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개발 열풍…韓 로봇센서 기업엔 블루오션 기회

휴머노이드 한대에 14개 센서 필요…로봇센서 전문기업 등장 휴머노이드 시장 초기 수요 폭증…리딩기업 없어 블루오션 산업부, 'K-센서 기술개발 사업'에 1865억원 투자

2025-04-21     박정현 기자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인 지난 1월 7일 오전(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글로벌 기자간담회가 열린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루 호텔 엔비디아 전시관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유니트리 G1이 관람객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차세대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을 놓고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진 분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거론되면서 '로봇 센서' 개발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주변의 물리량을 계산해 로봇의 동작 제어를 돕는 센서는 로봇의 감각인지를 돕는 작지만 중요한 부품이다. 2021년까지만 해도 로봇 센서라는 게 따로 없는 까닭에 범용 센서가 로봇 애플리케이션에 사용됐지만 에이딘로보틱스 등 로봇 센서 전문 기업들이 출범하며 로봇 센서의 국산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19일 전자부품연구원에 따르면 로봇 센서는 시각센서, 거리센서, 힘·토큰 센서, 관성 센서 등이 있으며 최종적으로 산업용 로봇, 협동로봇, 자율주행(ARM) 로봇, 휴머노이드 등에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관절(축) 마다 1개의 토크센서를 장착하는 협동 로봇과 비교해 휴머노이드 한대에는 최소 14개의 센서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도의 시장조사기관 모르도 인텔리전스(mordorintelligence)는 글로벌 센서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8.66%로 추정하며 2030년 글로벌 센서 시장 규모가 11억달러(약 1조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경제매체 진룽제(金融界)도 최근 톈평증권의 리서치팀 보고서를 인용해 "휴머노이드 로봇이 센서 수요를 늘리면서 센서 산업의 확장이 이뤄질 것"이라며 로봇 센서의 확장세에 주목했다. 진룽제는 ▲더 높은 힘 제어 요구 ▲말단 힘 센서 ▲촉각 센서 ▲전자 피부 센서 수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세부적으로 봤을 때 말단 힘 센서 분야는 6차원 센서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향후 원가 절감으로 인한 가격 하락 시 급성장기가 기대된다. MIR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이 100만대에 도달하면 해당 터미널 6차원 힘 센서 시장 규모는 80억위안에 달한다. 촉각 센서는 기술장벽이 높아 미국 센서 경쟁력이 강하며 유망 시장인 전자피부는 아직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원가가 높아 대량 생산이 쉽지 않은 상태다. 

로봇 융합 부품의 범위 및 로봇용 센서의 종류 / 전자부품연구원 및 삼일 PwC 경영연구원

휴머노이드 시장이 열리며 로봇 센서 수요는 폭증할 예정이지만 아직 휴머노이드 시장 자체가 기술 개발 초입기로 대중화가 이뤄지지 않은 블루오션이다. 일반 산업용 로봇과 달리 휴머노이드는 실시간으로 복잡한 환경을 인식하고 정교한 동작을 수행해야 하므로 센서의 정밀도와 통합성, 반응속도가 훨씬 더 중요하다. 

로봇업계 한 관계자는 "한 가지 센서를 개발해 이를 조금 변형하면 협동 로봇이나 자율주행 로봇, 산업용 로봇 분야 구분 없이 활용할 수 있었으나 휴머노이드는 다르다. 인간과 닮아야 해 더 민감하고, 가벼우면서도 강성이 높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아직 특정 기업이 휴머노이드 센서시장을 독점하거나 리딩한다고 보기엔 이른 시점이며, 많은 기업들이 연구 및 초기 테스트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휴머노이드 선두 주자 테슬라는 로봇 옵티머스를 개발 중인데 자체 센서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합 개발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AI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겠다는 취지의 'K-휴머노이드 연합'에 참여한 유일한 센서 기업 에이딘로보틱스는 첫 휴머노이드 센서를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글로벌 로봇 센서 상위 5대 제조업체이자 합산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미국 코그넥스(Cognex), 독일 발루프(Baluff Ag), 스위스 바우머(Baumer Group), 독일 아이에프엠 일렉트로닉(Ifm Electronic Gmbh), 일본 키엔스(Keyence)도 휴머노이드 로봇 전용 센서를 별도로 출시했다는 공식 발표를 낸 적이 없다.  아직까지는 범용 로봇, 자동화센서가 휴머노이드에 적용되는 구조인 셈이다.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식 / 연합

국내 기업들의 약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2021년 국내 센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장선도를 위한 K-센서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2022년부터 2028년까지 7년 동안 데이터 경제 실현과 디지털 뉴딜 촉진을 위해 핵심 센서 기술 확보에 186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사업에 참여한 로봇 센서 기업 에이딘로보틱스의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시장 급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이 제품에 탑재되는 센서는 회사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기존에는 외국의 범용 센서가 로봇에 쓰였으나 우리는 로봇 센서 기업으로 외국 제품보다 가격이 3분의 1에서 10분의 1 저렴하다. 미국은 센서 시장의 강자지만 이런 가격 특장점이 미국 수출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부교수(에이로봇 최고기술책임자)는 “휴머노이드를 구현할 기반 기술은 국내에 잘 갖춰져 있고 저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