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AI·모빌리티 전방위 투자로 체질 개선
AI 연구 플랫폼부터 모빌리티 스타트업까지 제조업 한계 넘어 “IT기업보다 더 IT기업답게”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인공지능(AI), 모빌리티 등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IT(정보기술) 역량 강화를 통한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의 일환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8월 홍콩머신러닝(HKML)에 약 627억원을 투자해 15% 지분을 확보했다. HKML은 AI 관련 학계·산업계 연구를 발표하고 펀딩이 이뤄지는 네트워크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차는 HKML에 대한 투자를 통해 AI 관련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기술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에는 AI로 자동차 결함을 잡아내는 시스템을 개발한 이스라엘 스타트업 유브이아이(UVeye)에 약 34억원을 투자했다. 이외에도 미국 AI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이스라엘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피아 등에 투자를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7월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SW) 개발 스타트업 에어플러그 지분 82.48%를 245억원에 인수했으며, 네이버랩스 CEO를 지낸 송창현 대표가 창업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포티투닷에도 전략적 투자를 지원했다.
현대차의 일련의 투자는 기계적 하드웨어(HW)에 치우친 제조업 한계를 넘어 SW까지 아우르는 IT 역량을 강화, 미래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기존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동력계통이 변화하고 통신망과 각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차량관리부터 자율주행, 커넥티드카까지 다양한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도 2003년 선보인 ‘모젠’부터 ‘블루링크’ 등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시장을 선도한 테슬라를 필두로 애플, 엔비디아, 샤오미 등 IT 기업들의 관련 시장 진출이 이어지면서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는 SW 기술력 확보가 더 시급해졌다.
이는 현대차의 모빌리티 기업화를 이끌고 있는 정의선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IT기업보다 더 IT기업 같아져야 한다’는 방향성과도 궤를 같이한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4월 AI 연구 분야 석학인 조경현 미국 뉴욕대(NYU) 교수를 자문위원으로 영입하는 등 전문 인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자율주행차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국내 이공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H-모빌리티 클래스’도 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AI와 같은 기술은 차량 서비스뿐 아니라 생산라인에도 적용 가능하다"며 "일련의 투자 활동은 시장 흐름에 따른 당연한 부분이기도 하고 향후 현대차의 전반적인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 6월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에 대한 인수를 완료했다. 지난해 12월 본계약 체결 당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는 약 11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돼 현대차 정의선 회장의 첫 ‘빅딜’로 관심을 모았다. 이를 통해 로봇 산업의 각종 센서와 모터 SW 기술 확보, 자동차 외 각종 산업 분야로의 저변 확대가 가능해진 것으로 평가된다.