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날 재 뿌렸다…삼성바이오에피스 ‘스텔라라’ 시밀러 美 출시 암초
J&J, ‘피즈치바’ 출시 발표 당일 계약 위반 주장 가처분 신청 연간 글로벌 매출 15조 달해…글로벌 경쟁 치열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존슨앤드존슨(J&J)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미국 출시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의 등장은 오리지널의 매출 타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J&J는 최근 자사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의 바이오시밀러와 관련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대로 계약을 위반했다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는 공교롭게도 지난 25일 삼성바이오에피스(대표이사 김경아 사장)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피즈치바’를 마케팅 파트너사인 산도스社를 통해 미국에 출시했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삼성바이오에피스로서는 잔칫상에 재 뿌린 격이 아닐 수 없다.
J&J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자사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의 복제약 출시와 관련해 자가상표 공급업체와 허가되지 않은 별도 라이선스(sublicense)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J&J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출시를 지연시키기 위해 지난 2년간 여러 기업과 합의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피즈치바의 오리지널인 스텔라라는 판상 건선, 건선성 관절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에 쓰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J&J의 전문 의약품 부문 얀센이 개발했다. 연간 글로벌 매출 규모는 약 15조원(103억 6100만 달러)으로 미국 매출 규모만 약 10조원(67억 2000만 달러)에 달한다.
앞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셀트리온, 동아에스티 등 국내 기업들 중 가장 먼저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승인받은 바 있다.
피즈치바는 면역반응에 관련된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한 종류인 인터루킨(IL)-12,23의 활성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피즈치바의 출시로 기존 종양괴사인자 알파(TNF-a) 억제제 2종에 이어 인터루킨 억제제까지 3번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선보였으며 항암제, 안과질환 치료제를 포함해 미국 시장에서 총 5번째 제품을 출시, 미국 시장에서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린다 최 삼성바이오에피스 커머셜 본부장 부사장은 “피즈치바의 미국 출시를 통해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에게 다양한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으며 치료 옵션이 확대되면 의료비가 절감되어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미국 의약품 시장에서의 미충족 수요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유럽에서도 산도스를 통해 피즈치바를 판매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중 점유율 43%로 관련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할 만큼 경쟁력을 갖춰 미국 시장 진출도 순조로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고한승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새 리더로 발탁된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역시 신년사를 통해 “2025년에는 피즈치바 등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출시가 예정돼 있다”며 “제2의 도약을 준비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J&J의 가처분 신청이라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피즈치바의 미국 판매가 다소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온다.
다만, 복제약 출시에 따른 매출 감소를 우려한 오리지널사의 통상적인 대응일 뿐으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업계의 중론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시장 경쟁은 앞으로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 셀트리온과 동아에스티 등이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의 올 상반기 미국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일단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고 추후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J&J의 가처분 신청이 당장 피즈치바의 미국 판매에 어떤 영향을 끼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이번 소송 사안에 대해 별도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