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ON:위험OFF] 안전조치도, 관리책임도 없던 호반산업 현장…“부상 노동자 홀로 병원에"
"부상자에 병원조차 연결 안 해줘"…은폐·회피 의혹 짙어진 호반산업 대형 파이프에 맞고 쓰러진 노동자, 스스로 병원행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건설현장에서 또다시 산업재해 은폐와 책임 회피가 반복됐다. 법은 있으나 지켜지지 않는 ‘사라진 산안법’의 현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경기도 오산의 토목공사현장에서 낙하물이 추락해 하청 근로자가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는 관리 책임자가 없었고, 필수 안전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또한 사측은 부상당한 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 및 재발방지대책을 외면한 채 산업재해신고를 방해, 사고 사실을 한 달 이상 은폐하는 등 심각한 부조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현재 피해자는 산재보험과 치료비마저 지원받지 못한 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안전관리 부실로 하청 근로자 중상...산업안전 시스템 구멍 드러나
신진건설 소속 하청 근로자 A씨(60대)는 지난 7월 31일 오후 2시 30분경 호반산업이 시행하는 오산 세교2지구 택지개발사업조성공사 3공구에서 굴착기 작업 도중 사고를 당했다. 포크레인 연료를 주입하려고 내려오던 중 교량 상공 약 8~9m 지점에서 떨어진 대형 파이프에 머리를 정통으로 맞았다.
현장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이날 A씨는 안전모를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이프가 머리·목·어깨·등을 덮치며 정신을 잃었다. 사고 직후 발견된 A씨는 파손된 포크레인 캐빈과 산산조각난 유리창 옆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의식을 되찾은 A씨는 사고 충격으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지만, 현장에는 응급조치를 담당할 관리인이나 의료 지원 체계가 없었다는 게 피해자 증언이다. A씨는 “정신을 차리고 주변에서 병원이 바로 옆에 있으니 가보라고 말해줘 스스로 걸어서 병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파이프에 맞고 쓰러진 근로자에 대한 최소한의 응급조치도 없었던 것이다.
이번 사고 현장에선 안전관리의 심각한 부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입수한 사고보고서에 따르면 양씨는 낙하물 전도(굴착기 운전 중 현장 내 미숙한 관리로 인한 넘어짐)로 인해 머리, 어깨, 팔, 다리 등을 다치는 중상을 입었다. 현장에는 경험이 부족한 주유원이 불안전한 작업행동을 했고 관리자도 작업 주변에 대한 관리가 미흡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상공에서 물체가 떨어질 우려가 높은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작업장 인근로 덤프트럭 진입 및 인근 지역 어디에도 ‘낙하물 방지망’ 등 필수 안전시설조차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위험물 또는 기자재가 상부에서 작업 중인 현장에서는 반드시 낙하물 방지망을 설치해야 하나 이번 사고현장은 기본적 안전수칙조차 지키지 않은 충격적 현장사고”라고 지적했다.
층격적인 건 LH가 발주하고 시공사인 호반산업이 시공을 맡은 대형 현장임에도 불구하고 사고 당시 관리·감독자의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안전시설(낙하물 방지망)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이후 한 달이 지난 지금 산재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호반산업 관계자는 “회사 측은 사건에 대해 인지를 하지 못한 상태였다”며 “사실 확인 후 5일 오전 회사 측은 급히 산업재해보고서를 작성해 관할 노동지청에 신고했다”고 답했다. 한 달 넘게 은폐하던 사고를, 취재가 시작되자 즉시 신고한 것이다.
◆중대재해 반복되는 건설현장, ‘책임 회피’ 그리고 사라진 ‘산안법’
A씨는 현재 정상적인 현장 복귀가 어려운 상태로 업체 측에 사고 원인 조사와 더불어 산재보험 요양급여와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업체 측은 소극적 반응을 보이며 책임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현재 A씨는 보상과 치료 과정에서 업체와의 소통 부재, 현장 관리의 미흡, 치료비와 산재 처리에 대한 갈등, 직원 보호시스템의 부재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현장에서 작업 중 산업재해(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해당 업체는 산업안전보건법(산업안전보건법 제57조 및 시행규칙 제73조)에 따라 즉시 산업재해조사서를 작성해 관할 노동지청에 신고해야 하며 부상 근로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을 취하는 것 또한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다.
또한 ‘부상 근로자 조치 및 재발 방지 관련 조항’을 살펴보면 사업주는 부상당한 근로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함께 사고의 원인 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명확히 의무화해야 한다. 여기에 근로자의 신속한 건강진단, 응급조치, 그리고 추가 위험요소에 대한 개선 및 안전교육 등도 포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체 측은 부상당한 근로자 A씨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전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A씨가 산업재해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회유하고 주유소 측에 책임을 떠넘기는 등 책임 회피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법적 조항을 무시한 채 책임 회피와 산재 은폐 행위가 반복되는 모습이다. 신고를 방해하거나 책임을 다른 기관에 전가하는 행위도 산업안전보건법 제57조 ‘산업재해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회유하는 행위’로 간주되며 명백한 법 위반이다.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이 발생한 경우도 해당 사실을 확인한 날(의사의 진단일, 요양 승인일 등)로부터 1개월 이내에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해야 하며, 산업재해보험(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30일 이내 근로자에게 산재보험 급여가 제공돼야 한다. 근로자에 대한 산재보험은 사고 발생일로부터 가입 및 요양 등 조치가 적기 시행돼야 하며, 미이행 시 사업주에게 법적 책임이 부과된다.
피해자의 사건보고서와 증언을 토대로 살펴본 결과 사측의 산안법 위반 조항이 4건으로 추정된다.
산안법 위반 시 기업과 사업주는 영업정지, 과징금, 공공사업 제한, 형사처벌 등 여러 제재를 받을 수 있으며 특히 반복적 혹은 중대재해의 경우, 형사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적용될 수 있다.
지난 2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징벌배상의 범위 확대’와 ‘처벌, 제재 강화’를 거듭 강조하며 산업재해 처벌 강화 의지를 거듭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업주와 업체 측의 소극적인 조치와 법 위반, 책임 전가, 은폐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A씨의 의료진단결과(서울영상의학과 판독 소견서, 서군분정형외과 소견서)를 살펴보면 A씨의 머리 두개골에는 외상성 혈종, 뇌진탕, 소뇌 급성경색, 그리고 왼쪽 상악동에 부비동염 소견이 동시에 확인됐다. 추가적인 MRI 촬영 결과, 두개골 골절 징후는 없으나 외상으로 인해 지속적인 두통 및 신경학적 후유증이 동반되는 것으로 진단됐다.
A씨는 “사고 이후부터 현재까지 머리 부분에 혈액이 응고됐고 어지럼증, 극심한 통증, 공황장애, 가슴 두근거림, 구역질, 수면장애 등 다양한 후유증이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머리부터 다리까지 온몸이 아파 도대체 어디가 아픈지도 모를 정도”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사고 후 피해자는 직접 병원에 가야했으며. 산재처리 및 치료를 모두 감당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적절한 지원과 보장을 받지 못해 더욱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은 시대를 거스른 노동 인권 침해로 해석할 수 있다.
◆관계기관의 각성과 책임 요구 절실
경기도 오산세교2지구 토목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A씨의 사고는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미비 ▲사업주 관리책임 이행 부실 ▲산재처리의 소극적 대응 등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피해자는 사고 이후 구조적 지원부족과 치료비 갈등, 장기후유증 등으로 2차 피해를 받고 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현장 전반의 ▲안전관리 미비 ▲사업주와 원청-하청의 구조적 방치 ▲산업재해 처리 시스템의 허술함이 낳은 참사다. 사고보고서와 진료기록, 피해자 진술 모두가 현장의 총체적 부실을 증명한다. 추락사고 위험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관리감독과 책임자 상주가 절실히 필요함에도 이는 지켜지지 않았으며 피해노동자에 대한 온전한 산재보상 및 치료지원 또한 없었다.
산업현장의 구조적 안전불감증 해소와 피해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조속한 제도개선이 촉구되는 사안이며 정부와 감독 당국의 더 강력한 집행과 사업주의 법 준수 의식 제고가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