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저하 국면' LG화학...'선택과 집중' 전략 성공할까 [The SIGNAL]

비핵심 사업 정리 '선택과 집중' 주력...1분기 화학 적자 폭 줄이며 '선방' '양극재·분리막' 등 핵심 소재 생산 능력을 확대...첨단소재 사업 집중 미래 동력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생분해성 소재' 등 투자 확대

2025-05-13     이호영 기자
 / 사진=LG화학.

[한스경제=이호영 기자]  LG화학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가운데  조직 슬림화 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 장기 부진에 따라 선택과 집중에 나선 모습인데 가시화할 성과에 이목이 쏠린다. 

12일 업계 등에 따르면 LG화학은 지속된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전기차 배터리 산업 내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핵심 사업 위주로 자원을 재배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택 통합 운영 등 비용 절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엔 전남 여수지역의 40년 된 노후 사택들(안산·도원·소호)을 통합해 안산동 기숙사 형태로만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운영 효율화와 미래 성장 사업 투자 여력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석유화학 업계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업계 빅 4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의 재고자산은 2024년 말 기준 16조1818억 가량으로 2023년 말 15조3691억원 대비 5.3% 늘고 같은 기간 이들 기업 차입금도 모두 31조7830억원으로 2023년 말 23조8315억원 대비  33.4% 확대됐다.

업계는 지속적인 적자와 30% 이상의 영업이익 감소 등을 겪어왔다. LG화학도 2024년 4분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990억원의 영업손실(매출 4조8550억원)을 냈다. 2024년 영업손실만 1360억원 가량이다. 지난해 전사 기준으로는 매출 12조3366억원, 영업손실 2520억원, 당기순손실은 8992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올 1분기엔 석유화학 부문 영업손실이 565억원(매출 4조781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4% 가량 줄었고 전사 기준 매출은 12조1710억원, 영업이익 약 447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604억원 가량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약 68.9% 증가했다. 

이런 성과는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첨단소재와 생명과학 등 성장 분야 위주의 재편 전략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첨단소재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영업이익 48억원을 거뒀는데, 전반적으로 정보기술(IT), 산업 소재 분야의 안정적인 수요로 견조한 실적을 보여왔다. 전지재료 부문은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생산 증가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LG화학은 이에 대응,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분리막 생산 능력을 강화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해왔다. 미국 테네시주에는 약 4조34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2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인데, 이는 LG화학의 글로벌 생산기지 중 최대 규모다. 

이와 함께 미래 성장동력 사업으로서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PBAT)과 생분해성 소재, 고기능성 필름 등에 투자하는 등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신시장 개척을 위해 바이오와 친환경 소재 사업에도 힘을 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의 협력 등 친환경 순환 모델도 그 일환이다.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글로벌 신약 개발 기업을 목표로,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문 의약품(ETC) 영역을 중심으로 '제미글로(당뇨병치료제)'와 '유트로핀(성장호르몬제)'은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다. 이런 자체 개발 의약품 비중이 전체 매출의 95% 가량이다. 이는 위탁개발생산(CDMO) 위주의 삼성바이오직스 등과는 차별화한 전략이다. 

LG화학은 핵심사업이더라도 수익성이 악화한 부문은 과감히 정리해왔다. 석유화학 사업은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 원료부터 폴리에틸렌(PE), 아크로나이트릴·뷰타다이엔·스타이렌 (ABS) 수지, 합성고무 등 다운스트림 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통해 글로벌 생산성과 원가경쟁력을 확보해왔다. 

다만 석유화학 제품 수요 감소, 국제 유가 변동성 등으로 인한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2022년부터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구조조정을 단행 중이다.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도 구조조정 대상이다. LG디스플레이가 액정디스플레이(LCD) 패널 생산을 중단(2024년 중국 LCD 패널 공장 매각)하면서 LG화학도 편광판과 광학필름, 접착 소재, 고기능 수지 등 관련 소재 사업을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2020년엔 LCD 편광판 사업 대부분을, 2023년엔 디스플레이 필름 공장을 매각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소재 사업은 현재 일부만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1분기 실적만 놓고보더라도 LG화학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수익성 개선에 분명한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사업 구조 재편이 실적 반등을 얼마나 가속화할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