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선 SK이노베이션 실적, SK온 배터리 성패가 관건
이어지는 적자와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무 부담 가중 올해부터 미국 신공장 투자 부담 감소…SK E&S 합병 통한 현금창출력 강화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실적 갈림길에 섰다. 이어지는 적자와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무 부담을 안고 있는 SK온이 SK이노베이션 실적의 핵심 키를 쥐고 있다.
7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6% 감소한 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정유와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 악화와 함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영업손실이 1.1조원으로 확대되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린 결과다. SK온은 2021년 분사 이후 연속 적자를 기록중이다.
SK온의 순차입금 규모가 커지는 게 가장 큰 부담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SK온의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은 31조원으로 SK이노베이션 전체 차입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정유4사 중 SK이노베이션 다음으로 순차입금 규모가 큰 HD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순차입금 8.6조원보다 3.6배 크다. SK이노베이션의 순차입금 규모는 2022년 16.2조원, 2023년 17.1조원, 2024년 31조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도 6조원 규모로 신규 투자가 예정된 SK이노베이션의 재무부담 통제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배터리 부문 실적 회복 가능성과 트럼프 정부 정책의 영향이 평가의 주안점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실적 부진과 대규모 투자로 인해 SK이노베이션의 재무 건전성도 악화됐다. 순차입금 대비 EBITDA(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는 2022년 2.6배, 2023년 3.7배에서 2024년 7.1배로 급증했다. 또한 중국을 제외한 미국, 서유럽, 한국 등 주요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이 크게 둔화된 상황에서 2026년까지 신규 공장 가동이 예정돼 있어 고정비 부담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SK온은 미국 내 포드와의 합작 공장(2025년 켄터키 37GWh, 2026년 테네시 45GWh)과 현대차와의 합작 공장(2026년 35GWh)을 차례로 가동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미국 지역에 대한 실적 의존도가 증가하면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른 불확실성은 내재돼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기차 수요 변동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수혜 지속 가능 여부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배터리 부문의 미국 신공장 투자는 상당 부분 완료돼 올해부터는 투자 규모가 축소될 계획이다. 전체 캐펙스는 지난해 10조원(배터리 9조원)에서 올해 6조원(배터리 3.5조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 흡수합병을 통해 현금창출력을 강화하고 투자 자금 대응과 재무부담 수준을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배터리 부문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신용도 부담이 상승할 경우 SK이노베이션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미국 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미국 시장 전략 재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