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장기보험·설계사 기반 영업 강화..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 위해
IFRS17 도입 따른 장기보험 상품 강화...전속 설계사 조직 강화 1분기 장기보험 원수보험료 7.1% 증가...대형 3사 시장 주도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손해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의 수익성 악화와 금리 하락 속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장기보험 상품과 전속 설계사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장기보험 상품은 높은 수수료와 함께 안정적인 수입 구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장기보험 원수보험료는 약 17조781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1%가 증가했다. 이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고령인구의 증가하며 암·뇌혈관·치매 등과 같은 보장성보험 상품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특히 대형 3사는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며 경쟁 우위를 공고히 했다.
손해보험사(손보사)별로 살펴보면 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1분기 장기보험 원수보험료는 3조1204억원으로 손보사 가운데 유일하게 3조원을 넘어섰다. 이어 DB손해보험이 7.6% 증가한 2조8865억원으로 집계됐으며 현대해상은 8.3% 증가한 2조8524억원으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와 KB손해보험은 2조4806억원과 2조406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2%와 8.7%가 증가했다. 이어 한화손해보험(1조4057억원)·흥국화재(7628억원)· NH농협손해보험(6422억원)·롯데손해보험(6301억원)·MG손해보험(253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디지털 손보사들도 전체적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처음으로 장기보험 원수보험료가 8억5200만원을 기록했으며 신한EZ손해보험은 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9%가 증가했다. 반면 AIG손해보험은 같은 기간 6.2%가 감소한 896억원, 라이나손보는 2.1%가 줄어든 1257억원에 그쳤다.
장기보험은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고객 설명이 중요한 만큼 대면 판매 채널이 핵심 역할을 한다. 더욱이 장기보험상품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어 손해보험사들 사이에서 전략적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장기보험상품 확대에 공을 들이는 데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장기보험상품은 높은 수수료와 함께 장기간의 안정적인 수입 구조를 확보할 수 있어 계약서비스마진(CSM)을 쌓기에 유리하다.
◆자동차보험 한계·예정이율 인하에 장기보험상품 주력…설계사 확보전은 격화
업계에서는 장기보험의 성장 배경에는 자동차보험의 수익성 한계와 예정이율 인하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란 의무보험 특성상 고객 모집이 쉽지만 그만큼 손해율도 비례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2.6%로 손익분기점인 80%를 넘어서며 수익성 압박이 시달리고 있다. 특히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이 각각 83.3%로 가장 높다.
여기에 예정이율이 0.25%포인트(p) 인하될 경우 보험료는 평균 10%가량 인상되는 구조라 보험사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손해보험업계는 내달부터 보험료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때문에 손해보험업계는 장기보험상품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장기보험이 복잡한 상품 특성 때문에 대면 판매가 필수이며 이를 위해선전속 설계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결국 장기보험상품 확대의 성패는 전속 설계사 확보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에 설계사 확보 수치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말 기준 메리츠화재는 총 4만 3752명의 설계사 중 82.4%인 3만6084명이 전속 설계사로 등록돼 업계 최다를 기록했다. 이어 삼성화재(2만2978명)이 뒤를 이었으며 DB손보(2만639명)·현대해상(1만 3329명)·한화손보(1만2536명)·KB손보(1만 1951명) 등의 순이다.
◆설계사 채널 강화…보험사별 '맞춤 차전략' 본격화
또한 손헤보험사들의 설계사 채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차별화 전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 구축부터 조직 체질 개선, 디지털 고객층 확보까지, 각사의 행보가 빨라지는 모양새다.
롯데손해보험은 2023년 설계사 전용 모바일 플랫폼인 원더(WONDER)를 출시했다. 원더는2019년부터 4년동안 약 400억원을 투입해 개발됐다. 설계·청약·고객관리 등의 전 과정을 휴대폰으로 처리할 수 있어 설계사가 출근하지 않고도 영업 활동이 가능하다. 특히 장기보장성보험의 복잡한 담보와 인수 조건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교하게 설계한 점이 장점이다.
또한 메리츠화재는 설계사 기반의 영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리츠파트너스’ 플랫폼을 도입해 설계사가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전속 설계사 확보를 위해 수당·직급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TM 채널도 강화 중이다. 수수료 체계 개편과 함께 고객 DB 제공에 따른 인센티브를 마련하며 생산성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젊은 인재를 겨냥한 ‘GSM(Global Sales Manager)’ 직군을 신설, 기수제로 운영하며 체계적 육성에 나서고 있다.
한화손보는 캐롯손보와의 합병을 통해 2030 디지털 고객층 확보에 나섰다. 합병 이후에도 캐롯은 독립 사업부 형태로 운영되며 디지털 혁신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한편 한화손보는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 강화와 장기보험의 디지털 판매 연계를 통해 미래 고객 기반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대표 상품인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 등을 디지털 채널과 연계할 경우, 질 높은 신규 계약 창출이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보험은 높은 수익성과 우수한 유지율로 자동차보험과는 차별화된 전략 자산으로 예정이율 하락과 손해율 상승 속에서 보험사들이 장기보험상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상품 구조가 복잡한 만큼 전속 설계사의 전문성과 역량이 시장점유율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