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정책 ‘오락가락’...세계 경제 불확실성 ‘고조’ [The SIGNAL]
트럼프, 관세 관련 ‘모순된’ 발언 이어가 “시진핑이 전화했다”고 발언...중국 당국 협의 시작 ‘부인’ 200개국과 무역 합의 100% 완료 주장...그 어떤 합의도 공개되지 않아 IMF, “신속한 무역 합의로 불확실성 제거해야”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정책에 대해 스스로 모순되는 발언을 이어가며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새로운 무역 협정을 여러 건 체결했다고 하고, 필요한 모든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오래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P통신은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모순된 관세 발언으로 각국은 혼란에 빠졌고,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가 출렁였다. 9일 상호관세 적용을 유예했으나 2월부터 관세가 부과돼 누적 145%의 관세율이 책정된 중국은 제외했다. 이에 중국은 125%의 보복관세로 맞서면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중 간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공개된 시사 주간지 타임(TIME) 인터뷰에서 중국의 관세율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미·중 간 협상을 부인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미국과 워싱턴에 정통한 일부 인사들의 말을 인용해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전화한 적은 없다고 보도했고, 이와 관련해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과 백악관 모두 논평을 거부했다.
아울러 트럼프는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전 세계 여러 나라들과 200개 무역 딜을 ‘100%’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그 어떤 무역 합의도 발표된 적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말한 무역 합의들이 “앞으로 3~4주에 걸쳐” 공개될 수 있다며 “어쨌건 우리는 끝을 봤다”고 주장했다.
다른 나라들에는 “협정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라며 “가까운 미래에 각국에 대한 ‘공정한’ 관세율을 정할 것”이라고 말하며 무역 파트너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각국과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지만, “거래는 내 방식대로 정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과정의 불투명성을 키우고 있다. 또한 모든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발언도 해 혼란은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일관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 때문에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베이지북’에서 “미국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급증해 신규 채용과 신규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은 ‘베이지북’에서 ‘불확실성’을 무려 80회나 사용했는데, 이는 1월 14회, 3월 초 45회보다 훨씬 많아진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관세를 부과해 얻으려는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일관된 전략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례 회의에 모인 재무장관들과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비공개 토론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실질적 대화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틀랜틱 카운슬 지오이코노믹스센터의 조시 립스키 수석 이사는 “현재까지 관세로 무엇을 달성하고 싶은지에 대한 전략이 일관되지 않다”며 “이번 IMF·WB 연례 회의에서 만난 장관들과 총재들 모두 백악관이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지, 또 누구와 협상해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무역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ABC 인터뷰에서 “게임 이론에서의 전략적 불확실성”이라고 옹호했다. 그는 “전략적 불확실성은 협상 상대에게 최종 목표를 밝히지 않는 것”이라며 “이런 협상 지렛대를 트럼프 대통령만큼 잘 만들어내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 회의에서 IMF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가 세계 다른 지역보다 미국 정부의 관세에 취약하다면서 ‘불확실성’ 제거를 주문했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아시아가 관세 충격에 더 취약하다”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매우 개방되고 상품 교역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에 더 많이 참여하는 과정에서 대미 수출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이런 이유로 IMF가 지난 22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주요 아시아 국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1.0%p나 하향한 이유에 대해 “글로벌 교역의 긴장과 국내 정책 불확실성이 고조된 것을 반영했다”며 “한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내수 약화와 수출의 급감으로 인해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5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이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불확실성’ 제거를 주문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국가들이 무역 갈등을 가능한 한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건설적으로 협력해 개방성을 유지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요 국가 간 무역정책 합의가 필수적이며 우리는 각국이 신속하게 합의하기를 촉구한다”며 “불확실성의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확실성이 없으면 기업들은 투자하지 않고, 가계는 돈을 쓰기보다 저축하려고 하며, 이미 약해진 성장의 전망을 더 약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주요 경제 주체 간 갈등의 원인이 되는 ‘불균형’도 해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모든 국가가 이 순간을 활용해 관세와 비(非)관세를 포함한 무역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