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6단체 "IRA 개정" 공동서한…美 우선주의에 삼성‧SK하이닉스 대관 강화

경제6단체, 17일 美에 IRA 개정 촉구 서한 전달 전기차‧배터리 세액공제 동맹국도 동일 적용할 것 삼성‧SK하이닉스‧현대차 등 대미 대관 활동 강화 반도체 양사 3Q 美 백악관‧의회에 역대 최대 자금 "정부 대미협상 카드 불확실…기업 대미 로비 총력"

2022-11-17     최정화 기자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미국 첨단 산업 패권주의와 중국 견제 강화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이어 반도체 수출규제도 빠르게 전개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국내 경제단체와 기업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제6단체가 17일 미국 주요 상‧하원 의원과 부처 장관에게 공동서한을 보냈다. /사진=경제6단체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17일 미국 주요 상‧하원 의원과 부처 장관에게 공동서한을 보냈다고 이날 밝혔다. 

경제6단체는 서한을 통해 IRA의 한국산 전기차 차별에 대한 우려 표명과 함께 동맹국 동일혜택 적용, 3년간 시행 유예 등을 요청했다. 이번 서한은 경제6단체 공동명의로 미국 주요 상‧하원 10명과 4개 부처 장관에게 송부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서한에서 "IRA는 국제무역 규범과 한‧미FTA 규정을 위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맹국에서 생산된 전기차까지 차별하는 현재 IRA 규정은 양국 협력 강화 기조에 맞지 않고, 미 의회와 행정부에서 북미산 전기차와 배터리 부품에 한정한 세액공제 혜택이 동맹국 기업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차별적 요소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대안으로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의 3년간 유예를 적용해 줄 것과 한미 간 더 큰 차원의 협력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차별적인 전기차 세액공제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IRA 개정에 이어 반도체 수출규제 대비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그룹 등 국내 수출기업도 미국 내 법인 설립과 설비 투자는 물론 정보 획득과 로비 작업 등 대미 대관 활동에 공 들이고 있다. 

반도체 규제 조치 대상이 슈퍼컴퓨터와 AI 분야에 활용되는 첨단 반도체뿐만 아니라 고성능 메모리반도체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불확실성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미활동 로비자금이 역대 최고치에 이르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양사는 올해 3분기 역대급 로비 자금을 백악관과 미의회에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로비활동 분석업체 오픈시크리트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양대 업체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사용한 로비자금은 475만달러(약 68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미국에서 로비자금으로 251만달러(약 36억원)를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8% 늘어난 규모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이는 대만 TSMC(147만달러)와 일본 키옥시아(30만달러)의 같은 기간 로비자금을 합쳐도 더 많은 금액이다. 

삼성전자는 또 미국 정부와의 접점을 높이기 위해 지난 3월 북미법인 대외협력팀장 겸 부사장으로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영입했다. 권혁우 전 산업통상자원부 미주통상과장도 반도체 부문 대관 상무로 임명했다. 

SK하이닉스도 224만달러(약 32억원)를 사용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북미 대외협력사업 강화를 위해 부회장직을 신설했고 유정준 SK그룹 부회장이 맡았다. 

그동안 대미 활동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현대차그룹도 올해 들어 대미 활동을 늘렸다. 현대차가 올 상반기 미국에서 사용한 로비금액은 93만달러(약 13억원)다. 또 7월 말 IRA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지자 8월 북미법인 고위급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갈등 등 비경제적인 이슈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대관 인력과 비용을 늘리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강력한 대미협상용 카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대비 로비 활동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