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약세에 흔들리는 코스피...기업들 '실적 악화' 영향
'6만전자' 붕괴·3분기 실적 악화에 직격탄…증권가, 목표가 줄하향 모멘트 부재·내수 부진·보수적 경영 문화 여파
[한스경제=박영선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5만원대로 하락하면서 국내 유가증권 시장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올해 증시 상승의 모멘텀으로 등장한 '밸류업 지수'에 국내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18일 코스피 지수가 2593.82에 마감하며 하락하는가 하면 지난 21일에는 26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유가증권 시장은 올해 초에 비해 2.3%가 하락하며 아쉬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유가증권 시장이 3분기 들어 눈에 띄는 약세를 보이는 이유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미미한 실적 가시화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코스피 순이익은 올해 190조원, 내년은 23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가시성이 낮고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으나 실적 가시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 중 하나다"며 "특히 9월 초 이후 올해와 내년 이익 컨센서스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어 영업이익 기준으로 올해는 3.5%, 내년은 4.5%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개다가 지난 16일 삼성전자는 6만선이 붕괴되면서 주가가 5만원대로 하락했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에 대해 한달 넘게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18일 기준으로 외국인은 3거래일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1700억원 가량 순매했다. 이에 시가총액 79조원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는 반도체 산업의 향후 수익성은 견조한 편이지만, 삼성전자의 상승모멘텀 부재를 지적하며 목표가를 낮추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경쟁 구도에 선 TSMC는 지난주 실적 발표를 통해 시장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HBM을 비롯해 파운드리 부문에서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나타나면서 시장 내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도 삼성전자의 업황 부진에 주목하며 상승 모멘텀 부재를 지적하고 나섰다. 8월 이후 증권가는 삼성전자 주식에 대해 키움증권(12만원→9만원)·IM증권(8만7000원→7만6000원)·유진투자증권(9만1000원→8만2000원)·IBK증권(11만원→9만5000원)·SK증권(12만원→8만6000원) 등 모두 줄하향 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3분기 실적에서 반도체는 낮아진 시장 기대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불과 2주전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론과도 온도차이를 보였다"면서, "메모리 가격이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에도 삼성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2분기 6조5000억원에서 3분기 4조3000억원으로 오히려 크게 뒷걸음 친 것으로 추정되며 TSMC와 시가총액 차이가 더욱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시가총액 1위의 기업이 흔들리자 시장은 주가 회복을 위한 상승 모멘텀 찾기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올해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밸류업 지수 100종목을 발표 후, 상승 효과는 미약한 편이다.
이는 밸류업지수 100종목이 대형주 위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이에 밸류업 지수도 코스피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당초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혜 수혜 종목으로 지목됐던 금융주가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여 향후 상승 여력이 기대됐으나, '밸류업' 지수만의 특색이 증시 상승을 견인하긴 어렵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기업 가치 제고를 공시하는 기업들의 참여도 미미해 관련 효과가 드러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근 통화 정책이 완화 기조에 접어들었지만, 경기 침체 방어를 위한 매파적 인하라는 해석이 우세하면서 기업들이 '밸류업' 투자에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기업경기조사'에 따르면, 전 산업의 기업심리지수는 91.2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제조업 심리지수가 올해 최저치를 기록, 대기업 부문도 9월 대비 2.7pt 내린 94.1을 기록하며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기업들의 주주환원책 제시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10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버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배당 총액이 1000억원이 넘는 기업은 총 15곳으로 지난해에 비해 3곳이 더 증가한 것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반기 중 배당을 진행한기업은 전체 상장사 중 4%로 지난해 동기 대비 6곳일 뿐이다.
리버스인버스는 "1000억원 이상 배당한 기업들의 업종은 반도체, 금융지주, 통신 등에 한정돼 있었다"면서, "주주환원 확대를 통해 밸류업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정부 기조에도 불구, 상반기 상장사들의 실적 부진이 한계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에 정부의 '밸류업 ETF' 출시가 연기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한국거래소가 밸류업 지수 발표 당시 향후 종목 구성에 관건은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공시임을 밝혔으나, 현재까지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이 21개곳에 그쳐 기업 참여 유도가 더 필요한 실정이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주환원은 기업을 밸류업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옵션 중 하나며, 국내 기업을 살펴봤을 때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곳이 꽤 있음에도 기업들의 참여도가 저조해 아쉬운 상황이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기업이 돈을 축적하고 나면 이를 재투자 해서 자본을 유동성 있게 운용하는 것이 필요한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과거 추세를 보면 자본이 쌓인 기업일수록 재투자를 하기보다 부채 비율 상환에만 집중하는 등, 과도하게 보수적인 경영 문화를 지닌 점이 기업 가치 제고를 가로막는 요인이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연구원은 해외 시장에 대해 "미국 기업들은 단순히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늘려 기업 가치를 제고한 것이 아니라, 재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 자연스럽게 주주환원책 제시로 이어졌다"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후, 이행 성과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