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비만 넘어 지방간염까지…국내사도 개발 박차
MASH 치료제 FDA 승인 주요 병태 비만…GLP-1 계열 경쟁력 한미약품‧디앤디파마텍 등 개발 활발
|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글로벌 의약품 중 최초로 MASH(대사이상 지방간염) 적응증 승인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환자가 4억여 명에 이르며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MASH 치료제 개발을 위해 국내 기업들의 개발 열기도 뜨겁다.
MASH는 알코올 섭취 없이도 간에서 염증과 섬유화 등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증상 악화 정도에 따라 간경화·간부전 등이 유발되고 심할 경우 간암으로도 이어진다. 그동안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으로 불렸지만 질병의 대사적 요인을 간과하게 한다는 전문가들이 지적이 반영돼 지난 2023년 MASH로 공식 명칭이 변경됐다.
2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MASH 치료제로 가속 승인했다. GLP-1 계열 의약품으로는 최초이자 전 세계적으로는 두 번째 MASH 치료제가 탄생한 것이다.
이로써 위고비는 비만 및 심혈관 위험 감소뿐 아니라 MASH 치료까지 가능한 다중효능 치료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위고비는 주 1회 투여하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로 혈당 조절과 인슐린 분비 촉진을 통해 식욕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해외 유명인들의 체중감량 효과 간증이 이어지며 크게 유명세를 탔다. 또 동일 성분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으로도 쓰인다.
MASH 치료제는 개발이 어려운 질환 특성으로 인해 미충족 수요가 높은 편이다. 지난해 3월에서야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레즈디프라(성분명 레스메티롬)’가 유일하게 FDA의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특히 MASH는 비만과 대사질환으로 인해 간에 염증과 섬유화가 생기는 만성 질환으로 전 세계 과체중·비만 인구의 약 3분의 1이 겪고 있다. 최초 승인을 받은 레즈디프라는 직접적인 체중 감소 효과가 없어 GLP-1 계열인 위고비가 해당 적응증을 획득한 점은 큰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 MASH 환자 수는 4억 40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MASH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37년 505억 달러(약 7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 디앤디파마텍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GLP-1 계열 MASH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MASH 환자는 지난 2021년 기준 약 41만 명에 달한다.
한미약품은 현재 글루카곤(GCG), 위 억제 펩타이드(GIP), GLP-1 삼중 작용제인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의 위약 대비 치료 유효성, 안전성, 내약성 등을 확인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 2b상을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또 미국 머크(MSD)에 지난 2020년 1조 1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 한 MASH 치료제 후보물질 ‘에피노페그듀타이드’도 글로벌 2b상이 진행 중이다.
디앤디파마텍도 GLP-1과 GCG 이중 작용제 ‘DD01’을 개발 중이다. 지난 6월 발표된 임상 2상 12주차 중간 데이터에서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지방간 감소 효과를 보여 1차 평가 지표를 조기 달성했다.
특히 12주 투약만으로 경쟁 약물 대비 빠른 간지방 제거 및 체중 감소, 혈당 조절의 차별적 효능을 입증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내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GLP-1 계열을 중심으로 한 MASH 치료제 개발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 확실한 장기 임상 데이터가 부족한 만큼, 신속한 개발과 동시에 안전성·유효성 검증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