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 안정성 점검]⑪ 더리본, 자본잠식 ‘심각’…10대 상조사 중 최악[The SIGNAL]

총자산 중 부채 145%…불어나는 영업적자 특수관계자 투자·대여금 無 금융자산 안정 운용 해약이익금 매년 증가세, 덕분에 당기순익

2025-08-20     신연수 기자
더리본의 자본잠식이 선수금 상위 10개 기업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더리본 CI. / 사진=더리본

지난해 위드라이프가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폐업했다. 고객들은 부금의 50%는 거의 환급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50%는 날리게 된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에서 상조는 생활 속 '필수 서비스'가 됐다. 상조업의 가파른 성장세 속에 폐업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규모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를 보호할 규제나 법안이 부족해 상조 가입 시 회사의 재무상태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상조회사들의 재무제표와 문제점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 더리본(대표이사 박명하)이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달성했지만, 자본잠식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수금 대비 금융자산 비율이 낮았다.

더리본은 지역 최대 민영방송사인 KNN이 출자해 2009년 설립된 상조회사다. 지난해 말 기준 57.78%의 지분을 보유한 허준 전 대표가 최대주주이다. 이어 KNN이 5.0%, 기타 주주들이 19.83%와 17.3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더리본의 주요 재무지표 / 자료=금융감독원, 표=신연수 기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더리본은 지난해 말 기준 부금선수금(선수금)은 3059억원으로 업계 8위다. 선수금은 고객이 미래에 발생할 장례 준비를 위해 상조회사에 미리 납부하는 돈이다.

그러나 더리본의 총자산은 선수금의 74.3%(2273억원) 수준으로 100%에 크게 못미첬다. 상위 10개사 중 100%에 미달하는 업체는 ▲부모사랑(87.5%) ▲대명스테이션(90.3%) ▲보람상조리더스(90.5%) ▲더피플라이프(97.8%) ▲보람상조라이프(98.4%) 등이 있다.

특히 현금화가 어려운 장기선급비용(모집수당, 678억원)을 제외한 실질자산은 1595억원으로 선수금의 52%에 불과하다. 

즉, 더리본은 가입 고객의 선수금을 온전히 보장해 주지 못하는 재무상태다. 청산 시 해약환급금도 다 지급할 수 없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0년 할부거래법을 개정, 선수금의 50%를 은행이나 상조조합 등에 예치하도록 의무화했다. 선수금 규모는 커지는 데 비해 상조회사의 파산·기업 회생 절차 돌입 시 소비자를 보호할 규제가 없어 선수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리본은 선수금의 15.7%(예치금 기준)만 상조보증위탁금으로 예치하고 있다. 선수금 예치 비율을 맞추기 위해 보증계약을 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외 돈은 각종 자산에 투자하거나 자체 유형자산 등으로 운용 중이다.

더리본의 부금선수금 관련 지표 / 자료=금융감독원, 표=신연수 기자

◆특수관계자 거래 없고 금융자산 안정운용

더리본은 타 상조회사와 달리 특수관계자가 없고, 관련 거래도 아예 없다. 또 보람상조, 부모사랑처럼 위험한 투자는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 기준 더리본의 예금·장단기금융상품·채권·주식·대여금 등을 합한 금융자산은 1159억원으로 전년(980억원) 대비 179억원 늘었다. 선수금의 37.9% 수준이다. 선수금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빈약하지만, 특수관계자에 대한 부담은 없다.

또 금융자산 중 655억원은 현금성 자산 및 장단기금융상품이고, 나머지는 한국상조공제조합 출자금 20억8000만원과 상조보증위탁금 48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말 이자수익이 17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으로 추정된다.

더리본의 주요 수익지표 / 자료=금융감독원, 표=신연수 기자

◆16년째 적자의 늪 허덕…해약이익 많아

더리본은 16년째 상조업을 영위해 오고 있지만, 적자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본잠식이 심각한 상태였다.

더리본의 지난해 말 총자산(2273억원) 대비 부채는 3292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무형자산과 장기선급비용을 제외한 실질자산 기준으로 봐도 선수금 부채 대비 실질자산 비율은 52%로 선수금 상위 10개사 중 최악으로 나타났다.

영업적자 규모는 2021년 191억원에서 2022년 97억원, 2023년 32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52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사망이 제한적이어서 장례 매출 자체가 크게 늘지 못한 가운데, 신규 회원 모집을 위한 광고비 등 지출이 많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선수금이 쌓이면서 이자수익이 크게 늘어났지만, 아직 영업적자를 메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특이한 점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영업외수익인 '해약이익' 덕분으로 풀이된다. 해약이익이란 회원이 장례 등을 이용하지 않고 중도 해지했을 때 해지 전까지 납부한 누적 선수금과 모집수당을 제외하고 고객에게 지급한 환급금의 차액을 말한다. 환급금과 모집수당을 합한 금액이 선수금 납입금액보다 적으면 해약이익이 발생한다.

더리본은 2021년 144억원에서 2022년 49억원, 2023년 26억원으 등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해 7억원으로 순이익을 달성, 흑자전화했다.

같은 기간 부금해약이익은 ▲2021년 46억원 ▲2022년 33억원 ▲2023년 34억원 ▲2024년 36억원으로 집계됐다. 고객의 상품 해약이 많았다는 입증하는 대목이다.

선수금 유입 대비 해약금 지출 비율도 높았다. 지난해 총 627억원의 선수금이 납입됐고, 이 가운데 환급 및 해약금은 57.8%(362억원)만 빠져나갔다. 이는 보람상조보다 높은 수치로 알려졌다.

해약환급금은 고객이 상품을 해지하면 납부한 부금의 70%만 돌려받고, 30%는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더리본에 따르면 고객이 일시에 해약을 요구할 경우 지급해야 할 해약환급금은 선수금의 76.5%(2340억원)로 해약손실은 약 23.5%에 불과하다.

해약환급금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에 따라 지급된다. 정기형 상조상품은 ‘누적 납입금-누적 관리비-모집수당 공제액’으로 계산된다. 누적 납입금이 누적 관리비와 모집수당 공제액을 합한 것보다 적으면 해약환급금은 ‘0’으로 산정돼 초기 해약자는 사실상 환급받기 어려운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