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원 '소비쿠폰' 발행에도...카드업계, 낮은 수익성에 마케팅 '침묵'
소비쿠폰 사용처 영세·중소 가맹점 한정..."실익 그리 크지 않아" 간편결제사와 수수료 격차도 존재..."오프라인 수수료 격차 2배"
|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 경기부양의 일환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됐지만 소비쿠폰 발행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카드사들은 별다른 마케팅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는 네이버·카카오페이를 비롯한 간편결제업체들이 소비쿠폰 발행에 맞춰 대대적인 고객 모시기에 나서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0.8로 지난달 보다 무려 2.1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 등으로 88.2까지 하락했던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4월 반등한 이후 꾸준히 상승해 7월 들어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나아가 지난 21일 소비쿠폰의 발행이 시작되면서 향후 소비심리 역시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의 첫 경기부양책인 소비쿠폰은 지난 21일부터 발행을 시작해 22일 기준으로 1428만명에게 2조5860억원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쿠폰 전체 대상자의 28% 수준이다.
소비쿠폰은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부양을 위한 대표 공약 중 하나로 국민에게 15만원을 지급하는 한편 최대 차상위 계층과 한부모 가족에게는 1인당 30만원, 기초생활 수급자에게는 1인당 40만원을 지급한다.
여기에 서울·인천·경기를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 주민에게는 3만원을,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84개 시·군 주민에게는 5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이에 따라 소비쿠폰의 최대 수령액은 45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소비쿠폰 발행의 주체로 꼽히는 카드업계는 별다른 마케팅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실제로 카드업계는 여신금융협회 차원에서 카드사를 통해 소비쿠폰 사용 시 추가 쿠폰을 지급하는 정도의 마케팅 활동에 그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소비쿠폰이 카드사들에게 큰 실익이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소비쿠폰의 사용처가 30억 이하의 전통시장·동네마트·식당 등 영세가맹점으로 한정되어 있는 만큼 수수료율이 낮아 마케팅 비용 대비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비쿠폰의 사용처인 30억원 이하의 가맹점에서 카드사가 거둬들이는 수익은 0.4%~1.45%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행전안전부가 금융위원회를 통해 소비쿠폰에 대한 수수료를 낮추자고 제안했지만 카드업계가 '역마진'을 거론하며 손사래를 쳤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카드사들이 인프라 구축 비용이나 관리비 등으로 인해 80억원 수준의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진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소비쿠폰 마케팅에 대해 회사 별로 여러 생각이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비용대비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에 더해 지난 2020년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카드사의 마케팅 경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었던 점도 카드사의 마케팅 축소에 한 몫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네이버·카카오페이로 대표되는 간편결제업체들은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고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자사 페이앱으로 결제 시 0.3%의 적립을 제공하며 카카오페이 역시 자사 결제 이용 시 추첨을 통해 100명에게 최대 200만원 포인트를 지급한다.
나아가 간편결제업체들이 카드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오프라인 결제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있는 부분도 카드업계와 간편결제업계의 마케팅 활동이 격차를 내는 요인으로 꼽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간편결제업체들의 오프라인 가맹점 수수료는 전 구간에서 카드사보다 약 2배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이는 여신법을 적용받아 수수료율이 정해진 카드업계와 달리,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을 적용받는 간편결제업체들의 경우 수수료율 책정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다만 간편결제업체들은 이 같은 수수료율이 페이 앱에 신용카드를 등록해 사용하는 방식에만 적용되는 사안이라고 항변한다. 선불충전을 통한 오프라인 결제의 경우 수수료율은 카드사의 체크카드 수수료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각 사의 공시에 따르면 오프라인 가맹점 기준 네이버페이의 수수료율(부가세 포함)은 0.99~1.76%, 카카오페이(부가세 미포함)는 0.8~1.8% 수준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오프라인 가맹점 수수료의 경우 카카오페이의 수수료 수준이 전 구간에서 카드사보다 약 2배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다"면서, "부가세까지 포함할 경우 차이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카드의 경우 신용공여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추가적인 수수료가 부과되는 것이기 때문에 선불충전금 수수료보다는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며, "간편결제업체 선불충천금 결제의 정확한 수수료율 수준은 체크카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