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장’에 미래 건다…수장들도 뛰어든 ‘미래차 주도권’ 경쟁
전장사업, 국내 대기업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 SW 중심차(SDV)·자율주행·전동화, 전장 트렌드 대전환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표 전자기업들이 ‘전장(자동차용 전자장비)’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장사업이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하고 미래차 시장 확대와 함께 안정적 수익원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과 LG는 R&D 투자, 생산설비 확충,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 등으로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움직이면서 미래차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장 대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7일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자동차 원가에서 전장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0%에서 2025년 약 5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은 내연기관차의 5배, 1000개 이상이며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 이상이 탑재될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도 글로벌 전장 시장이 2028년 7000억달러(약 967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하만 시너지로 글로벌 공략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장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인수한 하만을 통해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등 차량용 전자부품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하만은 글로벌 전장 전문 기업으로 디지털 콕핏과 차량용 오디오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JBL, 하만카돈, 바워스 앤 윌킨스(B&W), 뱅앤올룹슨 등 유명 브랜드를 통해 글로벌 주요 완성차 브랜드에 카오디오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다. 차량용 메모리, 프로세서(엑시노스 오토), 이미지센서(아이소셀 오토)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 퀄컴에 차량용 메모리를 공급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 밖에도 삼성전기가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시장에서 2024년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초소형·초고용량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장사업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의지도 적극적이다. 이 회장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M&A 기회 모색 등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BYD, 샤오미 등과의 협력 논의, 일본 출장 등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을 직접 챙기고 있다.
◆LG, 핵심 사업 중심으로 전장 확대...수장들의 ‘현장경영’ 가속화
LG전자는 VS사업본부(차량용 인포테인먼트), LG마그나(전기차 파워트레인), ZKW(차량용 조명) 등 3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전장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VS사업본부는 지난해 매출 8조6496억원, 영업이익 169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전장사업에만 1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LG마그나는 전기차 구동모터, 인버터 등 핵심부품을 생산하며 ZKW는 BMW, 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프리미엄 헤드램프를 공급한다. LG이노텍은 차량용 조명 모듈 ‘넥슬라이드’로 5년 내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전장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2030년까지 전장 매출 20조원, 매출 비중 20%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조 사장은 “LG전자가 모빌리티 업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인포테인먼트·파워트레인·조명 세 가지를 자동차 부품의 3대 축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수장들의 적극적인 ‘현장경영’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전장사업을 직접 챙기기 위해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올해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본사에서 ‘LG 테크데이’를 개최하며 고객사와의 전략적 접점 확대에 주력했다. 또한 최근에는 LG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원팀’을 이뤄 일본 혼다 본사를 방문해 전장 기술력을 소개하는 ‘비공개 테크데이’ 진행했다. LG그룹 수뇌부가 원팀을 이뤄 해외 고객사를 찾은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CEO가 직접 참석해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행보는 미래차 전장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의지가 바탕에 있다.
올해 자동차 산업의 최대 트렌드는 소프트웨어 중심차(SDV), 자율주행, 전동화다. SDV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차량의 주요 기능을 정의하는 개념으로 머신러닝·LiDAR 등 첨단 센서와 결합해 자율주행과 안전·보안 표준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차량 내 전자장치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장부품의 비중도 2028년 70%까지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삼성은 메모리·파운드리·디스플레이 등 그룹 역량을 총동원하고 LG는 인포테인먼트·파워트레인·조명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며 미래차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장 대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의 수장들은 전장사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직접 현장과 글로벌 시장을 챙기며 초격차 기술력 확보와 사업구조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양 사는 R&D 투자, 생산설비 확충,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 등으로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