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위고비’ 부작용 논란, 개발사 노보노디스크 도마위

생명보다 수익 우선?…글로벌 제약사 이중성 '눈총' 영국·유럽 이어 국내 부작용 잇달아…5개월 새 143건 보고

2025-07-02     김동주 기자
비만 치료제 위고비. /노보 노디스크 제공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가 각종 부작용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개발사 노보 노디스크는 수요 증가를 이유로 소아당뇨 필수약 공급을 중단한 것은 물론, 수익성이 낮은 당뇨병 치료제는 출시조차 하지 않고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전 세계 부작용 사례 잇달아…국내도 5개월 만에 143건 보고

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영국 의약품 및 의료 규제청(MHRA)와 영국 유전체학협회는 최근 위고비 등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 복용 후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한 환자들에게 관련 사례를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급성 췌장염은 췌장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복부 통증, 메스꺼움, 발열 등 증상을 동반하며 입원 치료가 요구되는 질환이다.

유럽 의약품청(EMA) 산하 약물감시 위해 평가위원회(PRAC)도 최근 위고비 등에 사용되는 세마글루티드를 포함한 의약품의 제품 정보(라벨)에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을 ‘매우 드문(very rare)’ 부작용으로 명시할 것을 공식 권고했다.

NAION은 녹내장 다음으로 시신경 손상에 의한 실명의 두 번째로 흔한 원인으로 세마글루티드 사용자 1만명 중 1명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으로 분류됐다.

위고비는 주 1회 투여하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로 혈당 조절과 인슐린 분비 촉진을 통해 식욕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세계적 유명인들의 체중감량 효과 간증이 이어지며 크게 유명세를 탔다. 

탁월한 효능은 입증됐지만,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부작용과 오남용 문제는 외면할 수 없다. 위고비는 국내에서 지난 2023년 4월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지난해 10월 출시됐다. 현재 12세 이상 청소년 투여를 위한 적응증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식약처에 총 143건의 이상 사례가 보고됐다. 보고된 부작용 유형 이외에도 변비, 담석증, 모발손실, 급성췌장염, 탈수로 인한 신기능 약화, 당뇨병(제2형) 환자에서의 저혈당ㆍ망막병증, 시력상실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중한 투여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부작용 문제와 함께 오남용도 주의해야 한다. 위고비는 국내 출시 직후 품귀 현상을 빚었다. 비만치료제이지만 체중 감량 등 미용 목적으로 찾는 오남용되는 경우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위고비에 대한 무분별한 처방을 막고 불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위고비의 비대면 처방을 금지했으나 대면 처방에서도 여전히 처방 기준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025년 1~3월 동안 위고비 부작용 보고된 사례는 94건으로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했다”며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까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고비 오처방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을 수행해야 하지만 유관 기관인 보건복지부는 위고비 오처방 관련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오젬픽. /연합뉴스

수익성이 최고의 가치? 당뇨약 출시는 ‘외면’

위고비의 제조사인 덴마크계 다국적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이중성도 도마위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노보 노디스크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위고비와 동일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수요 급증을 이유로 국내 소아당뇨 환자 대상 필수 약제의 공급을 줄였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2022년 7월 국내 총판인 A사에 “오젬픽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오젬픽에 동봉해 판매할 수량이 부족해졌다”며 ‘노보파인플러스’의 공급 중단을 통보했다.

노보파인플러스는 노보 노디스크가 2020년 출시한 피하 주사용 멸균주사침으로 다른 제품에 비해 주사 시 통증이 덜하고 멍이 들지 않아 어린이나 노인 환자들이 손쉽게 주사를 맞을 수 있는 제품이다. 특히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소아당뇨 환자에겐 필수품으로 꼽혔다. 오젬픽은 위고비와 동일한 세마글루티드를 주성분으로 하는 당뇨병 치료제다. 

공정위는 노보 노디스크의 공급중단은 비만치료제로 인기가 급격하게 치솟은 오젬픽의 판매 수요에 대응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결정일 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실제로 오젬픽은 국내에 공급되지 않고 있다. 위고비보다 1년 빠른 지난 2022년 4월 품목허가를 획득, 지난해 5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까지 통과하면서 순조롭게 건강보험 급여 절차가 이뤄졌다. 그러나 노보 노디스크가 돌연 계획을 철회하면서 출시가 무산됐다. 당시 회사는 국제적인 수요로 인한 ‘공급 불안정’을 사유로 꼽았다. 

일각에서는 오젬픽의 낮은 약가가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한다. 같은 GLP-1 유사체 계열 당뇨치료제인 릴리의 ‘트루리시티(성분명 둘라글루타이드)’의 건보 급여 상한액은 현재 0.75mg의 경우 1만8832원, 1.5mg는 3만666원인 것을 감안하면 오젬픽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비급여로 국내 출시되는 위고비의 경우 공급 가격이 용량 관계없이 4주분 기준 37만 2025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유통 마진과 진료비 등을 포함할 경우 실제 구매가격은 기관마다 차이가 있다.

급여 신청 철회 이후 2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오젬픽의 국내 출시 여부는 불투명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수익성과 공급 여건을 고려한 결정일 수는 있지만, 생명을 다투는 당뇨 치료제의 공급이 후순위로 밀린 점은 공공재로서 의약품이 지닌 특수성을 감안할 때 아쉽다”며 “시장 상황과는 별개로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