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정한 ‘SC’ 기술…K-제약바이오의 저력
알테오젠, AZ와 2조 규모 계약 체결…기술수출 총 10조 육박 셀트리온 ‘램시마 SC’, 유럽 넘어 미국 시장 공략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들의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기술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알테오젠의 누적 기술수출 규모는 10조원에 육박하고 셀트리온은 유럽을 넘어 미국 시장을 넘보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알테오젠은 최근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자회사인 메드이뮨 리미티드(Limited)와 메드이뮨(MedImmune) LLC 등 2곳과 약 2조원 규모에 히알루로니다아제 원천기술(ALT-B4) 관련 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2건 체결했다.
해당 기술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암제에 적용돼 SC 제형으로 개발하고 상업화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ALT-B4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적용해 정맥주사(IV) 제형을 SC 제형으로 바꿔주는 기술이다. 알테오젠은 지난 2019년 글로벌 제약사 GPC(1조 6000억원)를 시작으로 ▲2020년 미국 MSD(5조 5560억원) ▲2021년 인도 인타스파마슈티컬스(1180억원) ▲2022년 스위스 산도즈(1839억원) ▲2024년 일본 다이이찌산쿄(3917억) 등에 잇달아 기술수출 성과를 이뤄냈다. 총 계약 규모는 약 9.7조원에 이른다.
최근 글로벌 의약품 시장은 블록버스터 신약들의 특허 만료 시점을 앞두고 IV 제형 의약품을 SC 제형으로 변환하는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MSD ‘키트루다’, 로슈 ‘티센트릭’, BMS ‘옵디보’ 등 면역항암제들이 SC 제형 변경을 완료했거나 목전에 두고 있다.
SC 제형은 정맥을 통해 치료제를 투입하는 IV 제형과 달리 짧은 바늘을 사용해 피부와 근육 사이 조직층에 약물을 주사한다. 의사, 간호사 등의 투약이 필수적인 IV에 비해 주사 편의성이 높고 주로 약물이 몸속에서 천천히 흡수되도록 설계돼 약물 효과를 더 오래 지속하고 투여 빈도를 줄일 수 있다.
특히 기존 의약품에 제형 변경에 따라 신약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SC제형 변환 기술은 글로벌 빅파마들에게도 매력적인 요소다.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는 자사의 블록버스터 약물을 제형 변경을 통해 새롭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SC 제형 전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미국 할로자임과 함께 우리나라 기업인 알테오젠과 셀트리온이 꼽힌다.
알테오젠은 할로자임과 마찬가지로 피하조직 내 히알루론산을 분해해 약물의 흡수를 촉진하는 원리는 동일하지만 독점적 효소를 활용해 할로자임의 특허를 회피하는 전략을 세웠다.
셀트리온의 경우, 단백질이 장기간 안전성을 유지하는 고농도 액상 제형을 개발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를 SC 제형으로 재탄생시켰다.
램시마SC는 세계 유일의 인플릭시맙 SC 제형 치료제로 지난 2020년 유럽 출시 이후 지난해 3분기 기준 점유율이 21%에 이른다. 특히 경쟁 제품에서 램시마로 우선 전환한 뒤 다시 램시마SC로 전환해 유지 치료를 받는 환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제약 시장인 미국에도 ‘짐펜트라’라는 제품명으로 출시돼 보험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모두와 등재 계약을 체결하는 등 처방 확대를 위한 기반 마련에 성공했다. 짐펜트라는 올해 매출 약 7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바이오텍들도 SC 제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SC 제형개발에 착수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2월 SC제형 면역항암제 ‘GI-102’ 임상 1상의 첫 환자 투약을 완료했다. 또한 SC 제형에 필수적인 새로운 인간 유래 히알루로니다제를 개발하고 있는 아미코젠은 지난해 9월 관련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