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하는 부동산PF 리스크, 저축은행 업권 문제없나
수익성·자산건전성 등 악화에 저축은행 신용등급 줄하향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고유가·고금리 기조 유지 전망 우려
[한스경제=김정환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4월 위기설'이 선거 후 다시 부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권 부동산PF 대출 현황'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으로 전체 금융권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35조 6000억원으로 2022년 말(130조 3000억원)과 비교하면 5조 3000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연체율이 2.70%로 1년 새 1.51%p나 늘었다.
이를 업권별로 보면 부동산PF 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행 46조1000억원 △증권사 7조8000억원 △보험 42조원 △저축은행은 9조6000억원 △여신전문사 25조8000억원 등이다. 금융권 전반에 걸쳐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증가한 것이다.
다행이라면 상대적으로 중순위나 후순위 등으로 인해 부실 채권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저축은행의 잔액(9조6000억원)은 1년 새 9000억원 감소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연체율은 6.94%로 2022년(2.05%)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은 우려스런 부분이다.
특히 올 초까지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한 중동지역의 불안 요소 등은 부동산PF 시장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더욱이 중동 지역의 확전 우려는 유가 상승을 불러워 물가 상승의 압력을 키울 뿐 아니라,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경기 회복까지 지연시킬 수 있다. 결국 건설사의 입장에선 이자 부담으로 인한 수익성 하락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미분양 물량을 늘릴 수 있다. 또한 금융권에서 부실채권 정리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저축은행의 입장에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저축은행 업권은 고금리·PF로 인한 직격탄을 맞아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 악화일로에 놓여 있다. 국내 저축은행 79곳은 지난해 555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 모두 나빠진 상태다. 이는 타 금융업권에 비해 자기자본 대비 PF익스포저 비중이 높고 열위한 여수신기반으로 실적지표가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익성과 건전성 개선의 열쇠로 '금리 인하'를 꼽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는 고물가와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로 인해 금리 전환 시점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저축은행의 '버티기'도 한계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이에 업계 5위인 애큐온저축은행과 6위인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633억원과 107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저축은행 79곳 중 41곳이 순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상위권 업체도 예외는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페퍼저축은행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의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페퍼저축은행의 장기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조달비용 및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크게 저하된 점 △고금리 지속 및 경기회복 지연 등의 영향으로 자산건전성이 저하된 점 △자본적정성 지표가 경쟁사 대비 열위한 수준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앞서 OK·웰컴·키움·더케이·오에스비·바로 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이 조정된 바 있다.
고위험 부동산PF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의 경우, 향후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 유가 와 연체율 상승 등으로 자금조달 및 채무상환부담 누적에 따른 부실 여신이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신평 측은 "브릿지론, 중후순위, 고LTV 등 고위험 익스포저를 빠르게 확대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부실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강화된 규제 및 감독수준, 저축은행의 자체적인 체질 개선 노력으로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일은 재발하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에 저축은행권과 금융 당국도 발벗고 나섰다. 저축은행권은 6개월 이상 연체된 PF 대출을 3개월마다 경·공매하는 등 부실채권 정리에 주력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PF 펀드 운용자금 330억원 집행을 이달 말 마무리한 뒤, 최대 1000억원 규모의 2차 PF 펀드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PF 관련 인센티브와 구조조정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도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