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현대미포 합병...‘K-조선·방산’ 선도 발판 마련
27일 이사회서 합병안건 의결...12월 통합 법인 출범 HD현대중공업 존속법인...양‧질적 대형화 경쟁력 제고 2035년 방산 매출 10兆 목표...싱가포르에 투자법인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HD현대가 조선 계열사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를 합병해 K-조선·방산을 선도하는 한편 (통합) HD현대중공업과 함께 조선 부문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투자법인을 싱가포르에 설립한다.
최근 국내 조선업계의 최대 화두인 미국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과 더 나아가 신조까지 바라보고 대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대형 선박 신조에 강점이 있는 HD현대중공업과 중형 선박 건조 및 MRO에 경쟁 우위 요소를 가진 HD현대미포를 하나의 회사로 통합하는 양적, 질적 기능 재편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3사는 27일 각각 이사회를 갖고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양사 간 합병에 대한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존속회사)이 피합병법인인 HD현대미포(소멸회사)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합병이 이뤄진다고 이날 공시했다.
합병은 HD현대미포의 주주들에게 존속회사인 HD현대중공업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합병 비율에 따라 HD현대미포 보통주 1주당 HD현대중공업 보통주 0.4059146주가 배정된다.
양사는 10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이날부터 11월 24일까지 채권자로부터 이의 사항을 제출받을 예정이다. 주식 매수청구일은 11월 12일이며 12월 1일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합병 및 등기까지 완료, 새롭게 출범한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12월 15일이다.
이번 사업재편은 양적‧질적 대형화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함으로써 시장을 확대, 다변화하는 동시에 최첨단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고 HD현대는 설명했다.
주요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 역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국 내 1, 2위 대형 조선사 간 합병을 최근 완료한 바 있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의 출범은 글로벌 1위 중·대형 조선사 간 합병이라는 점에서 종합 역량의 확장, 시장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차별점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합병은 통합 HD현대중공업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방산 분야에서 사업경쟁력을 대폭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다 함정 건조 및 수출 실적을 보유한 조선사로서 이 분야 우수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해 놓았다. 여기에 HD현대미포가 갖춘 함정 건조에 적합한 사이즈의 도크와 설비 및 우수한 인적 역량을 결합함으로써 급증하는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기회를 신속하게 포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5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본격 가동을 앞둔 상황과 전 세계 각국의 해군력 강화 움직임이 지속됨에 따라 K-방산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군사 전문지 제인스(Janes)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글로벌 함정 신규 계약 시장 규모는 총 2100여척으로 그 금액만 약 3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방산 분야에서 오는 2035년까지 연 매출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또 통합 HD현대중공업은 북극권 개발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쇄빙선 등 특수목적선 시장에서 양사가 보유한 다양한 실적을 통합해 해당 분야 시장 진입 기회를 확대하고 점유율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친환경 신기술 선점을 통한 기술 초격차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양사의 R&D 및 설계 역량을 결집해 중형선에서 대형선으로 신기술 적용을 확장해 나감으로써 기술개발에 따른 리스크는 낮추고 시간과 비용은 줄여 친환경 규제에 따른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HD한국조선해양은 통합 HD현대중공업과 함께 조선 부문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투자법인을 설립한다.
싱가포르에 설립되는 이 법인은 올해 12월 설립 예정으로 HD현대베트남조선과 HD현대중공업필리핀(수빅조선소), 최근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인수한 베트남 법인, HD현대비나(가칭) 등 해외 생산 거점을 관리하면서 신규 야드 발굴과 사업 협력 등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허브 역할을 맡게 된다.
이는 경쟁력 있는 해외 야드를 활용해 벌크선과 탱커(유조선) 등 중국 조선사들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반 상선 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하는 한편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효율화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번 사업재편은 더 넓은 시장과 더 강한 조선을 목표로 전략적으로 고민한 결과”라며 “통합 법인 출범으로 시장 확대와 초격차 기술 확보를 이뤄내 미래 조선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