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파마 투자 저하…K-제약바이오, 신생 스타트업에 주목해야
글로벌 제약사 R&D 비용 지출 감소 추세 신생 스타트업 통해 성장 동력 확보 빅마파 재인수 전략 증가 전망
|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 다국적 제약사들의 매출 감소가 가시화되며 전 세계적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가 경직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신생 스타트업과 적극적으로 협업을 도모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1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절벽이 다가오면서 글로벌 빅파마들의 매출 감소가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향후 5년간 특허 만료로 인해 약 3000억 달러(약 416조원) 이상의 잠재적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오는 2028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특허가 만료될 예정으로 개발사인 머크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애브비, 존슨앤존슨, 로슈 등 역시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빅파마들은 매출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 파마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바이오 전체 R&D 지출 연평균 성장률은 201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7.7%에 달했지만 2024년에서 2030년까지는 2.9%로 둔화된다. 또 전체 R&D 지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상위 10대 제약사의 매출 대비 R&D 비중 역시 2023년 28.8%에서 2030년 20.7%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은 R&D 비용을 직접 크게 쓰는 대신, 라이선스 계약이나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약 개발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신생 스타트업(New Company)’의 활용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자체적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기보다, 별도의 스타트업을 세워 자본을 투자해 개발을 진행한다. 신생 스타트업은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을 빠르게 개발하고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운 지역에서 임상을 진행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한다. 성과가 나오면 특허 만료를 앞둔 대형 제약사들이 이를 인수해 제품화하는 방식으로 신약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즉, ‘스타트업→초기 개발 및 임상→빅파마의 인수’의 흐름이다.
최근 벤처캐피털(VC)과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생 스타트업을 거쳐 중국 바이오텍의 자산이나 권리를 인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례로 미국 바이오텍 서밋테라퓨틱스는 중국 바이오벤처 아케소가 개발한 이중표적항체의 글로벌 판권을 도입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디앤디파마텍, 나이벡, 에이비온 등이 신생 스타트업을 통해 기술이전을 진행했다.
신생 스타트업을 통한 기술이전 방식의 장점으로는 ▲신속한 집중 개발 ▲빅파마 경험 활용 ▲시장의 간접적 가치 검증 등이 꼽힌다.
신생 스타트업은 대형 제약사 대비 소수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기 때문에 통상 개발 속도가 빠르고, 임상 진입도 상대적으로 신속한 편이다. 또 빅파마 출신 인재를 적극 채용해 임상 설계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향후 재기술이전이나 M&A에 유리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생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신약 개발의 노하우와 역량이 축적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신생 스타트업이 상장하거나 자금을 조달할 경우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신생 스타트업이 상장하기 전에는 전략적으로 기업에 대해 비공개하는 경우가 있어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따른다"며 "해당 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설립 경험을 보유한 VC의 협력 여부와 자금 조달 역량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신생 스타트업을 활용하는 방법은 미중 갈등, 생물보안법 등을 우회하고 세금·회계·R&D 책임 분산과 시장 확대를 노리는 것이 특징으로, 최근 증가하는 추세"라며 "신약 후보 파이프라인과 판권을 분리해 미국 혹은 유럽 신생 바이오텍에 이전한 후 다국적 제약사가 이를 재인수하는 전략이 산업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