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우크라이나 광물협정은 미중 광물전쟁의 시작
미국의 대체공급망 개발 후보에 북한 거명…북미 광물협정 가능성
[한스경제] 우크라이나의 핵심 광물과 희토류 원소의 공동 개발에 대한 원래 제안은 우크라이나 측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당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원조가 미국 자원의 ‘제로섬 게임’(공짜는 없다)으로 간주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 미국이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3500억달러 규모 원조금의 상환을 요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지속적인 군사 지원을 보장받기 위해 ‘희토류 및 기타 광물’을 미국에 제공해야 하며 지난 2월 10일에는 5000억달러 상당의 희토류를 원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4월 30일 미국과 광물협정에 서명하기 전 미국의 안보 보장을 협정에 포함시키는 데 실패했지만 미국으로부터 몇 가지 유리한 조건(합의)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결론적으로 이 합의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이미 받은 원조에 대해 미국에 상환하도록 요구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골자다. 또한 이 합의는 향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이 우크라이나 천연자원 투자에 사용될 ‘공동 재건 투자 기금’에 대한 투자의 일부로 간주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또한 미국에 우크라이나 내 광물 채굴에 대한 우선권을 부여하며 우크라이나가 채굴 대상과 장소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하자원에 대한 소유권도 우크라이나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에 들어서자마자 미국의 각종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중 패권전쟁을 시작했다. 그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1823년의 고립주의(Monroe Doctrine)를 계승한 ‘Donroe(Donald+Monroe) Doctrine(expansionism+isolationism)’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며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
희토류를 포함한 전략(핵심) 광물은 스마트폰부터 전투기까지 공급망의 취약성에 직면한 다양한 기술에 사용되는 필수 소재다. 여기에는 희토류 원소, 리튬, 코발트, 그리고 현대 전자, 방위 시스템, 청정 에너지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수십 가지의 다른 재료가 포함된다.
| 전략광물 | 용도 | 수요 산업 |
| Beryllium(베릴륨) | 전도성 합금 | 항공우주 및 방위 산업 |
| Graphite(흑연) | 철강, 배터리 및 연료 전지 | 제철, 전기 자동차 및 에너지 저장 |
| Lithium(리튬) | 충전식 배터리 | 전기 자동차 제조 |
| Manganese(망간) | 합금 및 배터리 | 철강 및 제철, 차량 및 전자 제품 |
| Rare earths(희토류) | 배터리, 촉매 및 자석 | 전기 자동차, 친환경 에너지 및 국방 |
| Titanium(티타늄) | 금속 합금 | 우주 및 항공 산업 |
| Zirconium(지르코늄) | 내식성 합금 | 원자력, 우주 및 항공 |
<표> 전략 광물의 용도 및 산업
전략광물의 중요성은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 국가안보 관점으로까지 확대된다. F-35 전투기 한 대에는 약 417.3kg의 희토류 원소가 포함돼 있으며 버지니아급 잠수함 한 척에는 이러한 특수 재료가 거의 4.5톤이 필요하다. 최근 미 국방부의 평가에 따르면 미국은 첨단 무기 시스템, 전기 자동차, 재생 에너지 기술에 필수적인 희토류 원소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대체 공급망 개발의 시급성을 더욱 높였다.
미국-우크라이나 광물협정은 우크라이나에 미국의 개입을 통한 안전보장을, 미국에는 ‘미-중 광물전쟁’의 시작으로서 의미가 있다. 이것은 미국의 전략광물에 대한 행보를 예측하게 해준다. 우크라이나에서 중요한 광물 거래 하나를 성사시킨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국 광물전쟁’의 일환으로 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이미 콩고민주공화국(DRC)과 '광물 안보'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코발트, 구리, 리튬, 주석, 탄탈륨 매장량을 보유한 DRC는 분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미국은 DRC와 르완다 간의 분쟁을 평화협정 체결로 이끄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미국과 DRC는 광물 협력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며 이는 미국의 DRC 광업 부문 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기업들이 현재 DRC 최대 구리 및 코발트 광산 15곳을 통제하거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광물전쟁을 향한 중요한 진전이다.
다음 목적지는 그린란드일 가능성이 높다. 그린란드는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지역 중 하나다. 최근 지질조사 결과 그린란드에는 희토류 원소, 아연, 납, 우라늄, 금 등의 매장량이 상당량 존재하며 제한된 탐사로 인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자원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핵심 광물에 대한 공격적 접근 방식, 즉 구매·인수(집권 1기·2019)와 군사적 옵션, 그린란드 지원금 등은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전략적·경제적·안보적 이익을 모두 고려해 그린란드에 접근하고 있으며 핵심 광물자원 확보와 전략적 입지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는 채굴 투자, 석유·가스 자원 탐사, 그리고 광물 공급 다각화를 위한 파트너십 구축이 포함된다.
흥미롭게도 북한이 미국의 대체 공급망 개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하려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크라이나처럼 미국과 북한이 광물협정을 체결해 북한의 안보 위협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역임한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의 설립자, 조시 위트는 6월 11일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북한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규모 희토류 광물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국가다. ‘남북한 광물 협력’도 가능하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 간 광물전쟁은 시작됐고 앞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배규성 배재대학교 한국-시베리아센터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