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ON:위험OFF] OCI 화학공장 누출사고, 무책임·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인재’
OCI, 반복되는 현장 사고…기업 책임 회피 논란 ‘안전 불감증’ 기업 문화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후 기업 현장에는 구조적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안전관리는 단순한 규정 준수가 아니라 기업 생존과 직결된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기획에서는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추진 중인 리스크 관리 체계, 스마트 안전시스템 도입 사례, 내부 조직문화 변화 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개선 시도와 그에 따른 문제점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산재 사망 근절이라는 목표 아래 우리 산업 현장의 실태와 변화과정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편집자주]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산업계가 산업 안전 사고 예방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이 대통령은 지난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삼립 시화공장을 직접 찾아 작업 환경과 노동 실태를 비판했고 잇따른 사망사고가 이어진 포스코이앤씨에도 강하게 경고를 보냈다.
이처럼 거듭되는 산업계 안전사고와 정부의 강력한 경고에 기업들도 안전관리 강화에 보다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SPC는 장시간 야간노동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으며 포스코이앤씨는 긴급 안전점검이 끝날 때까지 모든 작업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고용노동부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마련 중이다. 안전·보건 조치 위반에 대한 과태료를 강화하고 반복적·다수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는 과징금 제도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여전히 산업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의 안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OCI 포항공장에서는 고온 타르가 누출돼 20대 근로자가 전신 2도 화상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과거부터 반복된 유해물질 누출 사고를 거론하며 “OCI의 안전 관리 체계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반복되는 군산 공장 사고 근로자 안전보다 중요한 이윤?
그동안 OCI는 여러 차례 가스 및 화학물질 관련 사고를 일으키며 지역사회와 근로자들을 불안감에 떨게 했다. 공식화된 언론 보도와 문서 내용을 미루어 볼 때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OCI 군산 공장에서 일어난 사고는 23건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부분은 민주노총 전북본부에서 그동안 군산지역에서 발생한 누출 사고 건수들을 모두 OCI에서 발생한 사고로 오인하여 발표된 것으로 회사 측은 설명했다.
화학물질안전원을 통해 공식화된 OCI 군산공장의 사고 건수는 2014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총 6건에 달한다. 2023년 9월에는 OCI군산공장내 폐산(물 60%, 질산 40%) 위탁처리과정에서 탱크로리 배관균열로 폐산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주민 대피 및 방재조치가 이루어졌고, 같은 달 25일에는 인산공정 대정비 중 황린(백린) 누출로 2명의 작업자가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폐혼산 노출사고에 대해 회사 측은 “운반업체의 차량관리의 미흡으로 인해 폐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실제 관계 기관의 행정처분도 운반업체를 대상으로 처분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OCI의 반복되는 화학사고로 지역 주민 불안과 지자체는 당국의 관리 강화 요구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2023년 사고 당시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고용노동부와 OCI 등 관련 기업 측에 공장의 반복적인 화학물질 누출 사고에 대해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원인규명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안전관리 인력 보강 ▲현장 점검 및 비상 대피체계 강화 등에 대해 당국의 엄정한 관리·감독을 요청하기도 했다.
OCI 군산 공장의 가장 큰 사고는 지난 2015년 발생한 유독물질 누출 사고다. 2015년 6월 군산 OCI 폴리실리콘 제조공장에서 사염화규소(SiCl₄) 약 62kg이 누출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16명이 병원 치료를, 100여 명이 정신·건강 상담을 받아야 했다. 사고 직후 지역 일대는 하얀 연기가 하늘을 뒤덮을 정도였으며 독성 화학물질이 외부로 퍼지면서 인근 농경지의 일부 농작물이 갈색으로 변하는 등 환경 후유증을 크게 앓았다.
이 사고는 10여년간 사고 다발의 시발점이었으며 정확한 사고 내용은 폴리실리콘 공정 내 탱크 상부 노출 밸브를 통해 누출을 감지, 지그 이용 누출방지 시도 중 과압 발생으로 인한 실리콘테트라염화물이 누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안타까운 건 2013년부터 산업안전청과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잦은 누출 사고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여러 차례 대대적인 점검과 제도개선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한 것이다.
새만금지방환경청은 OCI 군산공장의 반복되는 사고 원인으로 ‘공장 시스템’과 ‘근로자 관리 문제’를 꼽았다. 노후한 시설을 주기적으로 교체한다지만 미세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처리되지 않고, 근로자들이 사고 대응 매뉴얼을 반복 숙달하지 않아 사고 때 대처가 미흡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새만금환경청 관계자는 "OCI 군산공장에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다 보니 더 큰 사고 위험과 주민 불안이 상존한다"며 "공장 노후 시설 교체와 근로자 관리 문제에 더 신경 쓸 수 있도록 관리·감독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OCI 측은 "가스누출을 감지하고 바로 밸브를 차단했다"며 “가스누출 사고 예방을 위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OCI 군산공장의 사고가 잦다 보니 인근 주민들의 한숨도 깊다. 군산 해망동에 거주 중인 강모(63)씨는 "OCI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사고만 해도 수도 없고 항상 큰 사고가 터질까 불안해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OCI 같은 대형 제조업체 공장이 들어서면서 군산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도 매우 클 것이라 생각한다”며 “안전 관리 시스템을 잘 구축해 지금보다 안전한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OCI는 군산 이외에도 포항, 광양 등 전국 여러 지역에 공장이 있다. 그 중 OCI 군산공장은 유해 화학물질 누출과 가스 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회사 측은 가스 누출사고 때마다 종합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사고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안전 전문가에 따르면 “화학물질 유출사고는 발생 시 막대한 피해를 불러일으킨다”며 “반드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공장 안전 시스템 구축 마련 및 처벌 규정 신설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사고 후 뒷 수습만”...안전관리, 구조적 문제 ‘심각’
지난 달 발생한 OCI 포항공장의 타르 누출사고도 과거 OCI 공장사고의 연장선상에 있다.
OCI 포항공장도 과거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수차례 발생해 지역민들을 불안에 떨게했다. 지난 2014년 당시 화학물질 저장탱크에 보관 중이던 고온의 액상 피치 일부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으며 2020년 3월에도 액체 화학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포항신항 내 저장탱크에서 공장으로 이어지는 수 ㎞에 이르는 원료수송관로 일부에서 제품원료로 쓰이는 카본블랙오일 100ℓ 정도가 누출되면서 인근 주민들은 심한 악취에 두통과 메스꺼움을 토로했다.
지난 달 사고도 타르 누출로 인한 사고다. 20대 근로자 A씨는 설비 순찰 중 고온 타르 누출 사고를 당해 옆구리와 팔, 다리에 2도 화상을 입었다. 당시 피해자는 즉시 응급처치를 받고 현재 대구의 전문 화상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단순한 작업자의 부주의가 아니라 OCI 공장 전반 자체의 안전 관리시스템 미흡, 노후화된 설비, 그리고 기업의 안전 투자 소홀이라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또한 유사사고가 여러 차례 반복됐다는 점도 뒷수습을 하지 않는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학 소재 생산 공장에서 빈번하게 발생되는 사고는 화재, 폭발, 화학물질 누출, 중독 및 질식 사고 등이다. 원인으로는 설비 결함, 관리 부실, 작업자 실수, 안전장치 미비 등이 대표적이다.
OCI 포항공장의 경우 피치, 카본블랙, 무수프탈산 등 다양한 화학 및 소재를 생산하는 곳으로 화재, 폭발, 화학물질 누출, 중독 및 질식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어 ▲기계 보호장치 설치 ▲개인 보호구 착용 ▲화학물질 안전관리 ▲정기 점검 및 교육 강화 ▲작업 환경 개선 등의 안전관리 사안들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엄격한 안전관리가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화학물질 누출, 폭발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은 회사가 안전보다는 생산성과 비용에만 치중하는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다는 걸 방증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사고 발생 당시 바로 관련기관들에 조사를 받은 상태”며 “설비 문제, 노후 결함에 대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고 후 바로 신고 조치를 했으며 조사결과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답했다.
사고 후 직원에 대한 보상 관련 질문에는 “직원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으로 환자가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회사 측에서 모든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OCI는 수익성에 몰두하면서 정작 가족의 생계를 지탱하는 노동자의 안전을 경시한다는 것이 이번 사고로 다시 확인됐다”며 “이제는 단순한 사후 보상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안전관리 체계 전환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사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OCI를 포함한 다수 대기업은 비용절감과 생산성 위주 경영에 치중해 안전관리를 후순위로 밀어왔기 때문이다.
둘째 기업의 대처능력과 책임 의식에서 심각한 결함이 드러난다. 과거 군산 사고 이후에도 피해 보상과 사고 원인 공개에 있어 회사 측은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며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포항 사고 발생 후에도 기업 측은 자세한 사고 경위를 밝히는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OCI 측은 포항공장 사고에 대해 “회사 방침상 세부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다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점은 없고 피해자의 쾌유를 진심으로 바라며 치료를 돕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상(산안법) 현재 ‘2인 1조 작업’은 권고 되는 상황이지만 대부분 위험한 작업을 하는 야간 현장에서는 2인 1조 작업이 선택이 아닌 필수적 사안으로 이뤄지고 있다. 2인 1조 작업은 위험작업에 한해 사업주가 권고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안전조치다.
OCI 측은 작업자들의 야간작업시 2인1조 순찰 여부와 작업 환경, 근로자 야간 근무시 교대 여부에 대한 질문에 “내부적인 내용은 공개하기가 어렵다”며 “다만 법적으론 문제되는 부분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단독 순찰을 했다 하더라도 현재는 모든 위험 작업 현장에 ‘2인 1조 작업’ 의무화가 법 개정 추진 중에 있어 법적 문제는 아니라는 의미다. 현재 법규상 당장의 법적책임은 피할 수 있지만 위험한 작업을 ‘나 홀로’ 하도록 방치했던 OCI의 안전관리 무책임은 결국 위험이 아래로 흐르듯, 반복된 사고와 근로자들의 희생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정부와 관련 기관들의 감독과 규제도 미흡하다. 독성가스시설에 대한 점검 주기를 단축하고 독성가스부가 신설되는 등 기관 차원의 개선 노력은 있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점검이 형식적이고 즉각적인 사고 예방책 마련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에 따라 근본적인 위험 요소 제거 없이 사고는 계속 재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OCI의 반복된 사고는 단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 안전 경영의 실패와 정부 감독 시스템의 허점이 맞물린 결과다. 노동자의 안전이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지역 주민들의 불안은 커져감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책임 회피와 미온적 대응에 머무르고 있다.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또 다른 인명사고와 환경오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