의 기존 비만치료제 기업들이 후기 임상 데이터에서 실망스러운 숫자를 공개하며 주가가 하락하는 이벤트가 잦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의 경우처럼 면밀히 검토하면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음에도 주가는 수치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비만·대사 파이프라인의 개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개발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임상 결과 발표에 따른 글로벌 판도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