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GNAL] 석유화학 업황...내년까지는 완만한 회복

단기 회복, 중장기는 리스크 요인이 많아 업황 부진 속 석유화학 기업들 대거 신용도 하향 전망

2024-09-25     이호영 기자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기업1실 수석연구원이 석유화학 세션에서 업황의 회복 시그널이 미진한 가운데 기업들의 신용도 하향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스경제=이호영 기자] 전반적인 업황 부진 속 석유화학기업들의 신용도 하향 조정이 거듭될 전망이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24일 열린 '한국기업평가(KR) 크레딧 세미나' 석유화학 세션에서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석유화학 업황이 바닥은 탈출한 것으로 보이지만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 않다. 미약한 수준"이라고 요약하고 기업별 주요 모니터링 요인을 분석했다. 

◆ 석유화학 업황 '완만한 회복', 시그널 미약...'호황 사이클' 기대 힘들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올 상반기 수출 물량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대체로 높다. 다만 이 회복 수준은 스프레드 기준 톤당 300달러 미만에서 등락하고 있는데 이는 손익분기점(BEP)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출처 = 한국기업평가.

유 수석연구원은 단기적(~2025년)으로 석유화학 업황의 완만한 회복을 전망하는 이유로 ▲ 금리 인하 가능성 ▲ 중국의 경기 부양책 ▲ 공급 부담 완화 3가지를 꼽았다.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계감이 크다. 유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하는 이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지난 주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은 0.5% 포인트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며 "내년까지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을 5% 내외로 달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투자 활성화, 소비 촉진을 위해 이구환신(신제품 교체) 정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공급 부담 완화가 단기 회복의 주된 요인이다. 앞서 에틸렌과 화학 섬유 주요 원료인 폴리에스터 계열의 파라자일렌(PX) 등 올레핀, 아로마틱계 모두 2024~2025년경 증설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5년 증설분은 수요 증분을 하회할 전망이다. 유 수석연구원은 유럽 노후화 플랜트의 폐쇄 가능성도 공급 부담 완화에 일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장기 전망으로는 중국 저성장으로 인해 과거 호황 사이클 재현은 어려울 것으로 봤다. 석유화학 중장기 업황은 업다운이 반복되는 사이클을 보인다. 

유 수석연구원은 "석유화학 수요는 건설과 자동차, 가전, 의류 등 다양한 전방 산업과 연결돼 있고 중국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며 "수요 특징은 선형적인 성장성을 보인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급 특징은 각국의 증설 계획에 따라 계단식으로 이뤄지다보니 초과 공급, 초과 수요 구간이 발생하며 사이클을 그린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중국의 공격적인 증설로 인해 초과 공급 구간에 진입하며 다운 사이클 상태다. 다만 유 수석연구원은 중국 수요 성장 동력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업사이클 전환엔 무리가 있다고 봤다. 중국은 현재 고용 부진과 높은 가계 저축으로 큰 폭의 성장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돼줬던 수출도 2010년 이후 대미 수출 부진으로 약화됐다. 유 수석연구원은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돼 수출 개선 여력이 크지 않다고 했다. 

이외 업사이클을 제약하는 중장기 요인으로는 반복되는 증설 부담이 있다. 중국 국영 기업들이 주도하는 중국 주도의 대규모 증설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어 2026년 이후로 지난 4년 간의 증설 부담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증설을 거듭하는 이유는 공급 안보 때문이다. 외부 의존성을 낮추고 안정적이며 효율이 높은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 부진한 업황...석유화학 기업들 신용도 하방 압력 가중  

무엇보다 업황 부진으로 기업별 상황도 좋지 않다. 롯데케미칼, 여천NCC, HD현대케미칼 등은 신용도 하향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LG화학의 경우에도 신용도 하향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유 수석연구원은 "올 상반기에 실적이 부진했다"며 "지난해에 13조원, 올해 14조원 이상을 자본적 지출(CAPEX)할 것으로 추정됐다. 배터리 증설 투자로 계속 투자 부담이 있다보니 차입 부담이 확대된 상태"라고 했다. 이어 "LG화학은 지분 매각, 비핵심 사업 정리 등을 통해 재무 완충력을 충분히 보완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했다.

롯데케미칼은 올 들어 지난 6월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유 수석연구원은 "주력인 석유화학 실적 회복 수준과 재무 안정성의 방어 여부가 모니터링 요인"이라며 "자회사 지분 매각 등 자구 계획을 마련하고 있지만 좀 더 강도 높은 재무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화토탈에너지스도 올 6월 하향 조정됐다. 유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등급 변동 가능성은 낮지만 올레핀계 실적 회복 수준과 재무 안전성을 계속 잘 제어하는지가 관건"이라며 "현재 투자 계획을 기존 계획보다 축소할 예정이고 현금흐름을 토대로 배당을 조정하며 재무 안정성을 제어할 계획이어서 이를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했다. 

SK지오센트릭은 석유화학 단일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업황 반등에 따른 실적 회복 수준, 재무 안정성 통제 여부 등을 들여다본다. 유 수석연구원은 "현재 플라스틱 관련 투자 계획이 있고 2026년까지 배당을 지급하지 않을 계획이어서 재무 안정성을 적절히 제어하는지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나솔루션의 주요 모니터링 요인은 수익성 회복 수준, 재무 안정성 제어 여부다. 9월에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된 HD현대케미칼은 실적 회복 수준을 모니터링한다. 주요 재무지표 개선 여부도 본다.  

여천NCC도 지난해에 신용 등급이 하향됐다. 올 6월에 추가로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유 수석연구원은 "주요 모니터링 요인은 실적 회복 수준, 레버리지 회복 정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