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아끼려 中시멘트 들여온다고…" 건축업계 신뢰·안정성 비상

국내산 시멘트 가격 4년간 49.3% 올라…공사비는 3년간 27.9% 상승 "부진 시멘트산업엔 직격탄"…국토부 "중국산 수입 극소량에 그칠 것"

2024-10-11     김호진 기자
시멘트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주차된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정부가 공사비 절감을 위해 중국산 시멘트 수입을 검토하면서 국내 시멘트 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값싼 중국산 시멘트가 국내로 유입되면 시멘트업계의 생존과 품질 등 적잖은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일 '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통해 시멘트 수입 절차 감소화 및 비용 완화 지원 방침을 내놨다. 이는 시멘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산을 포함한 해외 시멘트 수입을 검토하기 시작한데 따른 조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 100에서 2023년 127.90으로 3년간 27.9% 올랐다. 공사비는 올해 들어 7월까지 1.6% 오르며 상승세가 주춤해졌고, 6∼7월 지수는 전월보다 하락했지만, 장기 추세선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시멘트 산업은 물류비 부담이 커 무역에 따른 이익이 크지 않은 데다, 국가 기간산업이라 내수 중심으로 시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공사비의 1.5~2.0%를 차지하는 시멘트 값이 최근 4년간 49.3% 오르며 중국산 수입이 거론되고 있다.

시멘트 원료인 유연탄 가격은 2022년 3월 톤(t)당 246달러로 최고가를 찍은 뒤 올해 7월 90.02달러까지 떨어졌지만, △2020년 7월 t당 7만5000원 △2022년 7월 9만 2400원 △올해 7월 11만2000원으로 뛰었다.

건설업계는 가격 인하를 요구했으나, 시멘트 업계는 환경 규제에 따른 설비투자 비용이 드는 데다 현 가격은 그간의 원가 인상 요인이 늦게 반영된 것이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정부가 건설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민간 건설사의 시멘트 수입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국회에서는 여야 가리지 않고 국토교통부를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지난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건설업계가 추진하는 중국산 저가 시멘트 수입은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입 시멘트를 들여오면 국내 시멘트 업계의 실적이 악화하고, 업계 경쟁력이 떨어져 주도권이 상실된 뒤 중국산 수입 시멘트 가격 상승은 불 보듯 뻔한 것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 시멘트 업계가 한국시멘트협회에 시멘트 수입 관련해 문의한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며 "수입 시멘트가 국내에 유통 되려면 어마어마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국토부가 건설업계와 시멘트 업계 간 합의점을 찾도록 협의체를 구성해 해결하라"고 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건설 업계에서 중국산 시멘트 움직임이 있는데 요소수와 비교할건 아니다"라며 "수입이 이뤄지더라도 극소량이고, 품질 문제는 KS인증제도를 통해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멘트 생산량은 전년 대비 12.6% 감소한 2274만t으로, 출하량도 1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고는 15.6% 증가해 126만t에 달했다. 업계는 중국산 시멘트가 저가로 대량 유입되면 국내 시멘트 업계는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멘트업계 고위 임원이 방한해 '우리는 한국 시멘트 회사를 인수할 용의가 있다'고 해 간담이 서늘했다"며 "단순 원가 절감을 위한 시멘트 수입은 장기적으로 아파트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