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내우외환’ 속 선방...2분기 반격 시작됐다
포스코, 생산·판매 감소에도 영업익 17% 증가 현대제철 “美 제철소 건설로 성장동력 확보” 정부, 중국산 반덤핑 제재 강화·中 감산 ‘호재’ 동국제강·씨엠 “고부가 제품 통한 수익성 개선”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글로벌 업황 부진 속에 미국의 25% 철강 관세 부과의 영향까지 받으며 1분기 어렵게 경영을 이어가면서 고군분투했다.
업계 1·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미국 신규 제철소 투자를 통해 생존법을 모색하는 가운데 한국 통상당국의 중국산 후판 및 열연강판 등에 대한 반덤핑 제재 강화, 중국의 철강 감산 추진 등에 관한 기대가 커져 철강 업계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 주요 철강사의 공시에 따르면 포스코는 1분기 매출 8조968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3460억원으로 17.3% 증가했다. 판매 가격 상승과 원가 절감 등이 주효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업황 부진과 통상 압박 속에서 비교적 선방한 실적이다. 다만 포스코의 조강 생산량과 판매량이 각각 865만톤, 815만톤으로 작년 1분기보다 감소하는 등 완연한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낙관하기는 이르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현대제철은 1분기 19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현대제철은 작년 4분기에도 458억원의 적자를 내 2분기 연속 적자가 지속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5조563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6.5% 줄었다.
건설경기 위축 등 수요 산업 부진으로 인한 철강 시황 침체가 이어진 데다 파업의 영향으로 제품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동국제강은 1분기 매출 7255억원, 영업이익 4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8%, 91.9%, 감소했다.
주력 매출처인 봉형강 부문에서 건설경기 악화 지속으로 생산 및 판매가 감소했지만 생산 최적화와 가격 정상화 노력으로 수익을 일부 실현할 수 있었다. 후판 부문은 중국산 반덤핑 잠정 관세 효과로 판매량이 소폭 늘었다.
동국씨엠은 지난 1분기 매출 5266억원, 영업이익 151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 영업이익이 각각 5.4%, 36.8% 하락했다. 내수는 침체 장기화로 수익성이 악화함에 따라 냉연도금류 생산판매량이 줄었지만 럭스틸(Luxteel) 등 고부가 제품 수출 확대 기조를 유지하며 컬러강판 생산판매량을 높였다.
이들 주요 철강사는 미국의 관세 영향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1분기 실적에 미국이 지난달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하고 있는 25% 관세 영향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3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3억4000만달러로 작년 3월보다 18.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량 기준으로는 14.9% 줄어든 25만톤으로 집계됐다.
통상 철강 거래는 수개월 전에 계약이 진행되고 관세 외에도 현지 수요 변화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기 때문에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관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철강 업계는 긴장 속에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1분기 ‘내우외환’ 속에서도 나름 선방했다고 자평하며 2분기 실적 개선을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분위기다.
우선 글로벌 공급 과잉을 초래했던 중국이 지난달 양회(兩會)에서 철강 감산 조치를 예고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유의미한 규모의 감산 조치가 이뤄질 경우 글로벌 철강 수급 상황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중국산 후판·열연강판 등에 대한 반덤핑 제재를 강화하는 현상도 국내 철강 업황 개선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다.
동국씨엠은 내수 시장을 잠식하는 중국산 저가 도금컬러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 신청이 임박함에 따라 정부 당국의 조사 개시 및 예비판정, 본판정 일정을 거치며 내수 시장 환경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열연강판 규제 발효 시 중국 철강사들이 냉연도금컬러류로의 우회 수출 증가가 필연적이기에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으로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높인 관세 장벽 등 불확실성이 높아진 통상 환경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함께 미국 루이지애나주 신규 제철소 건설 투자를 통해 대응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제철소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제철소에서 현대차·기아 현지 공장과 현지 완성차 업체 등에 관세 부담 없이 철강 제품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포스코그룹도 현대제철이 건설하는 미국 제철소에 일정 지분을 투자하고 합작 제철소 생산 물량 일부를 포스코가 직접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는 등 상생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미국 제철소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수익·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고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미국 제철소 공동 투자를 통해 글로벌 통상 환경 위기에 대응하고 북미 철강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며 “완결형 현지화 전략 추진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인도 최대 철강그룹인 JSW그룹과 추진 중인 현지 일관제철소 합작 프로젝트도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동국제강은 ‘스틸포그린(Steel for Green)’을 비전으로 중장기 친환경 성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동국씨엠은 ‘DK컬러 비전 2030’을 중심으로 고부가 수출 중심 성장에 힘쓰고 있다. 양사는 철강 시황 부진 장기화 환경 속에서 차별화 제품으로 수익성 위주 생산 판매 활동에 주력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