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전기차 절반이 중국산…"대등 경쟁 위한 인재·투자 필요"
무협 보고서, 전기차 캐즘에도 지난해 中 전기차 수출 70% 증가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중국 전기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급격한 판매 성장세를 보이면서 절반 이상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는 배터리 화재에 대한 '전기차 포비아'를 서둘러 극복하고 전기차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중국 전기차 혁신 전략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차량은 총 820만대가 팔리면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량(1370만대) 가운데 60%에 달하는 비중이다.
수출량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전기차를 포함한 신에너지차의 수출 대수는 지난 2020년 7만대에서 2023년 120만3000대로 3년새 17배 폭증했다.
액수로 보더라도 중국의 2023년 전기차 수출은 전년 대비 69.9% 증가한 341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전 세계 전기차 산업이 움츠린 사이 중국은 역대급 성장을 기록한 셈이다.
이 같은 증가세는 올해에도 돋보였다. 지난 1~4월 브라질 판매량이 4만8000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배 급증했다. 미국과 EU가 대중국 관세 장벽을 높이면서 신흥 시장인 브라질로 눈을 돌렸는데 성과를 낸 셈이다.
중국 전기차 산업이 이처럼 약진할 수 있었던 주된 요인에는 정부 보조금이 자리한다. 보고서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중국이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전기차 산업에 지원한 정책 지원금 규모는 2309억달러(321조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대표 자동차 회사인 비야디(BYD)는 34억유로(약 5조원) 규모의 직접 보조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 정책을 파일럿 단계, 정책 홍보 단계, 정책 조정 단계로 나뉘어 추진했다. 이는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해 경쟁력 제고라는 결과를 도출했다는 평가다.
2020년대 들어 중국 전기차 산업은 이종 산업 간 합종연횡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나섰다. 협회에 따르면 중국 통신 장비·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는 배터리 기업 CATL과 완성차 업체 창안자동차는 전기차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샤오미는 지난 2021년 3월 전기차 개발에 착수해 연구·개발에만 100억위안(약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지난 3월 첫 전기차 SU7을 공식 출시했다.
무협은 "세계적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와 보조금 중단에도 짧은 신차 개발 주기, 낮은 생산 원가, 풍부한 숙련 노동력, 이구환신(신제품 교체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올해 중국 내 전기차 판매는 지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중국 전기차의 급속한 성장에 맞서 투자 확대와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분석이다.
가장 시급한 분야는 자동차 관련 IT 기술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전 세계 자동차 소프트웨어와 전자 제품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 46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자동차 산업의 핵심 경쟁력은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이 될 것"이라며 "IT 분야 전문 인력 확보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해외 첨단 기술 분야 인력 수요 급증으로 박사급 인재와 핵심 산업 엔지니어들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면서 "이공계 인력 투자 확대와 상응한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