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삼성노조의 글로벌 불매운동...협상도 품격 있어야
삼성전자의 임금 인상안에 반발한 노조 측이 불매운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서도 불매를 주도하면서 삼성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에 1분기 4조5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회사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음에도 임금을 4.1% 인상했다. 물론 지난해 9% 인상과는 거리가 있으나 업계의 심각성을 고려한다면 적은 수준은 아니다. 반도체 사업은 2분기에도 3조 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 또한 미국의 반도체법, IRA법 등으로 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측은 강경태세로 일관하고 있다. 노조 측은 최소 6% 이상의 임금인상과 고정시간외 수당 17.7시간 철회 등을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9일 세계 140여개 노조가 참석하는 ‘전자산업노조 글로벌 네트워크 회의’에서도 삼성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사측을 협박했다. 이게 과연 회사 구성원으로 올바른 일일까?
우리나라 대다수의 기업 중 회사 영업이익이 -95%에도 연봉을 인상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 듯하다. 물론 근로기준법 등을 따져봐야겠지만 일반적인 월급쟁이들 눈에 삼성노조의 횡포는 한낱 ‘몽니’로 비춰질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 평균 연봉은 1억3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근로자의 날 휴일을 주느냐 마느냐로 눈치를 보는 많은 직장인들이 “배부른 소리 한다”며 허탈해하는 이유기도 하다.
삼성노조의 이번 행태는 회사 내부에서도 비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최대 노조지만 전체 직원의 8% 수준인 탓에 대표성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급단체인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이 동조하고 나서면서 ‘도가 지나쳤다’는 불만들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으로 지난 30여 년간을 먹고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 산업의 뒷받침을 통해 경제가 성장해왔다는 의미기도 하다. 불황에 따른 임금 협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글로벌 기업을 국제적으로 망신 준다면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이는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현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삼성노조는 기업이 없다면 일자리도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삼성노조의 합법적 파업 등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려스러운 건 모든 주장에는 합리적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조의 분명한 역할은 회사와의 관계를 지배관계가 아닌 대등관계로 변화시키는 역할이 우선이다. 때로는 강경하고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겠지만 글로벌 기업에 맞는 ‘노조의 품격’도 함께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