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비만치료제 열풍…릴리 능가할 K-제약바이오 기업은

글로벌 빅파마 경구용 비만치료제 결과 기대 하회 일동제약·한미약품·디앤디파마텍 등 하반기 임상 결과 발표 "후발 주자 기회 있어"

2025-08-13     이소영 기자
먹는 비만 치료제 개발 열풍이 지속되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임상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픽사베이

|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 주사제 위주의 비만 치료제 시장이 경구용 제형으로 시장 흐름이 바뀌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들보다 우수한 임상 성과를 확보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가 최근 공개한 GLP-1 기반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의 임상 3상 주요 지표 결과가 시장 기대를 밑돌았다.

오르포글리프론을 72주 투약한 결과 36㎎ 투약군에서 평균 12.4% 체중 감소가 확인됐다. 부작용으로 인한 중단율은 최고용량에서 약 10%였다. 이는 경쟁사인 노보노디스크의 '리벨서스(Rybelsus)'의 감량 효과인 15%를 밑도는 수치다. 

이 같은 결과에 시장에 기대감이 꺾이면서 일라이 릴리의 주가는 14.14% 하락했으며, 한 주간 시가총액 1367억 달러(약 190조원)가 사라졌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르포글리프론은 기존 주사제 대비 체중감량 효과가 다소 낮을 수 있으나 경구 복용의 편의성을 갖췄고 펩타이드 기반이 아닌 저분자 신약으로 생산성과 대량 공급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번 데이터가 게임 체인저급으로 압도할 만큼의 수준이 아니었기에 경쟁 빅파마 및 후발 주자들에게 기회가 여전히 있다"고 덧붙였다.

경구용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임상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동제약은 경구용 저분자 GLP-1 비만 치료제 'ID110521156'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미국 당뇨병학회(ADA 2025)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100㎎ 중용량군에서 하루 1회 4주간 투여한 결과 평균 6.9%, 최대 11.9%의 감량 결과를 보였다. 또한 기존 GLP-1 계열 약물 중 위장계 부작용이 적고 내약성이 우수해 약물 증량 없이 투약이 가능하다. 

특히 저용량에서 우수한 체중 감소 및 내약성을 보이며 고용량(200㎎) 주요 지표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며 고용량 결과는 9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후 임상 2상에 돌입할 계획으로 출시일은 임상 결과에 따라 2027~2028년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도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를 개발하고 있다. 초기에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로 개발을 시작했으나 경구용으로 확장 개발되고 있다.

독자 기술인 랩스커버리 기술로 약물의 지속성, 투약 간격, 부작용 최소화 등의 차별성을 확보했다. 임상 2상에서 위약군 대비 평균 7~10% 이상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으며 위장 부작용 감소, 체중, 혈당, 심혈관 예방 효과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확인했다. 

국내와 글로벌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연내 임상 3상을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 임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 국내 상용화를 목표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미국 파트너사 멧세라를 통해 GLP-1 계열 유사체 'DD02S'를 개발하고 있다. 독자기술인 오랄링크 플랫폼이 적용돼 경구용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으며 흡수 효율도 개선됐다. 전임상을 통해 리벨서스보다 12.5배 이상 높은 생체 흡수율을 확인했다. 

북미에서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글로벌 임상을 확장할 예정이다. 이르면 연말에 글로벌 임상 1상 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 임상 결과 공개 후 2027년 안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라이 릴리를 통해 경구용 비만 치료제 개발이 어렵다는 점이 재확인 됐다"며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매우 좁은데 일라이 릴리를 넘어서는 성과를 낼 경우 엄청난 성장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