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車관세 청구서, 트럼프 안방 날아든다
GM, 관세 비용 올해만 50억弗…韓 수입 비용이 절반 포드·스텔란티스도 수십억…벤츠·폭스바겐, 미국생산 확대로 방향 현대차그룹, 생산확대·GM협력 등 대응…재고 떨어지면 관세 영향 본격화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이 미국의 자동차 관세에 신음하는 가운데 미국 업체들이 최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지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 등의 관세 비용이 수백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회사들은 실적 전망을 철회하고 투자를 재검토하는 등 비상 체제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7일 자동차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GM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에 따른 비용이 최대 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화 7조원을 넘는 규모다. 여기에는 한국GM에서 수입하는 비용 등이 약 20억달러로 절반에 가까운 수준을 차지할 것으로 GM은 보고 있다. 이에 GM은 올해 순이익 추정치를 최대 101억달러(14조원)로 종전(125억달러) 대비 20억달러 이상 내렸다.
GM이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임에도 관세를 걱정하는 이유는 수입 물량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GM은 미국에서 연간 150만대를 생산하지만 이는 전체 판매량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이 밖의 물량은 한국을 비롯한 멕시코·캐나다 등에서 생산해 수입, 판매하고 있다. 한국GM에서 들여온 차량만 지난해 기준 41만8782대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우리는 모든 곳에서 재량 지출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핵심 무역 상대국과 논의가 진행 중이며 이 역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밝혔다.
GM과 함께 미국의 3대 자동차 회사로 곱히는 포드와 스텔란티스도 관세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포드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관세 관련 비용을 25억달러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생산과 가격 조정 등으로 통제 가능한 비용을 10억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어 포드는 관세가 단기적으로 공급망 혼란을 일으킬 수 있고 추가 관세 가능성이 있다면서 실적 전망을 철회했다.
스텔란티스도 관세에 따른 불확실성 등을 들면서 실적 전망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기존 설비 투자 계획도 재검토에 들어갔다. 아울러 스텔란티스는 수익성 악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과 고용을 조정하는 등의 조치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앞서 스텔란티스는 지난달 초 캐나다와 멕시코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로 하고 이곳에 부품을 납품하는 미국 공장의 근로자 900여명을 일시 해고한다고 밝혔다. 안토니오 필로사 스텔란티스 미주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와 관련 "캐나다와 멕시코 공장을 멈추면 미국 내 일자리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들 미국 자동차 3대장의 관세 비용이 총 42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주 앤 아버는 지난 연구에서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둔 업체의 총비용이 올해에만 420억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1대당 평균 관세가 8772달러 수준일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1200만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생산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 그룹이 대표적이다. 벤츠는 최근 미국 앨라배마주 터스컬루사 공장에서 핵심 세그먼트 차량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모델은 공개하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벤츠는 현재 미국에서 만드는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의 90%를 미국 밖에서 들여오고 있어 부품 관세의 영향도 큰 상황이다.
폭스바겐 그룹은 "매력적인 미래 전략"이라면서 아우디 차종을 미국에서 생산하겠다고 언급했다. 현재 폭스바겐 그룹에서는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아우디는 전량을 수입 중인 형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생산 확대와 GM과의 차종 맞교환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멕시코 생산 물량을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로 이전하고 현재 30만대 수준인 HMGMA 생산 능력을 50만대까지 늘릴 방침이다.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만들어 캐나다와 멕시코 등지로 수출하던 차량은 미국에서 먼저 판매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쌓아 둔 재고가 동나는 2분기 말미부터는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하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완성차 관세는 쉽게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