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현실"이라는 아태계 미국인...美 대선 변수 되나
아태계 대다수 극심한 기상이변 경험... 대답에 영향 미쳤을 것 공화당 성향 응답자 비율 전체 공화당 지지자보다 높아 “기후 유권자 소외 시 당선 어려울 것”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오는 22일 지구의 날을 앞두고 미국에서 아시아·태평양계(아태계) 미국인이 기후변화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같은 답을 한 공화당 성향의 아태계 미국인 비율이 전체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 높아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이들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AP-NORC 공공PR연구센터가 AAPI 데이터와 공동으로 실시해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태계의 84%가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 성인은 74%가 기후변화가 현실이라는 데 동의했다. 이 같은 답을 한 아태계 성인 4분의 3은 기후위기가 전적으로 인간 활동 때문이라고 답했고, 5분의 1은 인간 활동과 자연이 모두 원인이라고 답변했다. 이 같은 응답은 지난해 9월 실시된 같은 조사보다 소폭 올랐다. 지난해 9월에는 인간의 활동이 기후위기 원인이라고 답한 사람이 61%였다.
아태계 성인 10명 중 8명은 지난 5년간 폭염(59%), 혹한(49%), 가뭄(34%), 산불(33%) 등 다양한 기상 이변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절반은 기후위기 행동에서 과학이 더 설득력 있다고 답변했다.
또 기후변화가 미래 세대에 미치는 영향(73%), 해안 지역 사회(63%), 저소득층(55%), 개인(51%) 등 다양한 집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아태계 미국인은 다른 인종보다 더 큰 우려를 표했다.
기후대응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미국 연방정부(73%), 미국 이외 선진국 혹은 고소득 국가(71%), 기업(69%) 순으로 나타났으며 개인, 개발도상국 혹은 저소득 국가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었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기후변화를 인정하는 아태계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율은 84%로, 9월 여론조사 때와 비슷하다. 반면 기후변화를 믿는 아태계 공화당 지지자들의 비율은 68%로 민주당보다 낮지만, 전체 공화당 지지자보다는 약간 높다.
기후대응, 환경문제, 에너지정책, 재난구호에 대해서는 아태계 민주당 지지자가 공화당 지지자보다 높았지만, 약 4분의 1은 이들 문제에 대한 대응에서 어떤 정당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이 74%, 태양광 패널 설치 시 세액공제가 70%로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또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도 지지한다고 답했지만, 2035년까지 각 주(州)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를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의무 전환 정책은 대부분 반대했다.
아울러 아태계 성인의 4분의 3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보다 환경 보호를 우선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화당 성향은 민주당 성향보다 경제 성장을 더 우선시했지만, 이 중 58%는 환경이 먼저라고 답했다.
제니퍼 벤즈 AP-NORC 센터 부소장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아태계의 기후변화에 대한 관점과 기상이변으로 인해 이들이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극심한 기상 이변을 겪은 기억이 대답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주목할 만한 차이점이 많았고, 특히 공화당 성향의 아태계 미국인은 전체 공화당 지지자보다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을 연계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카틱 라마크리슈난 캘리포니아대학교 공공정책학 교수 겸 AAPI 데이터 설립자는 “아태계 미국인은 환경 보호에 적극적인 유권자”라며 “이들은 모국에 가족들과 연결고리가 있어 기후변화에 더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 보수 환경단체인 미국보존연합(AAC)은 “기후변화에 대해 공화당 내부에서도 세대 간 갈등이 있다”며 “그러나 공화당 후보들이 이번 선거에서 이들 유권자를 무시하면 당선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