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보험업계] ③ 제판분리 4년 만에 GA '정상' 오른 한화생명금융서비스

GA업계 첫 신용등급 획득…자금조달 새 길 열어 'G-프로젝트'로 설계사 육성…영업 인프라 혁신

2025-06-15     이지영 기자
한화생명 영등포구  여의도 본사. 사진/한화생명

국내 보험산업은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성장해왔지만,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제도 변화로 미래 전망은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비용효율성까지 갖춘 법인보험대리점(GA)이 보험 판매의 핵심 채널로 자리잡고 있다. 전속설계사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점 유지비, 설계사 교육 및 훈련 비용 등 상당한 고정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보험사(원수사)들은 IFRS17 도입 후 지급여력비율(K-ICS)을 제고하기 위해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대에 사활을 걸면서 GA 채널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흐름에 주목해, 2026년 7월부터는 GA 소속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에 ‘1200% 룰’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1차년도 수수료뿐 아니라 정착지원금과 각종 인센티브까지 규제에 포함시켜, 과도한 사업비 지출을 막고 보험사의 비용 책임을 강화하려는 조치다. 이처럼 GA를 둘러싼 규제와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한스경제>는 보험업계의 핵심 채널로 부상한 GA의 사업 구조와 그 변화의 흐름을 짚어본다. <편집자 主>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화생명금융)가 제판분리 시행 4년 만에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 1위에 올랐다. 또한 대형 생명보험사 최초로 도입한 제판분리 전략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 측면 모두에서 뚜렷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2021년 4월 생명보험업 판도를 바꾼 이른바 '제판분리(제조·판매 조직분리)'를 단행하면서 출범한 한화생명 판매자회사이자 국내 최대 자회사형 GA다.

한화생명은 상품 제조에 집중하고 판매는 한화생명금융 등 산하 GA가 전담하는 제판분리 체제를 본격 가동 중이다. 이를 통해 제조와 판매 기능을 명확히 분리하며 채널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한화생명금융은 구체적인 기업공개(IPO) 시기와 방식은 정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내년 중 기업공개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한화생명금융은 지난해 9월 한국금융지주로부터 1000억원 규모로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계약으로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국투자PE)는 한금서 지분 11.1%를 보유하게 됐다. 한화생명금융은 투자유치를 바탕으로 향후 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언급했다. 

업계에서 한화생명금융은 이미 상장에 성공한 에이플러스에셋이나 인카금융서비스 등을 뛰어넘는 '대어급 GA'로 평가받는다. 매출과 영업조직 규모에서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화생명금융은 출범 초기였던 2021년 상반기 말 1만8765명이던 설계사 수를 지난해 말 기준 2만5332명으로 끌어올리며 GA업계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화생명금융의 전속 설계사 수는 업계 2위 인카금융서비스(1만6858명) 대비 8474명이나 많은 수준이다. 초대형 GA 기준인 설계사 3000명을 기준으로 하면,1위와 2위 간의 격차만으로도 초대형 GA 3곳이 더 존재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경쟁자가 없다는 평가다.

한화생명금융은 한화생명을 모 회사로 두며 탄탄한 수익 기반까지 갖춰 IPO 추진이 한층 더 탄력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생명은 2023년 말 기준 피플라이프 인수를 계기로 한금서·한화라이프랩·피플라이프를 합쳐 3만1005명까지 확대됐다. 특히 피플라이프 인수는 한화생명금융의 성장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당시 2500억원의 인수가를 두고 '오버페이'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수가 마무리된 2023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부산에 본사를 둔 아이에프씨(IFC) 지분 인수를 완료하며 전체 설계사 규모는 약 3만2000명에 이르게 됐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생명금융의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영업수익 2조1096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35.1%가 증가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554억원, 1525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04.2%, 와 121.4% 증가했다.

특히 한화생명금융은 GA업계에 신용평가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로부터 A+(안정적) 등급을 획득하며 업계 최초로 공식 신용도를 인정받았다. 이는 GA업계 최초로 3개사 공동 신용등급을 취득한 셈이다. 우수한 시장 지위와 안정적인 영업 기반, 낮은 불완전판매율 등이 긍정적으로 반영됐다.

한화생명금융의 사례는 업계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보험GA협회는 신용등급 도입이 곧 시장의 신뢰도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불완전판매나 부당 승환계약 등 부정적 관행을 줄이기 위한 자정 노력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GA업계 내 신용등급 확보는 자금 조달 환경 개선으로 직결된다. 자본시장법상 일정 신용등급 이상을 획득한 GA는 회사채 및 전환사채(CB) 발행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보험 판매 채널로만 인식돼온 GA가 독립 금융주체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한국GA협회도 관련 제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협회는 나이스신용평가와 함께 GA 전용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 중이며 현재 약 15개 GA를 대상으로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정식 등급은 연말까지 산출될 예정이다. 다만 파일럿 대상사의 신용등급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한화생명금융의 채권 발행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의 신뢰도도 입증했다는 평가다. 이는 비상장 GA로는 이례적인 성과로 제조-판매 분리 이후 외형 성장은 물론 자본시장 접근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한화생명금융은 지난해 6월에는 미화 3700만달러(약 500억원) 규모의 해외 채권 발행에도 성공했다. 해당 채권은 3년 만기 고정금리 달러화 채권으로 발행 금리는 원화 4.17% 수준이다. 홍콩우리투자은행이 주관사로 참여해 홍콩 금융시장에서 발행을 주선했다.

설계사 지원 정책도 눈에 띈다. 한화생명금융은 창업형 사업가 육성 프로그램인 ‘G-프로젝트’를 통해 설계사 중심의 영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자동차 비교견적센터·VIP 상담공간인 FA센터·통합 관리 시스템(오렌지트리·터치)·교육 프로그램인 라이프플러스 아카데미 등을 기반으로 설계사 성장을 지원한다.

한화생명금융은 현재 20개 창업형 사업부와 12개 단독지사를 중심으로 조직을 확장 중이다. 초기 비용 부담 없이 고수익을 추구하는 설계사들에게 안정적 성장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실적과 제도·정보보호·인재 육성 등 전방위 전략을 통해 GA업계 내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한화생명금융의 실적 성장은 모회사인 한화생명의 실적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한화생명의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2023년보다 4.8% 증가한 866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고수익성 일반보장성 상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연간 신계약 CSM(보험계약마진)은 2조1231억원을 기록, 가이던스로 제시한 2조원을 2년 연속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 말 기준 보유계약 CSM은 9조1091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화생명금융의 모회사인 한화생명은 성공적인 제판분리를 통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며 글로벌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국내 보험사 최초로 인도네시아 은행업 진출을 선언하며 동남아 금융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베트남 법인은 6년 연속 흑자를 이어가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현지 증권사를 인수하며 선진 금융시장에 사업 거점을 확보했다. 한화생명은 이를 기반으로 해외 금융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수익 기반 다변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