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리그 흥행에 제동… 판정 불신 커지며 신뢰도 ‘위태’
|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가 연일 이어지는 오심과 판정 논란으로 팬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단순한 판정 실수를 넘어 심판위원회와 대한축구협회(KFA)의 대응 방식까지 도마 위에 오르며 흥행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K리그2(2부) 전남 드래곤즈와 천안시티의 24라운드 경기에서 나온 오심이 대표적이다. 명백한 온사이드 상황에서 골이 취소됐지만, 협회는 ‘VAR 캘리브레이션 오류’라는 기계적 결함 탓으로 돌렸다. VAR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심판의 보조 수단임에도 오히려 기계가 내린 잘못된 라인에 매달려 원심을 뒤집었다. VAR 프로토콜상 판독이 불가할 경우는 원심 유지가 원칙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판정은 오심으로 귀결됐다. 팬들의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협회는 보도자료와 자체 제작 콘텐츠 ‘VAR ON’을 통해 뒤늦게 해명했다. 그러나 정작 피해 구단인 전남에는 단 한 마디의 사과조차 없었다. 공문 항의에도 답변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심 못지않게 협회의 불성실한 태도가 분노를 키웠다. 전남은 직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결론: 오심’이라는 문구를 게시하며 협회의 불투명한 소통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오심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구단과 팬들의 몫으로 돌아갔지만, 협회는 책임을 기계에 떠넘긴 채 미디어 대응에만 몰두했다.
문제는 이런 논란이 특정 경기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15일 열린 K리그1(1부) 포항 스틸러스와 FC안양의 26라운드 경기에서도 판정 일관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반 49분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포항 이호재(25)와 안양 김정현(32)이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이호재의 팔꿈치에 김정현이 맞아 얼굴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지만, 주심은 옐로카드에 그쳤다. 반면 후반 41분에는 같은 팔꿈치 사용에도 결과가 달랐다. 안양 권경원(33)이 포항 주닝요(28)를 막는 과정에서 팔꿈치를 썼고, 이번에는 곧바로 레드카드가 나왔다. 비슷한 상황에서 한쪽은 경고, 다른 한쪽은 퇴장이라는 상반된 판정이 나오면서 선수와 팬 모두에게 당혹감을 안겼다.
전북 현대의 외국인 공격수 안드레아 콤파뇨(29)의 지적도 판정 불신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심판 성향이 제각각이라 선수들이 준비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매 경기 심판의 스타일이 바뀌는 현실 속에서 선수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지 혼란을 겪고 있다. ‘일관성’이라는 최소한의 신뢰가 무너진 셈이다.
문진희(62) 심판위원장의 발언은 불신을 더욱 키웠다. “K리그2 심판 중 10명은 국제심판을 키우기 위한 어린 심판”이라는 그의 설명은 곧 K리그가 심판 양성을 위한 훈련장이라는 선언처럼 들린다. 프로 무대에서조차 경험 부족을 이유로 오심이 용인되는 구조라면 팬들이 “실험 무대”라는 냉소적 시선을 거두기 어렵다. 흥행을 이끌어야 할 무대가 되레 심판 교육장으로 전락한 꼴이다.
협회가 지난 2020년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심판 관리권을 가져온 이후 심판 자질 저하와 오심 증가는 하나의 일상처럼 굳어졌다. 책임 있는 시스템 개편은 뒷전이고, VAR 기계와 경험 부족 탓만 반복되는 현실 속에서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팬들 사이에서 “K리그는 심판 리그냐”는 자조 섞인 반응까지 나오는 이유다. 흥행을 위해선 판정 신뢰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K리그는 그 기본 전제가 무너지고 있다. 오심과 불투명한 해명, 일관성 없는 판정, 책임 회피성 태도가 누적되며 팬들의 피로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