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무슨…" 이자 앞 발등에 불 떨어진 '영끌족'
지난해 임의경매 개시신청 13만9870건…11년만에 최다 대출규제·탄핵 등 시장 불확실성 확대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와 고금리로 인해 부채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경매시장으로 넘어가는 임의·강제 경매 건수가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 불황이 경매시장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은 급증하고 있으나 매수심리 위축으로 주인 찾기가 어려운 형국이다.
7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13만9870건에 달했다. 2023년 9만3794건에 비해 49.12% 증가했고, 이는 2013년(14만8701건)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은 건수다. △2020년 8만7812건 △2021년 6만6248건 △2022년 6만5586건과 비교하면 급증세가 뚜렷하다.
특히 2023년 수도권인 서울과 경기도는 각각 6261건, 2만5232건인데, 작년에는 8102건(29.40%), 3만6712건(45.49%)으로 급격히 늘었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석 달 이상 납입하지 못했을 때 채권자가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것이다.
현 경매시장 흐름은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매수에 나섰던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급하게 물건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매 물건 공급이 늘어난다고 해도 이자 부담이 여전하고 탄핵 정국으로 인한 불안정성이 가중되면서 일제히 관망세로 접어들며 경매 매물 건수도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의 경매동향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경매 낙찰률은 24.4%로 나타났다. 직전 1년간 평균은 25.5%로, 4건 중 1건만 성사된 셈이다.
낙찰가율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7%로 고점을 찍었지만 3개월째 하락 중이다. 지난달에는 91.8%까지 떨어져 같은 해 6월(92.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7일 진행된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5㎡ 경매 감정가는 18억3700만 원이었다. 네이버 부동산 시세가 20억 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1억 원 이상 싸게 나온 것이다. 더욱이 이번 1차 경매가 유찰돼 입찰 최저는 20%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현 추세를 두고 "단순 건수 증가가 아닌 복합요인"이라고 꼽았다. 한 경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호황기로 평가받는 2021~2022년 상반기까지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매입한 사람들의 채무 부담이 올해 들어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나올 것"이라며 "현 시국으로 인해 매수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에서 매물이 늘고 낙찰가율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