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오너 간 헐뜯기에 주가 ‘추풍낙엽’

모녀VS형제 경영권 분쟁 1년째 지속 모친 등 전방위 고발전까지 주가 추락에 주주들 불만↑

2024-11-26     김동주 기자
한미약품 본사 전경./한미약품 제공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모녀(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와 형제(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로 갈라진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양측간에 비방과 헐뜯기로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 1년여간 이어진 오너가의 집안싸움에 회사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주주들의 불만도 극에 치닫고 있다.

두 아들이 모친 고발…경영권 분쟁 ‘격화’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 개최되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모녀‧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형제 측간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형제 측이 이끄는 한미사이언스가 모친을 비롯해 경영진 등 한미약품을 향한 전방위 고발에 나선 것. 그간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면서 양측 간에 신경전은 더러 있었지만 가족간에 고발전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임시주총에서 확실하게 표심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8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외 3인의 그룹사 고위 임원, 그리고 김남규 라데팡스파트너스 대표 등 총 5인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및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주요 고발내용은 ▲부적절한 거래를 통한 회사 자금 유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이득 취득 및 ▲불필요한 임대차계약을 통한 자금 유출 등이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고발 전 철저한 내부 감사와 법률 검토를 거쳤으며 사안의 엄중성을 고려해 고발을 진행했다”며 “이번 고발은 기업의 본연적 이익, 수만 명의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다.

지난 13일에는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가 송영숙 회장과 박재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송 회장과 박대표의 결정으로 한미약품이 이사회 결의나 승인 없이 가현문화재단에 3년간 120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제공했다는 사유다. 코리그룹은 임종윤 이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로 한 대표는 형제 측 인사로 분류된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5일에도 서울 강남경찰서에 모녀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포함한 3인연합과 이들로부터 의결권 권유업무를 위임받아 대행하는 업체 대표 등을 대상으로 위계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3인연합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와 공모해 회사 로고를 도용함은 물론 거짓된 정보로 주주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종용한 점을 사유로 꼽았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아예 모친인 송영숙 회장을 표적으로 삼았다. 최근 상속세 납부를 위해 한미사이언스 주식 105만주를 매각한 임 대표는 어머니의 채무 불이행을 매각 사유로 꼽은 것. 

이에 송 회장은 “본인의 사정 때문에 어머니를 주주들 앞에 세워 망신을 주고 있어 참담하다”며 “두 아들이 어머니인 나를 이렇게 공격해 남는 것은 무엇인지 반문하고 싶다. 두 아들은 자중해달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 “가족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까지 대내외에 공개하면서까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줄순 없다”고 했다.

추락하는 주가…주주들은 ‘부글부글’

올 초부터 시작해 1년여간 이어지고 있는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은 회사의 악재가 되고 있다. 실제로 경영권 분쟁이 발발하기 전인 올해 1월3일 최고가 37만7000원을 기록했던 한미약품의 주가는 지난 8월5일 최저가 25만8000원까지 주저앉았다. 이는 최고가 대비 31.6% 감소한 수치다. 지난 22일 종가 역시 27만8000원에 그쳤다. 

특히 이달 초까지 30만원대를 유지하던 한미약품의 주가는 가족 간에 고발 소식이 전해진 이후 지난 14일 전 거래일 대비 5.3% 하락한 29만6000원으로 곤두박질쳤고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영권 분쟁에 주주들의 불만도 한계치에 이르렀다. 한미약품의 종목토론실 게시판에는 “패드립으로 경영권 다툼하는 회사 처음 본다”, “주가 좀 바로 하고 싸워라. 진절머리 난다” 등 주주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주주들은 임종훈 대표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한미사이언스 보유 주식 105만 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판매한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14일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종가 기준 3만2500원이었으나 임 대표는 이날 약 8% 수준에 손해를 보고 2만9900원에 지분을 매도해 주가 하방 압력을 높였다는 지적이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된다면 한미약품의 기업 역량이 훼손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한다”며 “상반기 실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연초 대비 주가가 하락한 것은 기업역량 훼손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오는 28일 진행되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주요 안건으로는 이사회 인원을 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의 건과 신동국 회장, 임주현 부회장 2인의 이사 선임 건, 그리고 주주친화정책인 감액배당 건들이 상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