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파면] 불확실성 해소되는 K-제약바이오…새로운 기회될까
정치 리스크 종식에 투자 회복·성장 기대감↑ ‘미래 먹거리’ 여야 인식 같아…정책 연속성 유지 美 정책 변화 대비해야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업계도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4일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열고 오전 11시22분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22일만이자 지난해 12월14일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날로부터는 111일 만이다.
윤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은 제약바이오업계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정부 정책 연속성의 변수가 생겼다. 그동안 정부는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국가바이오위원회 등을 출범하며 바이오헬스 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였으나 새 정부의 방향에 따라 추진 중이던 정책 등이 중단될 수 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제약바이오 산업이 국가 발전을 위한 ‘미래 먹거리’라는 인식이 동일한 만큼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관련 정책은 큰 변화 없이 연속성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등 일련의 사태 여파로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윤 대통령의 파면 선고 직후 하락 흐름을 보이는 등 불확실성 해소로 인한 긍정적인 시그널도 감지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이 선고된 오전 11시 22분 기준 1436.30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 26일(종가기준) 이후 약 한 달여 만이다.
환율 상승은 원료의약품 수입 비중이 높은 국내 제약사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30%대를 유지하던 우리나라의 원료의약품 국내자급률(self-sufficiency ratio)은 지난 2022년 11.9%로 급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현재는 10%를 밑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과 인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원료의약품 구매는 대부분 달러로 이뤄진다.
불확실성 해소로 인한 얼어붙었던 제약바이오 산업 투자 심리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주도의 바이오펀드 및 민간 VC(벤처캐피탈) 투자 유입 증가 가능성이 점쳐지며 대외신인도 회복으로 통상 정치적 리스크를 평가해 협력 결정을 내리는 글로벌 빅파마‧다국적 제약사들과 한국 기업들의 협력 프로젝트(글로벌 임상, 기술이전 계약 등)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의 상호 관세 정책에 대응할 컨트럴 타워의 공백이 이어지게 됐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의약품은 상호관세 적용 품목에서 일단 제외됐지만, 개별 품목별 세부 사항 협상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산업계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며 “여야 모두 제약바이오 산업이 차세대 먹거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듯하고 이 기회가 국가 부로 축적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대표는 “대통령 선거는 매번 제약바이오 산업의 빅 모멘텀이었다”며 “이번 탄핵 심판 인용으로 정권이 바뀌게 되더라도 여야 모두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적인 부분은 지속성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 역시 “여야가 일관되게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큰 정책 변화는 없을 듯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에서는 NIH(국립보건원), FDA(식품의약국) 등에 인력이 대거 감축되고 있고 ARPA-H가 거의 와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국정 과제 중에도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등이 있는데 과거 조 바이든 전 대통령 행정부를 벤치마킹한 정책 등은 앞으로 조금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