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급락·환율 폭등·금리 충격...8년전 탄핵 악몽 재현되나 [The SIGNAL]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금융시장 '트리플 악재' CDS 프리미엄 계엄 선포 직후 36.61bp까지 치솟아 금융감독원 24시간 비상대응체계 가동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전격적인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로 한국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4일 오전 한때 코스피 2% 폭락, 원달러 환율 1450원 돌파, 기준금리 3%대 고공행진의 '트리플 쇼크'가 몰아치면서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더 큰 충격파가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4일 오후 충격은 진정되며 마감되었지만 5일 현재도 주가는 약세, 환율은 불안한 상태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이탈로 한국 금융시장의 신뢰도마저 흔들리고 있어 후폭풍이 우려된다.
◆ 8년전보다 약화된 금융시장 체력...충격에 더 취약할 수도
두 사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금융시장의 펀더멘탈(fundamental, 기초체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인 2016년 11월, 국내 금융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기준금리 1.25%, 원·달러 환율 1,100원대, 물가상승률 1%대를 기록하며 대내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했다.
반면 2024년 12월, 현재 국내 금융시장은 이른바 '트리플 악재'에 직면해 있다. 기준금리는 3.00%로 8년 전의 2.4배,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수준으로 30% 높다. 여기에 3%대의 고물가까지 겹치며 시장의 충격 흡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이탈이다. 계엄 선포 직후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지며 증시와 채권시장이 동반 폭락했다.
사태 진행 방식의 차이도 시장 충격을 증폭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부터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까지 약 4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시장은 이 기간 동안 단계적으로 리스크를 반영하며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3일 밤 10시 30분, 예고 없이 발표된 계엄령은 시장의 대응 능력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단기적인 충격은 더 큰 것이다.
◆ 환율은 이미 높아서 영향 크지 않을 듯, 채권도 정부 개입으로 안정 기대
8년전 탄핵 사태로 원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1100원에서 1200원으로 뛰었다.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이 결의된 12월9일 전후 변동은 크지 않았지만, 탄핵이 논의되던 시점에 환율은 1100원 수준이었다. 오히려 탄핵 결의 이후 환율은 안정을 되찾았다.
최근 환율은 미국과의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1400원 내외로 올라온 수준이다. 강달러의 영향으로 엔화도 크게 하락하는 등 국제 외환시장의 영향이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불안감이 1450원까지 올라가게 했지만, 이내 시장은 냉정을 찾았다. 5일 오후 1시 1415원 수준으로 최근 한달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추가적인 상승보다는 미 국채금리 하락세에 따라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채권금리도 지난 3일까지 20일 동안 지속된 내림세를 마감하고 상승 반전하였다. 다만 그 폭은 크지 않았고 외환시장처럼 급변하지도 않았다.
4일 오전 금융당국의 유동성 무제한 공급안 발표에 안정된 모습이었다. 40조원의 채권안정펀드와 회사채 및 CP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회사채 시장은 큰 금리 변동없이 안정적이었다. 단기적으로도 탄핵 발의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주식시장은 충격도 큰 편이었고 향후 변동성도 커질 위험이 있다.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의 주가가 3일(현지시간) 급락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보도 직후 iShares MSCI South Korea ETF(EWY)는 최대 낙폭인 한때 -7.1%까지 하락했지만 장마감시간에 -1.6%로 진정세를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 ETF 시장에서 한국 주식은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패닉셀링이 이어졌다.
금융위원회의 안정대책으로 나온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 운용이 그나마 방어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아 향후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수출 및 내수 경기 악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어 악재에 민감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 이슈보다는 저점이라는 인식과 경기 불안감 사이에서 주가는 불안한 등락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CDS 프리미엄 33bp→36bp '충격의 여파'... 한국 리스크 재평가 시작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응도 8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오히려 한국의 민주주의 성숙도와 제도적 안정성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탄핵 이후 코스피는 상승세로 전환됐고, 외국인 자금도 순유입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정반대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한국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언급했고,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집중 보도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비상계엄 선포에 간밤 36.61bp를 웃돌았다가 내려앉았다.
4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5년물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34bp를 밑돌던 수준에서 거래되다 지난 새벽 1시 이후 36.61bp까지 올랐다. CDS 프리미엄은 순간 튀어 올랐으나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영향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5년물)은 계엄 선포 직후 36.61bp까지 치솟아 신흥국 리스크가 재부각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의 대응도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은 물론, 필요시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왑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긴급 금융통화위원회를 소집해 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 중이며, 금융감독원은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탄핵 정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분간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한국 금융시장이 이른바 '퍼펙트스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