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말고 당뇨도…‘위고비·마운자로’ 급여 등재 추진

동일성분 ‘오젬픽’ 급여 등재 재추진 마운자로 국내 첫 ‘혁신 만성질환 신약’ 목표 급여 약가 최대 변수

2025-08-06     김동주 기자
마운자로, 위고비. /한국릴리, 연합뉴스

|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당뇨병 치료제로서 국내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비급여로 분류된 비만 적응증과 달리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과 한국릴리는 자사의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치료제들의 2형 당뇨병 적응증 관련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추진 중이다. 

이들 치료제는 비만 치료제로 널리 알려졌지만, 최초 허가는 당뇨병 치료 적응증으로 받은 약물들이다. 

실제로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티드는 체내 식후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포만감을 유도하는 GLP-1 수용체 작용제로,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성분이 동일하다. 단지 함량과 제형을 달리해 오젬픽은 당뇨병, 위고비는 비만 치료제로 구분돼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보다 먼저 오젬픽을 통해 국내 당뇨병 시장 진입을 시도한 바 있다. 지난 2022년 4월 국내 품목허가를 받은 오젬픽은 이듬해인 2023년 5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를 통과하면서 급여 등재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노보 노디스크 측이 갑작스럽게 계획을 철회하며 출시가 무산됐고, 회사는 글로벌 수요 급증으로 인한 공급 불안을 그 배경으로 설명했다. 이후 올해 상반기부터 오젬픽에 대한 급여 등재를 재추진하고 있다.

릴리 역시 마운자로의 국내 출시와 급여 등재에 시동을 걸었다. 마운자로는 GLP-1과 함께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티드) 수용체에도 작용하는 최초의 이중효능제다. 

국내에서는 아직 비만과 당뇨병 적응증 모두 미출시 상태이나, 최근 릴리는 당뇨병 적응증으로 급여 등재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해 현재 약평위 상정을 앞두고 있다. 또한 비만 적응증은 이르면 8월경 비급여로 출시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마운자로가 당뇨병 치료제로 ‘젭바운드’가 비만 치료제로 각각 사용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두 적응증 모두 마운자로라는 하나의 제품명을 사용하기로 했다. 특히 릴리는 마운자로를 통해 ‘혁신 신약 ICER(비용효과성평가) 탄력 적용’을 국내 만성질환 약제 중 최초로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획기적인 체중 감소 효과와 혈당 개선 효과를 입증하며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이들이 국내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급여 지위를 확보할 경우, 기존 치료 패러다임 변화는 물론 제네릭 진입이 어려운 신약 중심 시장 재편도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GLP-1 계열 치료제들은 기존 당뇨병 치료제 대비 혈당 조절뿐 아니라 체중 감소 효과까지 동시에 보여주면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특히 건강보험 급여 등재 여부에 따라 국내 도입 속도와 시장 반응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급여인 비만 적응증과 달리 당뇨 적응증은 건강보험 보험 급여 진입이 필수적인 만큼 이들 품목들의 급여 협상 결과가 중요하다. 건보 급여 등재 과정에서 다소 낮은 약가가 책정될 경우, 출시가 무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지난 2023년 오젬픽의 급여 등재 철회 이유 중 하나로 낮은 약가를 꼽는다. 같은 GLP-1 유사체 계열 당뇨치료제인 릴리의 ‘트루리시티(성분명 둘라글루타이드)’의 건보 급여 상한액은 현재 0.75mg의 경우 1만 8832원, 1.5mg는 3만 666원인 것을 감안하면 오젬픽 역시 유사한 약가 수준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 노보노디스크제약 관계자는 “약가가 낮게 책정돼 급여 등재를 철회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당시 오젬픽은 심평원과 약가 협의를 마쳤으나 일시적인 전 세계적 공급부족 상황으로 인해 건강보험공단과의 협상이 중단됐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소 낮은 약가가 책정된다면 제약사 입장에서도 생각이 많아질 것”이라며 “비급여로 판매되고 있는 비만 치료제들의 수익성이 훨씬 좋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