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비만약 ‘위고비’ 불법처방 잇달아
보따리상‧해외직구…비대면 ‘꼼수’ 처방까지 의료계도 우려 “부작용‧사망 위험 높아져”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불법 보따리상을 통한 구매나 비대면 진료를 악용한 꼼수 처방 등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오남용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되고 있다.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고비의 인기만큼 비대면 진료 악용 사례가 계속해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기적인 집중 모니터링 단속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있겠느냐”라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질타했다.
장 의원이 문제 삼은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 주사제로 앞서 지난 15일부터 국내 정식 출시된 바 있다.
위고비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kg/m2 이상인 성인 비만환자 또는 ▲BMI가 27kg/m2 이상 30kg/m2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1개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성인 비만환자가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약국 개설자가 아닌 사람이 해당 비만 치료제를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그러나 위고비가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약국마다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해외 직구 등과 같은 불법 보따리상까지 등장했다. 한 때 다이어트 커뮤니티와 카페 등에서는 위고비 구매가 가능한 ‘성지 약국’과 직구 사이트 등의 공유 정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위고비를 해외직구 등으로 구매할 경우 제조·유통 경로가 명확하지 않아 의약품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우며 불법 위조품인 경우 위해성분이 있을 수 있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고 오남용의 우려가 있어 위험하다.
특히 비대면 진료를 통한 위고비 ‘꼼수’ 처방이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는 원하는 진료 과목을 선택한 뒤 주민등록번호와 진료 희망 시간, 증상 등을 입력해 제출하면 선택한 시간대에 의사에게 진료 상담 전화가 연결돼 비교적 손쉽게 처방전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장 의원은 “플랫폼 등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는 올바른 사용법과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이용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불안정성이 높다”며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다이어트 약물을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고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재의 비대면 진료 시스템은 불법적인 부분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비대면 진료를 통한 비만약 처방 문제는 노보노디스크의 또 다른 주사형 비만 치료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에서도 드러났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삭센다 약제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점검 현황’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로 삭센다를 처방하고 DUR 점검을 거친 진료 건수는 지난해 12월 183건에서 올해 9월 3347건으로 18배(3164건) 증가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시행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DUR 점검 시 대면·비대면 진료 정보를 구분해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계도 위고비 오남용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대한비만학회는 “인크레틴 기반의 항비만약물이 계속해서 국내에서 출시가 예정된 상태에서 인크레틴 기반의 항비만약물이 우리 사회에서 오·남용될 수 있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인크레틴 기반의 항비만약물은 뛰어난 체중감량 효과가 있지만 흔한 부작용으로 오심, 구토, 변비, 설사, 복부팽만감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담낭질환으로 인해 담낭절제술을 시행 받을 위험이 높아지며 장폐쇄와 위 내용물의 배출지연으로 흡입성 폐렴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며 췌장염 발생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용하는 동안 반드시 의료진에 의한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대한비만학회는 “기존 출시된 삭센다가 처방이 불가능한 치과나 한의원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돼 미용 목적으로 사용된 사례들이 있었으며 불법적으로 온라인에서 거래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만병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등 적응증 외에 목적으로 사용 시 약물의 치료 효과를 얻기보다 부작용을 경험하고 의료기관에 입원하거나 사망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 불법적인 유통의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식약처는 관세청과 함께 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해외 온라인 플랫폼 등으로 직접 구매하는 이른바 ‘해외 직구’를 차단하기로 했다. 또 주요 온라인 쇼핑몰 등을 대상으로 ‘비만 치료제’ 등을 금칙어로 설정하고 온라인 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불법으로 판매하거나 광고하는 행위도 적극 단속 중이다. 위고비가 출시된 후 지난 21일까지 1주일간 적발·조치된 위반 게시물은 총 12건이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위고비 비대면 진료 처방과 관련해 “부적절한 접근 자체를 제도적으로 어렵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위고비를 포함한 비만약을 비대면 진료에 제외하는 것은 복지부 소관이다. 대책 마련을 위해 논의하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