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유럽 전기차' 집중은 '미국발 관세 충격' 완화 전략
유럽 친환경차 비중 61.2%에 달해...유럽시장 비중 확대해야 미국발 관세리스크 분산 대안으로 유럽 친환경차 시장 주목
| 한스경제= 곽호준 기자 | 한·미 관세 협상이 불투명한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유럽 친환경차 시장에 주력하는 전략이 미국발 고율 관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9일 하나증권 리서치센터가 공개한 유럽 자동차 판매 동향에 따르면 유럽 자동차 시장은 전반적인 수요 위축 속에서도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는 상대적으로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기준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5% 감소했으나 전기차(EV, PHEV)의 판매는 21% 늘었고 하이브리드(HEV)는 5%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가솔린차와 디젤차는 각각 24%, 33% 급감했다. 이는 유럽을 중심으로 강화되는 탄소 배출 규제가 내연기관 차량의 수요를 억제하고 전동화 모델로의 전환을 촉진한 데 따른 결과다.
이같이 유럽의 정책과 추세에 따라 자동차 시장은 친환경차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유럽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합산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10% 상승한 61.2%에 달한다.
자동차 업계는 미국 자동차 관세 리스크 분산의 대안으로 유럽 친환경차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유럽에서 전기차 중심의 확대 전략이 구체적인 판매 성과로 이어질 경우 미국 관세 충격이 상당 부분 흡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유럽 시장 비중 확대를 통해 미국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완성차업체 상하이자동차(SAIC)의 유럽 내 급부상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상하이자동차는 지난해 6월 누적 판매(15만3000대)에서 테슬라(11만대)를 추월하며 유럽 친환경차 공략의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힌다.
현대차·기아도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양사의 유럽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9% 증가한 2만2000대를 기록하며 전체 판매의 25.5%를 차지했다.
모델별로 ▲현대차 캐스퍼EV 3406대 ▲기아 EV3 5781대 등 신차가 판매 성장을 견인했다. 다만 기존 주력 전기차 모델인 현대차 아이오닉5·6와 기아 EV6·9는 오히려 판매가 감소하며 향후 제품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러한 친환경차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기아의 전체 유럽 판매량에서는 내연기관차 부진과 모델 라인업의 한계가 발목을 잡았다. 현대차와 기아의 6월 전체 유럽 판매량 시장점유율은 각각 3.8%(4만7647대), 3.7%(4만5804대)로 합산 7.5%에 머물렀다.
따라서 올 하반기는 전기차의 신차 투입 효과와 라인업 확장이 유럽 시장 점유율 확대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는 인스터의 출시와 아이오닉 시리즈 라인업 확장, 기아는 EV2·EV4·EV5·K4·PV5 등의 신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김승준 현대차그룹 재경본부장 전무는 "현재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호응이 너무 좋은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는 여러 전기차 라인업 확장과 신차 출시를 통해 관세에 따른 영향을 일정 부분 만회할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