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발 경기하방 위험..."1500원대 오르면 성장률 1.3% 하락"
대한상의 SGI, ‘환율 급등 시나리오별 경제적 임팩트와 대응’ 보고서 경제 펀더멘털 약화, 한미 금리역전에 정치불안 가세...환율 상승압력 지속 불확실성 장기화시 1500원대 우려...실물·금융 리스크 결합시 위기 트리거로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치솟을 경우 투자·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돼 올해 경제성장률이 1.3%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2월 이후 1400원대 중후반에서 등락하는 가운데 정치권의 갈등과 실물·금융리스크가 겹치면 복합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4일 발표한 ‘환율 급등 시나리오별 경제적 임팩트 및 대응’ 보고서에서 “최근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 약화와 한미 금리역전 등 구조적 요인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상승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환율 급등이 그동안 잠재돼 있던 금융리스크와 결합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 경제는 탄핵 사태와 함께 내수부진,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주요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내외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관세전쟁을 선포하는 등 관세 리스크도 큰 부담으로 떠올랐다. 지난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자 원달러 환율은 1470원을 돌파하며 1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향후 정치·경제 상황에 따른 두 가지 원달러 환율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정치와 경제가 분리돼 정책 대응이 원활한 경우,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조기 수습되더라도 한미 금리역전 지속과 트럼프의 관세인상 예고로 연중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의 가장 큰 변수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꼽았다. 보고서는 “미국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자국 물가를 자극해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미국이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 10%, 중국 수입품 60% 관세를 매길 경우 미국 금리가 상승하고 이에 따른 한미 금리 역전 폭이 더 확대돼 원달러 환율은 4% 이상의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정치권 갈등의 장기화다. 보고서는 “현재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연중 지속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약 5.7% 상승압력을 받게 되며, 환율은 1500원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정치권 갈등 장기화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투자·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재정 공백 발생, 통화·통상 정책의 효과적 대응 지연 등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주요 전망기관 예측치(한은 1.6~1.7%, KDI 2%)보다 낮은 1.3%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아울러 보고서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조정, 자영업 대출과 가계부채, 주력산업 부진 등 잠재된 리스크가 환율 급등과 맞물리면 실물·금융리스크와 결합한 복합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특히 글로벌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으로 석유화학·철강 등의 신용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외화차입 기업들의 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환율 급등에 따른 불안이 실물·금융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등 정책패키지 시행, 반도체특별법·전력망특별법 등 기업투자 관련 법안 신속처리, 취약부문 금융보호망 강화 등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가장 시급한 대응책으로는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실물·금융 정책패키지’를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와 해외 IR 활동을 통해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고 금융시장 리스크 확대에 대비한 추가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현재 발표된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시안정펀드 외에도, 중저신용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P-CBO(유동화회사보증) 공급 확대,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CP 매입기구(SPV) 설치 등을 상황에 따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경제적 효과 극대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소비, 정부투자, 이전지출 등에 동일한 1조원을 늘릴 경우 실질 GDP에 미치는 승수효과는 각각 0.85조원, 0.64조원, 0.20조원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며 “추경의 부문별 예산은 여야 합의를 통해 단기 부양책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 보조금, 에너지 기반시설 확충 등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중점을 두고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채보다는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특성을 가진 중소기업의 경우 저리 대출 확대와 금리·보증료 우대 지원을 강화하고, 석유화학·항공·철강 등 환율 급등에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에 대해서는 긴급경영안정자금과 기간산업안정기금 활용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