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GNAL] 실적 선방한 카드사…하반기는 카드론 건전성 관리가 관건

상반기 순익 1조4990억...5.8% 증가 수익 증가와 비용 절감 양쪽에서 일정 부분 한계 영업자산 22.3% 비중인 카드론, 가계대출 규제로 취약차주 유입 우려

2024-09-30     박종훈 기자
카드사들이 상반기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실적 면에서 선방했으나 하반기에는 카드론을 중심으로 건전성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올해 상반기 카드사들은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에서 비교적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른데, 성장성은 정체되고 있으며 비용절감 역시 현재 한계치에 가깝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겠지만 이로 인한 긍정적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며, 특히 카드론을 중심으로 건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8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499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5.8% 가량인 822억원이 늘었다. 카드채권·할부채권·리스채권·기타 대출채권 등 총채권 기준 연체율은 1.69%로, 지난해 말에 비해 0.06%p 상승했다. 6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7%로 역시 지난해 말에 비해 0.03%p 상승했다.

BC카드를 제외한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카드사의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442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4.1% 증가했다. 총자산수익률(ROA)은 1.6%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우선 전체 카드수익은 9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6871억원 증가했다. 그에 반해 카드비용은 2조7000억원으로 외려 463억원 감소했다. 수익은 늘고 비용은 줄었기에 수익성을 유지했던 것이다. 

수익 증가엔 할부수수료와 카드론 이자가 크게 늘었고, 연회비 수익도 증가헀다. 그에 반해 최근 자영업 경기를 반영하듯 가맹점 수수료 수익 증가세는 둔화됐다. 

최근 금리 상황 속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조달비용 증가세가 둔화된 점 역시 수익성에 긍정적이었다는 평가다. 상반기 조달비용은 2조2000억원 가량으로 1년 전에 비해 3487억원 증가했는데, 2022년과 비교해 2023년 조달비용이 1조1000억원 급등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숨 돌린 셈이다.

대손비용도 비슷한 맥락이다. 2022년과 비교해 2023년 대손비용은 1조4000억원 늘었지만, 올해 상반기는 2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1882억원만 늘었다.

◆ 이용대금 증가 정체 예상

이상 열거한 ▲카드수익(이용대금) ▲카드비용 ▲조달비용 ▲대손비용이 하반기 카드사 실적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겠다. 

지난 2022년 이후 카드이용대금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연관이 깊다. 202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6%까지 치솟다가 2023년까지 4% 내외 높은 수준을 보였다. 같은 시기 카드이용대금 증가율은 2022년 13.2%, 2023년 5.4%를 기록했다. 물가가 올라가니 결제금액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둔화되고 있다. 이에 올해 상반기의 카드이용대금 증가율도 연환산 기준 2.6%까지 내려왔다. 2025년 이후 물가가 일정 수준 안정화될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하고 있는데, 이와 함께 한은은 2024년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8월 1.8%에서 1.4%로 하향조정했다. 향후 물가가 안정되더라도 고금리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 소득개선 부진, 높은 가계부채 등 민간소비 회복세가 저조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카드업계 전반의 이용대금 증가가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경쟁 중인 개별 카드사 입장에서도 전세를 크게 뒤집을 뾰족한 수를 내기 쉽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레드오션인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도 등장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시장 경쟁에서 온라인 전자상거래 규모가 크게 늘며, 카드사들에게 새로운 시장과 성장 계기가 마련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후 핀테크 기업 등의 다양한 간편결제 서비스가 등장하며 파이의 몫이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간편결제 서비스 내에서 신용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용금액 기준 지난 2021년 64.4%였는데, 2023년엔 61.1%로 떨어졌다.

◆ 비용절감 여지도 크지 않아

이용대금을 크게 늘리기 어렵다면 허리띠라도 졸라매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텐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카드비용이란 주로 모집비용, 마케팅비용, 밴사 지급수수료, 해외 브랜드사 지급수수료 등으로 구성된다.

최근에는 비대면모집 등이 활성화되며 모집비용이 감소했지만, 회원기반 확충을 위해 적극적으로 제휴를 확대하고 있기에 관련 비용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면서 해외이용실적도 껑충 뛰었지만, 이에 따라 해외 브랜드사 지급수수료가 늘고 있기에 이 역시 서로 상쇄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마케팅비용을 감축하기도 난망하다. 카드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회원기반 확충에 핵심 비용이기에 줄이기가 어렵다.

마케팅비용은 주로 포인트·할인 등 부가서비스비용, 광고선전비용, 무이자할부비용 등을 가리킨다. 최근 수년 카드수익이 꾸준히 성장했지만 모집비용이나 밴사 지급수수료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기에 더 큰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는데, 마케팅비용이 꾸준히 증가하며 결국 제한적 수익성을 기록했다.

회원기반을 확보한다는 건 여러 모로 중요하다. 단지 카드이용대금을 늘리기 위한 기반일 뿐만 아니라 카드대출이나 다양한 비카드사업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미 치열한 시장에 새로운 선수가 경쟁에 뛰어들었으므로, 앞으로도 이러한 마케팅비용 절감은 쉽지 않을 것이다. 타사에 비해 규모나 인지도, 경쟁력이 열위한 카드사일수록 이러한 마케팅비용 절감을 결정하는 건 쉽지 않다.

올해 들어 카드채 신규발행금리는 4% 대에서 3% 대로 내려왔다. 8월 말 기준 신용등급별로 3.3%~3.6% 사이다. 카드채 만기도래 시점을 전망하면 올해 하반기는 3% 대 중반, 2025년 들어선 3% 대 초중반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신규발행 금리가 만기도래 금리보다 낮아지며 조달비용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카드사의 조달 구조가 고비용인 점을 감안하면 경영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 급증세 카드론, 향후 건전성 관리 요구돼

대손비용과 관련해선 카드론의 건전성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6월 말 카드론은 영업자산의 22.3%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현금서비스가 3.4%, 리볼빙이 10.3% 규모인 데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이다.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책에 의해 전 금융 업권에서 개인신용대출 중엔 카드론의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이것은 풍선의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거지는 것처럼, 취약차주가 유입됐을 가능성도 높다. 

개별 기업으로 보면 KB국민카드가 카드론 취급 비중이 가장 높으며, 롯데카드와 우리카드는 2023년부터 카드론을 적극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올해 들어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도 카드론 취급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은 리스크관리책도 병행하고 있으나 향후 대손비용 부담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2년 말 1조2000억원 가량이던 대환대출도 6월 말 기준 2조1000억원으로 급등한 것 역시 향후 건전성 관리를 위해 유의할 지점이다. 특히 영업자산 내 카드론 비중이 높은 KB국민카드는 대환대출 잔액도 7772억원으로 타사에 비해 취급 규모가 크다. 롯데카드는 1923억원으로 대환대출 잔액 규모는 이보다 작지만, 증가율은 2023년 109.0%, 2024년 상반기 94.2% 등 속도가 빠르다.

◆ 3년 만에 돌아온 가맹점수수료율 재산정, 인하 타격은 제한적일 듯

올해 하반기 카드사들이 경영상 또 한 가지 감안해야 할 이슈는 가맹점수수료율 재산정 주기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지난 2012년부터 3년마다 가맹점수수료율을 조정하고 있다. 이는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밴사 수수료비용 ▲마케팅비용 ▲조정비용 등을 고려해 적격비용을 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수수료율을 책정하는 식이다.

매출액 규모가 작은 가맹점은 우대가맹점수수료율을 적용해 매출이 큰 가맹점에 비해 적은 수수료를 부담한다. 2012년 제도 도입 당시에는 연매출 2억원 이하 우대가맹점이 전체 가맹점의 약 68%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수수료율은 1.5%였다. 그런데 지난 2021년 말 개편에선 우대가맹점이 매출 30억원 이하까지 세분화해서 확대했으며, 수수료율도 0.5%~1.5% 사이로 하락했다. 구간별 수수료율 차등이 있는 우대가맹점의 확대로 현재는 전체 가맹점의 98%가 우대가맹점이라고 봐야 한다.

앞서 언급됐지만 현재 카드사들의 조달비용 부담이 높아졌기에, 가맹점수수료율이 큰 폭으로 인하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일정 부분 수수료율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매출액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이 0.5%인 점을 감안하면,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수익 감소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더해 현재 금융 당국의 주요 정책 기조가 영세·소상공인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는 걸 감안하면, 대형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상한 2.3%가 급격하게 낮아질 가능성은 적다.

제도 도입 이후 주기마다 돌아오는 가맹점수수료율 재산정은 그동안엔 카드사들의 심각한 골칫거리였다. 그러나 최근엔 카드사들마다 적극적으로 수익기반 다각화를 추진했기에, 이러한 가맹점수수료에 대한 수익의존도가 낮아졌다. 카드수익에서 가맹점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23년 46.7%에 달했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으론 30.2%까지 하락했다. 이는 카드론이자 26.1%, 할부카드수수료 18.5%, 연회비수익 7.7% 등 여타 수익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