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외교 복원 됐는데 물음표 투성… 역대 정부 살표보니
과거사 문제 여전히 제자리걸음 盧 때 시작해 MB 때 멈췄던 셔틀외교 "언제들 틀어질 수 있어 온전한 회복 아냐"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에 이어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우리나라를 답방해 정상회담을 열면서 12년 만에 한일 셔틀외교가 복원됐다. 그러나 일제 강제징용에 대해 일본 정부의 공식발표가 아닌 기시다 총리의 개인적 입장에서 유감이라고 표현한 건 아쉽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핵심 쟁점인 과거사 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셔틀외교는 언제든 틀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52일 만에 성사된 한일 정상회담, 과거사 문제 '제자리걸음'
우리가 기대했던 ‘성의 있는 호응’은 이번에도 나오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198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에는 위안부 범죄를 인정한 고도 담화, 식민지배·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 식민지배 강제성을 사과한 나오토 담화 등도 있지만 반성의 의미를 포함하지 않은 아베 담화도 있다. 기시다 총리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핵심인 반성과 사죄를 언급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강제동원을 인정하지 않은 각의 결정도 포함된다는 듯이다.
기시다 총리는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지만 ‘개인적인’ 입장을 전제로 마음이 아프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이 나서 과거사에 대한 ‘나 홀로 청산’을 이어갔다. 그는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한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성과로 △셔틀외교 복원 △후쿠시마 오염수 한국 전문가 시찰단 파견 △한일·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화이트리스트 정상화·반도체 공급망 구축 등 경제 협력 강화 등을 꼽았다.
◆ 盧 정부 때 시작해 MB 때 멈췄던 셔틀외교 살펴보니
한일 셔틀외교는 양국 정상이 수시로 상대국을 오가며 현안에 대해 '소통을 확대하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과거사, 독도 영유권 문제 등에 얽힌 한일 관계의 부침에 따라 셔틀외교도 중단·재개를 반복했다.
첫 시작은 노무현 정권이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제주도에서 만나 북한의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을 위해 공조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해 노 대통령도 일본 가고시마로 건너가 관계를 돈독히 하는 듯했다.
하지만 두 정상 간의 셔틀외교는 이듬해 중단됐다. 고이즈미 총리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이 발단이 됐다. 국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신사 참배를 강행하면서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중단됐던 양국 교류는 3년 뒤 다시 재개됐다. 2008년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새 정부를 연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해 셔틀외교 재가동을 약속했다. 2011년까지 두 정상이 만나 소통을 활발히 했으나 과거사가 발목을 잡았다.
2012년 이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하자 일본 측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양국의 관계가 틀어지게 됐다. 물론 2015년 한중일 정상회담을 이유로 아베 신조 총리가 방한해 한일 정상회담을 열었지만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공식 오찬도 없이 끝났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던 한일 셔틀외교는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방일로 다시 물꼬를 텄다. 다만 일본이 과거사, 독도 불법 점유 등에 대한 올바른 반성과 청산 없이는 셔틀외교의 복원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수도권 사립대학 A교수는 "경제, 안보 등 분명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데, 윤 대통령의 '나 홀로', '일방통행식' 외교는 문제가 많다. 대통령실은 이걸 두고 일본의 배려니 '통 큰 결정'이니 자화자찬하고 있다. 한일, 한미일 공조를 위한다고 하지만 과거사 문제로 틀어졌던 관계를 생각해야 한다"며 "분명 윤 대통령의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주변국들 이를테면 북한이나 중국 등도 보고 배웠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 (한일 관계가) 좋았다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잘 선택해야 한다. 이런 식의 외교가 반복된다면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