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행정부, 관세 이용해 중국 ‘고립’ 계획...“협상서 중국과 거래 제한 압박” [The SIGNAL]
각국과 상호관세 협상서 ‘중국 배제’ 약속 받아낼 듯 상호관세를 무기로 중국 경제 고립 계획 베선트 美 재무장관이 계획 ‘주도’...행정부도 대체로 ‘지지’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교역국과의 상호관세 협상 테이블에 ‘중국 견제’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내주 협상을 앞둔 우리에게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교역국에 중국과의 거래를 제한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상호관세 협상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이 구상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파트너들로부터 중국을 자국 시장에서 배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대가로 무역 관세 장벽을 완화해 줄 방침이다.
미 정부는 70여 개 국가를 대상으로 협상을 진행하는데, 이들에게 ▲중국의 우회 수출 금지 ▲교역국 내 중국 기업 공장 설립 금지 ▲중국산 공산품이 무역 국가 경제에 흡수되지 않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WSJ은 “이러한 조치는 이미 불안정한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잠재적 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베이징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소식통들은 “협정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각국의 중국 경제 의존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관리들은 일부 국가와의 협상에서 이같이 제안했다고 사안을 잘 아는 몇몇 인사들이 WSJ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스페인어 방송 폭스 노티시아스와 인터뷰에서 파나마가 중국의 일대일로 계약 연장을 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언급하며 “미국과 중국 중 선택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해 이 같은 전략 실행을 암시했다.
WSJ은 다만 “반(反)중국 노선이 모든 국가와의 협상에 포함됐는지 불분명하다”며 “일부 국가는 미국 협상팀으로부터 중국에 관한 요구를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다수는 향후 이런 요구가 나올 것으로 신문은 예상했다.
이번 전략은 최근 트럼프 2기 무역팀에서 위상이 높아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베선트 장관이 지난 6일 마러라고 회의에서 해당 전략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중국 기업이 미국의 관세와 수출통제, 기타 경제 조치를 우회할 수 없도록 무역 파트너로부터 양보를 끌어낸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전략은 관세를 통한 중국의 미국 경제시장 접근 차단에 그치지 않고 중국 기업의 미 증시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 베선트 장관이 최근 폭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중국 주식 퇴출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전에도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로부터 반중국 약속을 받아내려고 한 적이 있다.
지난 2월 말, 그는 멕시코가 중국산 제품에 대해 미국과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산 펜타닐 관련 제재로 관세를 부과한 것과 연관된 협상에서 나온 제안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를 “괜찮은 제스처”라고 평가했지만, 해당 제안을 행정부 내에서 큰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이후 베선트 장관은 무역 협상에서 더 중심적인 역할을 맡게 됐고, 중국 전략도 행정부 내에서 큰 호응을 얻는 모양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궁극적인 대중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WSJ은 지적했다. 베선트 장관은 여전히 중국과의 대화에도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WSJ은 대화가 이뤄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이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백악관과 재무부는 WSJ의 관련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중국도 자체적인 무역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이번 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로 큰 타격을 받은 베트남을 방문해 하노이 정부와 수십 건의 경제 협약을 체결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국제경제 담당 선임 국장을 지낸 피터 해럴은 이날 조지타운 로스쿨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전략을 기회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해럴 전 국장은 “중국이 정치적으로는 꽤 영리하게 대처하고 있으나 미국을 대체할 수출 시장을 찾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각국에 10~40%대 상호관세율을 책정해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무역 분쟁이 격화하자 중국을 제외한 국가를 상대로 90일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이 기간에 각국과 협상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미국은 한국·일본·인도·호주·영국 등 5개국을 상대로 우선 협상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베선트 장관은 조만간 일본 경제재생 담당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내주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베선트 장관 등과 통상 현안에 관한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