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도 돈 앞에는 무용…테슬라, 중국서 외자 첫 적합 판정

머스크 인도방문 취소후 방중…데이터 안전검사 '적합' 판정

2024-04-29     박정현 기자
테슬라가 급부상하는 인도 시장을 기웃하다 결국 메이저 플레이어인 중국의 손을 잡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방중한 상태에서 중국 당국이 외자기업 최초로 테슬라 전기차에 데이터 안전검사 '적합' 판정을 내놓았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테슬라가 급부상하는 인도 시장을 기웃하다 결국 메이저 플레이어인 중국의 손을 잡았다. 미중은 외견상 '갈등' 스탠스를 취하더라도, 자국에 이익이 되는 결정이라면 협력하는 모양새다.

28일(현지시간)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방중한 상태에서 중국이 외자기업 최초로 테슬라에 데이터 안전검사 '적합' 판정을 내놓았다. 테슬라의 모델3와 모델Y가 '자동차 데이터 처리 4항 안전 요구 검사 상황 통지(제1차)' 검사를 통과한 것이다.

이는 머스크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남을 취소한지 약 일주일만, 시진핑 주석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중국과 미국은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가 돼야한다"고 말한지 3일만의 발표다.

테슬라는 2020년 완전자율주행(FSD)을 출시해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제공 중이지만 중국의 승인은 받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주행 데이터 수집과 관련해 테슬라를 국가 안보 위협 요인으로 간주했고, 머스크는 "테슬라를 걸고 아니다"라며 데이터 밀반입을 전격 부인했다. 그러나 중국은 2021년부터 테슬라가 중국 차량에서 수집한 정보를 상하이 외에는 저장할 수 없도록 했다. 중국 군사 시설, 정부기관, 국영 기업 등에서의 테슬라 사용도 제한했다.

하지만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26일 테슬라의 자율주행 2단계 기능인 '오토파일럿' 의 연이은 사고로 안전성 조사에 착수하자, 테슬라는 중국 내 데이터가 절실해졌다. 중국 내 데이터를 미국으로 전송할 수 있다면, 테슬라는 데이터를 활용한 FSD 성능개선을 꾀할 수 있다.

중국이 이번 통지에서 통과 판정을 내린 건 자국 기업 외 테슬라가 유일하다. 중국 내의 규제 해제는 '테슬라'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테슬라의 장기적인 벨류에이션은 FSD와 자율주행 기술에 달려있고, 그 핵심은 중국에서의 사용 여부다.  1분기 테슬라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에 밀리며 처참한 실적을 보였지만, 이번 판정 통과로 테슬라에 대한 중국 내 압박이 완화 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측은 중국매체를 통해 '중국 제조 중심 도시인 상하이를 비롯한 각지에서 사용 제한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3~9일 방중해 전기차와 태양광 모듈 등 신에너지 분야에서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통한 과잉 생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 연합뉴스

당초 시장은 머스크가 인도의 손을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이었다. 3~9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방중해 중국의 공급 과잉 문제를 제기했고, 중국은 옐런 재무장관 귀국 직후 제조업 장비 확대 추진을 발표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24~26일 방중 일정에서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시장 불공정 문제를 들고나왔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현행 3배 수준으로 인상하라고 지시하며 압박을 강화해왔다.

그에 반해 인도는 떠오르는 전기차 시장이고, 테슬라 기가팩토리 인도 유치를 강력히 원하는 국가다. 또 총선 중인 모다 총리가 테슬라와 손잡을 경우 총리 입장에서는 세계적 기업인 테슬라 투자를 유치를 선전할 수 있고, 테슬라도 최근 위기를 인도 진출로 돌파하겠다는 대안이 생긴다.

또 머스크와 모다 총리가 지난해 6월 테슬라의 인도 투자에 대해 큰 틀의 합의를 했기 때문에, 시장은 머스크가 인도 방문시 이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머스크는 지난 20일 자신의 X를 통해 "안타깝게도 테슬라의 매우 무거운 의무로 인해 인도 방문이 연기됐다"며 인도 방문을 연말로 연기한다고 발표하고 28일 급거 중국을 방문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좌) 리창 총리 / 머스크 X 갈무리

머스크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노선을 튼 것에 대해 업계는 "회사의 최대 생산 기지인 상하이의 '기가팩토리'를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중국도 테슬라가 최근 메가 팩토리 공장을 건설을 발표하며 투자를 확대한데다, 테슬라가 점차 확장하는 에너지 저장 및 배터리 사업이 중국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등 돌릴 수 없는 입장이다.

또 '중국의 2인자'로 꼽히는 리창 총리는 상하이 당서기로 근무하고 있을 때,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팩토리 건설을 허가해주는 등 테슬라와 각별한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그는 "테슬라의 중국 내 발전은 중미 경제·무역 협력의 성공적 사례"라며 "양국의 이득을 위해 더 많이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리창 총리는 "중국의 방대한 시장은 항상 외국 자본을 받은 기업에 열려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중국은 자국 산업에 이득이 되는 부분에 한해 열려있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