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 철회..."주주·시장 지지 얻지 못해"
두산로보틱스 "밥캣과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 해제"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이동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가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을 철회한다.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든 뒤 두산밥캣을 상장폐지하려던 두산의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잇단 소액주주 이익 침해 논란과 금융감독원의 압박에 결국 운전대를 꺾은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기업 간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의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이후 공시를 통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시너지가 존재하더라도 현시점에서는 추진하지 않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두산밥캣과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캇 박 두산밥캣 대표와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이날 주주 서한을 통해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분들 및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두산그룹은 지난달 11일 사업구조를 재편하며, 두산에너빌리티 아래 있던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붙이는 방안을 내놨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에 붙여 자금공급 역할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로봇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취지였다.
합병이 된다면 두산으로선 2개의 핵심 자회사를 갖게 되는 셈이며,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이 13.8%에서 42%로 확대된다. 반면 두산밥캣 주주들은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두산밥캣 대신 적자를 낸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받아야 하고, 합병 비율로 인해 합병 전보다 더 적은 주식을 받게 된다.
금감원은 두 차례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분할합병·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위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을 요구했다. 초법적 권력기관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이례적으로 두산의 계획을 막아선 것이다.
다만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를 분할해 만든 신설법인에 두산밥캣을 붙인 후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하는 방안은 유지한다.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의 큰 틀에는 변함이 없는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밥캣을 분할하면 차입금이 7000억원 감소하고, 비영업용 자산 처분을 통해 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1조원을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할 경우 배당수익보다 훨씬 높은 투자수익률로 더 많은 이익 창출이 가능하고 성장도 가속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금감원의 정정요구 사항을 반영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주주총회 등의 일정도 재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25일 예정된 양사의 주총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