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 한 달...개미 접근성은 '업', 수익은 '미지수' [The SIGNAL]
금융당국, NSDS 도입 등 제도 손질 3월 말 '공매도 재개'...불법 거래 없어 개인·기관 상환기간·담보비율 동일 적용...'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해소 개인투자자, 공매도 수익은 미지수..."상승보다 하락 예측 쉽지 않아"
[한스경제=이호영 기자] '공매도'를 재개한 지 한달 남짓 지난 가운데 개미(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제도 손질을 통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크게 높였지만 실제 수익 창출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개인은 공매도 참여보다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방어 위주로 가닥을 잡아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내 공매도 시장은 여전히 외인 비중이 절대적이다. 개인투자자 거래량은 외국인 대비 약 50분의 1 수준, 기관은 개인보다 5~6배 많다.
19일 금융당국과 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 차단을 위해 중앙점검시스템(NSDS)을 도입하고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 조건도 통일했다. 대차거래와 대주상환 기간을 90일(최대 12개월)로 맞추고 증권사 대주 담보비율을 현금 기준 105%로 동일하게 적용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어느 정도는 해소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 개인의 공매도 참여가 크게 늘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차 가능한 종목이 제한적이고 공매도 잔고 정보도 실시간 제공되지 않아 투자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기관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에 따라 개인은 일방적으로 손실을 입을 위험이 여전히 크다.
증권가에서도 개인들이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도 개선을 통해 개인이나 기관이나 공매도 조건이 같아졌다고는 하지만, 개인이 주가 떨어질 종목을 예측하는 것이 오를 종목을 예측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며 "현실적으론 개미가 공매도에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공매도가 집중될 종목 예측은 쉽지 않다. 공매도 재개 후 한 달간 예상을 벗어나 공매도가 몰린 CJ ENM·스튜디오드래곤, 이리츠코크렙과 맵스리얼티1 종목들이 이를 잘 말해준다. 특히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안정적 실적과 성장성으로 평가 받아 더 예측이 어려웠다. 공매도가 집중된 이후에는 이유를 찾기 쉽지만 사전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시장에서는 CJ ENM 경우 경쟁 심화와 성장성 우려, 스튜디오드래곤은 콘텐츠 산업 변화에 따른 투자심리가 공매도 증가를 불렀다고 분석한다. 부동산 투자신탁(리츠)인 이리츠코크렙과 맵스리얼티1은 최근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과 변동성으로 공매도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한다. 특히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CJ그룹 차원에서 다양하게 시도해온 각종 콘텐츠 프로젝트(지난해 좌초된 CJ라이브시티 등) 비용 조달이나 협업 등에 나서야 하는 주체로 오르내리는 것도 리스크성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시장 변화와 투자자들 심리가 공매도 비중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통상 공매도는 ▲이차전지·인공지능 관련주 등 실적 대비 주가가 너무 높거나 미래 성장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된 기업 ▲반도체·바이오 기업 중 실적부진 기업, 수익성 악화, 적자 전환, 비용 증가 등 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기업 ▲금리 상승(할인율 증가, 성장주 가치 하락) 시 타격 받는 성장 위주 기술주나 플랫폼 기업 ▲유동성 높고 기관이나 외국인 참여가 많은 대형주 ▲제약·바이오 규제나 게임 셧다운제 등 정책 변수가 많은 업종, 정부 규제 강화가 예상되는 업종 ▲기술적 조정 가능성이 큰 단기간 급등 종목 등에 몰린다.
4월 한 달 동안 한국거래소 공매도 통계를 보면 개인투자자 거래금액은 공매도 금지 이전인 2023년 4월 말과 비교했을 때 70억~100억원 가량으로 엇비슷하지만 거래량은 2~3배 증가했다. 재개 전 시점보다 주가는 낮지만 낙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으로 취급 주식이 확대된 탓으로 읽힌다. 현재 외인들 거래금액도 재개 전 수준인 4000억~5000억원을 유지한다. 다만 거래량은 재개 전 600만~800만주에서 현재는 약 1200만주로 2배 늘었다.
재개 전에 비해 중소형 가치주가 늘어난 것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공매도 타깃이 된 중소형 가치주 중 하나로 시가총액 약 1조원의 이수페타시스가 있다. 올 3월 들어 대차잔고 비중이 3%대에서 8%대로 늘며 공매도 유의 종목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통상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데 이수페타시스 한 주주는 "공매도 타깃이 됐다고는 해도 주가는 이미 상당히 오른 상태인 데다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며 "보통 실적이 정말 안 좋거나 미래 전망이 불안정한 종목이 타깃이 되는데 이수페타시스가 왜 대상이 됐는지는 솔직히 납득이 안 간다"고 피력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최근 유증을 요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 공매도 재개 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약 3% 하락했다. 특히 이차전지와 반도체, 바이오 등 고평가 우려가 있는 성장주 위주로 하락 폭이 컸다.
◆ 보유 종목 공매도 타깃 가능성, 대응 중요..."저평가된 가치주 위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이런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개인투자자들은 직접 공매도를 통해 투자 수익을 챙기는 경우보다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떨어질 경우 등 투자 변동성에 대응하는 전략을 준비하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 돼가고 있다.
공매도를 활용해 수익을 추구한다면 공매도 비중이 높은 업종(호텔·레저, 운송, 디스플레이, 정보기술(IT), 가전, 증권, 보험, 조선, 화학 등) 분석과 함께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가치주에 집중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이외 시장 변동성에 대응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뿐 아니라 예상과 다른 실적 발표나 시장 반응에 따른 손실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일부 중소형 가치주가 공매도 타깃이 되기도 하지만 이는 유상증자나 실적 불확실성 등 개별 리스크 요인의 영향으로 보인다. 여전히 포트폴리오 방어 전략으로는 실적과 재무구조가 탄탄한 저평가 종목이 유효하다는 평가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는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라며 "공매도 재개는 단기적으론 시장 변동성을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매수, 매도 양방향 거래를 활성화해 유동성을 높이고 과대평가된 종목의 가격 조정을 유도해 주가 거품을 해소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만큼 높은 리스크를 동반한다"며 "개별투자자 입장에서는 고도의 예측력과 리스크 관리 전략이 요구되는 고위험 투자 수단인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